한국 도시 2026 -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 내는 해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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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덕의 [한국도시 2026]은 도시를 하나의 생명체처럼 다루는 관찰자의 시선이 더욱 정교해진 책이다. 이 책은 기행문이나 답사기가 아니라 도시가 작동하는 구조적 원리를 해부하는 분석서에 가깝다. 그는 도시의 중심보다 변두리를, 계획의 의도보다 결과를, 제도보다 생활의 흔적을 먼저 읽는다. 이러한 시선은 도시계획이 늘 겪는 딜레마, 즉 설계와 실제 작동 사이의 간극을 해명하는 데에 매우 유효하다. 도시가 역사와 인구, 정치와 경제, 지역 정체성의 층위가 뒤엉켜 나타나는 복합적인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그는 현장의 미세한 관찰을 통해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현장성’에 있다. 그는 지나치게 추상적인 이론이나 제도 논쟁에 기대지 않고, 걸으며 보고 기록한 도시의 <현장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오래된 가로의 매입과 확장 과정, 재개발의 단계마다 생기는 비의도적 공간, 규제의 이중성과 그로 인한 도시 경관의 왜곡, 인구구조 변화가 주변부부터 도시 형태를 바꾸어가는 양상 등이 촘촘하게 서술된다. 이는 도시정책 보고서나 법령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현실의 밀도를 보여준다. 특히 각 지역의 갈등 구조, 개발의 편차, 생활권의 분리와 재편 등 도시가 ‘왜 지금의 모습으로 굳어져 있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은 누구에게나 유용한 진단이 된다.

그의 글은 도시를 단순한 물리적 형태가 아니라 살아온 시간의 표층으로 이해한다. 도시계획 분야가 종종 기술적 최적화와 문제 해결 중심으로 흘러갈 때, 김시덕은 그 너머에 있는 기억, 이동, 지역성, 공공성의 감각을 복원한다. 그는 건축과 도시가 사람들의 삶이 남긴 집적이라는 사실을 반복해 보여주며, 제도적 의도와 생활의 실제가 충돌할 때 어떤 형태의 도시가 만들어지는지를 담담하지만 날카롭게 기록한다.

[한국도시 2026]은 한국 도시의 오늘을 읽는 새로운 방식의 서사이다. 단일한 진단이나 단정적인 해법 대신, 일상 속에서 축적되며 굳어지는 도시의 현실을 세밀하게 포착하고 그 구조적 원인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이 책은 앞으로의 정책과 계획에서 무엇을 먼저 보아야 하는지, 어떤 맥락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를 일깨우는 하나의 방법론적 기준점이 된다. 도시가 무엇으로 구성되고, 어떻게 변화하며, 왜 이 모양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현장데이터>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한국도시 2026]을 디자인보다 도판과 시각요소를 모두 삭제한 텍스트 그 자체로 집중할 수 있는 <블랭크 가제본 서평단>의 경험은 매우 특별하였음을 전하며, 열린책들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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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법규 9초이해 - 연상암기로 빠르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서영훈 지음 / 아키픽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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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건축법규를 알기쉽게 그림으로 친철히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매우 귀중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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