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학교자치를 말하다 - 교사들이 들려주는 학교자치 현장의 이야기 ㅣ 자치를 말하다
백원석 외 지음 / 에듀니티 / 2021년 9월
평점 :
처음 교직에 들어섰을 때 주변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에게 무섭게해야지 1년이 편하다며 조언해주신 기억이 납니다. 정색한 표정에 딱딱한 말투로 첫날 분위기를 아주 무겁게 시작해야 아이들이 선생님이 어리다고 얕보지 않는다는 말씀이었어요. 실제로 그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카리스마로 휘어잡고 계셨습니다. 이런 저에게 '이윤승 선생님'은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윤승 선생님'은 아이들과 반말하는 선생님입니다. 진짜로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윤승아!"라고 불러요.
저도 처음엔 이 선생님의 방법이 틀렸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오히려 제가 아래로 갈까봐서요. 하지만 이 선생님께서 하신 말 중 마음에 와닿는 말이 있었습니다. 바로 언어부터 아이들과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선생님 말고 쌤!이라고 할 때 제 기분이 살짝 나빴던건 아이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제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6학년 담임을 하며 사회시간에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가르치며 정작 제 수업은 저부터 민주적이지 않았습니다. '평등한 관계' 설정이 학교 민주주의의 시작이고, 이 책은 그 관계를 설정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소중한학교자치실천연구회 선생님들께서 쓰신 책으로, 학교급별로 나누어서 설명되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주 솔직하고, 날카롭게 학교 민주주의의 실태를 말해주세요. 특히 초등학교에서 흔히 있는, 교직원들은 되는데 학생들은 안 되는 것들은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 읽기만 하는데도 부끄러웠습니다.
학교는 대표적으로 세 가지 구성원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민주주의를 실천하려면 이 세 구성원 모두 민주적인 분위기 속에 있어야 합니다. 이 책도 학교자치를 교사가 학생에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부분, 교사가 학부모에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부분, 학생들 간 관계에 대한 부분, 교사들 간 관계에 대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제가 임의로 나누어 읽었습니다.) 아직 학부모님들과 무언가를 함께하는 것에 겁부터 나는 지라 학부모에 대한 내용에서는 글 쓰신 선생님들의 노하우와 용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학부모 공개수업을 번개팅으로 운영하는 부분은 망설여지긴 하지만 줌 수업으로 매일 공개수업처럼 수업하고 있는 지금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은 독재의 단맛을 느끼기에 아주 최적화된 직업이란 생각도 듭니다. 맡은 학급에서 담임 선생님이 나이도 제일 많고, 권위도 가장 높고 하니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명령하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교사가 권력을 내려놓았다고 무조건 평등해지지는 않습니다. 반장, 부반장, 그 외 비공식적 권력자가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교사의 할 일은 권력을 가지지 못한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의견을 존중받는 경험을 주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요기를 주는 것. 좋은 독재자는 좋은 교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