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배신 - 인간보다 비열하고 유전자보다 이기적인 생태계에 관한 보고서, 2015년도 6월에 읽을 만한 책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
댄 리스킨 지음, 김정은 옮김 / 부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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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저자가 글을 맛깔나게 잘 쓰네'라는 생각을 몇번이나 하며 읽었다, 생전 듣도 보지도 못한 것들을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눈앞에서 펼쳐진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

 

저자 댄 리스킨은 박쥐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박쥐를 연구하다 말파리 애벌레가 두피 속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꿈툴대고 있음에도 애벌레를 탓하지 않는다. 물론 극심한 두통으로 어쩔수(?) 없이 의료기술의 도움을 받아 애벌레를 끄집어내긴 했지만 말파리는 그저 자신의 DNA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아찔한 경험담을 시작으로 탐욕, 색욕, 나태, 탐식, 질투, 분노, 오만이라는 7가지의 키워드로 자연에서 벌어지는, 영화보다 재밌고 잔인한 일들을 이 책을 통해 목격하게 된다,

 

수거미가 암거미와 섹스를 하는 동안 암거미에게 잡혀 먹히는건 애교에 불과하다, 보석말벌은 바퀴벌레의 몸에 알을 낳는데 그 알이 애벌레가 되어 바퀴벌레의 장기와 몸뚱이를 치밀하게 갉아먹는다, 여기서 충격적인건 애벌레가 성체말벌이 되어 바퀴벌레의 몸을 뚫고 나올 때까지 바퀴벌레는 살아 있다는 것이다,(우웩!!) 집안 어디에서 바퀴벌레와 마주한다면 이제 때려 죽이지는 못하겠다, 불쌍해서;;

 

그리고 또 하나, 아마존에 사는 리넬라 두꺼비는 물웅덩이가 생기면 짝짓기를 하기 위해 모여드는데 짝짓기 기간이 매우 짧아서 수컷들 간에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어마무시하게 벌어진다, 수컷이 암컷을 발견하면 암컷 위로 올라타는데, 이를 본 다른 수컷들이 하나둘씩 그 위로 올라타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암컷을 물웅덩이 위에서 익사시키는 참사가 벌어진다,

 

이것이 자연이다,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워 보여도 망원경으로 쭈욱 당겨 나무 속을 헤집고 땅 속을 뒤집어 보면, 살아가기 위해 자손을 남기기위해 이기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저자는 '자연적인'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함부로 '자연적인' 것이라고 입에 담지 말라고 한다, 인간이 암거미, 보석말벌, 리넬라 두꺼비처럼 그리 살아 보라고 한다면 살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역겹다,

 

며칠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 <어벤져스 2>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지구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인간'이라고, 적극 공감이 되었던 대사다, 하지만 <자연의 배신>을 읽고서는 자연 또한, 인간이 이 땅위에 끈질기게 살아남은 그것처럼, 자연도 만만치 않았음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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