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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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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과 <1Q84>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이번 책은 이우일 작가와의 콜라보를 통해 귀여운 그림이 삽입되었다.

 


도넛가게에서 일하는 양 사나이는 양 사나이 협회로부터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음악의 작곡을 의뢰받는다.

그러나 양 사나이는 크리스마스가 코 앞에 닥쳐왔는데도, 좀처럼 곡을 완성할 수가 없다.

어느날 양 사나이는 양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양 박사님을 만나게 되고, 양 박사님은 양 사나이가 저주에 걸린 것이라고 말한다.

 


이 모든 일은 양 사나이가 크리스마스이브이자 '성(聖)양 축제일'에 구멍 뚫린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이 저주를 풀기 전에는 작곡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양 사나이는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되는데...

이 책의 뒷 장은 양 사나이의 저주를 풀기위한 여정을 담고 있다.

양 사나이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담은 일러스트와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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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해 기억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8
섀넌 커크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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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0대 임신부인 리사가 납치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녀는 비상한 두뇌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감정의 스위치를 껐다 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교실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자신이 임신을 했을 때에도 침착하게 대응했었다. 리사는 납치된 시점부터 탈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기억한다. 자동차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 이동거리, 자신을 가둔 간수의 습관 등등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가진 능력과 주변의 사물들을 활용하여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탈출을 위해 필요한 사물들에는 각각의 번호를 붙여두는데 예를들어 연필깎이(15번 도구), 뜨개 바늘(40번 도구) 이런 식이다.

그녀는 간수에게 복수를 하고 탈출하기 위해 매일 시뮬레이션을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훈련을 한다.

다행히도 멍청한 간수는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리사는 탈출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날인 33일 째 날을 결전의 날로 삼는다.

(소설의 원제인 ‘Method 15/33’ 였다고 하는데, 이는 리사가 연필깎이에 붙여준 번호 ‘15’와 납치 33일째를 조합한, 리사만의 작전명이다.)


이 소설은 납치된 10대 소녀가 자신을 납치한 납치범에게 복수를 하고 탈출을 계획한다는 점에서 여느 스릴러 소설과는 다른 전개를 보인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가능한 이 소녀는 납치범에게 두려움을 느끼기 보다는 침착하게 복수계획을 짠다. 책을 읽다보면 리사의 뛰어난 능력에 감탄을 하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까지 침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주변에 이런 인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조금은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소시오패스라고 불릴 정도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리사도 아기와 가족에 대한 사랑의 스위치는 끄지 않는다. 아기에 대한 사랑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탈출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 소설의 또다른 화자는 납치 사건을 담당한 로저리우 특별 수사관이다. 로저리우 수사관은 뛰어난 시각과 기억력을 갖고있는 수사관으로, 어린시절 동생이 납치되었던 이후 실종 혹은 납치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관의 길을 걷게된다. 그는 뛰어난 후각을 가진 파트너 롤라와 함께 리사를 구출하는데 힘을 쏟는다. 리사가 뛰어난 능력을 갖고있지만, 리우, 롤라, 그리고 이들을 도와준 증인들이 없었다면 리사의 탈출은 어려웠을 것이다. 수사관이 리사의 복수 계획에 동참하여, 그녀의 계획에 동참한다는 것도 새롭다.


이 책은 극적인 전개로 빠르게 몰입된다. 리사가 탈출하기 까지의 과정, 탈출에 성공한 리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감정 통제에 능한 리사가 사랑/기쁨/두려움의 감정을 느낄 때의 상황이 인상깊었다. 스릴러 소설은 오랜만에 읽었는데, 읽는 내내 긴장감을 갖도록 하는 소설이었기 때문에 영화화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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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한 구절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저놈에게 도덕적 질책을 받아야 하는 건지 어리둥질했다. 나는 그저 여자라서 임신을 했을 뿐이다. 어린 나이에. 그런데 그 행동이 잘못했으니 사과해야 한다는 건가? 그에게? 세상에게? 신에게? (pp.128-129)


그는 나보다 강하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했다. 이제까지 그와 나 사이에 반복되던 일상을 차지 없이 유지하려면, 나는 그의 우월감을 채워주어야 했다. (p.139)


고차원적인 사랑에는 스위치가 없다. 하지만 보통의 사랑은 확실히 감정이고, 따라서 스위치가 있다. 켜기 어렵기는 하지만, 한번 켜지면 생산적인 기능을 하는 감정이다.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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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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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캣퍼슨"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무슨 내용일까-.

 

이 책에는 단편소설 <캣퍼슨>을 포함하여 11편의 소설이 포함되어 있다.

각 소설마다 분위기가 매우 다른데,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장르나 주제, 등장인물 면에서 아주 폭넓은 다양성을 보인다."

나는 소설 배경이 음침하거나 마무리가 찜찜한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에, 모든 작품이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고는 할 수 없겠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잘 드러나는 작품들이었는데, 책을 읽으며 누군가를 욕하고, 무시하는 (예를 들어, 찌질이같다는 생각...)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적 취향은 <캣퍼슨>, <무는 여자>, <좋은 남자>, <룩 앳 유어 게임, 걸> 이었다.)

책 속의 여러 작품 중 <캣퍼슨>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캣퍼슨>은 이제 막 20대에 들어선 한 여성의 데이트 이야기를 담고있다. (내용 스포 약간 있음)

이 소설은 특히 주인공 '마고'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는데, 그 전개가 꽤나 흥미롭다.

예술영화 전용극장 매점에서 일하는 마고는 손님이었던 로버트와 연락을 주고받게 된다. 로버트와 짧은 데이트를 하고 문자를 주고 받을 때, 마고는 설렘을 느끼고 그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녀는 아주 열심히 애써야만 그에게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지않아 그녀는 자신이 문자를 보냈을 때 대개는 그가 바로 답장을 보내지만 자신이 답장이 몇 시간 이상 늦어지면 그다음에 오는 그의 문자메시지가 늘 짧고 뭔가를 묻는 질문이 들어 있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러므로 대화를 다시 주도하는 것은 그녀의 몫이었고, 대개 그녀는 그렇게 했다. (p.20)

마고는 로버트와 데이트를 하고 그의 집에서 섹스를 하게 된다. 그녀는 그의 방에서 온갖 복잡한 감정에 빠져든다. 막상 섹스를 하려니 마고의 몸매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자신이 먼저 제안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를 중단하기에는 늦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정쩡하게 몸을 숙인 자세, 털에 가려진 물렁하고 불룩한 배를 보며 마고는 생각했다. 아 싫다. 그러나 그녀 자신이 발동을 걸어놓고 이제 와서 중단하려면 얼마나 많은 것이 요구 될까, 생각만 해도 까마득 했다. 대단한 재치와 상냥스러움이 요구될 테지만 그녀로서는 도저히 그런 수준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았다. (p.37)

마고는 서툰 솜씨로 섹스를 하는 로버트에게 조금은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내 그의 표정을 보며, 그가 어리고 몸매좋은 자신과 섹스를 한다는 것에 흥분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기 자신(마고)에 대한 판타지로 황홀경에 빠져든다.

그때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표정은 이제껏 그녀의 벗은 몸을 본 모든 남자들의 얼굴에서 보아온 표정을 과장된 형태로 담아낸 것 같았다. ... 자신이 섹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것, 즉 속을 훤히 드러낸 남자들의 모습일 것이라고 마고는 생각했다. ... 키스하는 동안 그녀는 그런 판타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조차 털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순사하게 자아에 대한 판타지로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이 아름다운 여자 좀 봐. 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거라고 상상했다. 완벽히, 몸매도, 모든 것이, 겨우 스무살이야, 피부에 흠 하나도 없어, 이제껏 만난 그 누구보다 간절히 그녀를 원해, 너무 간절해서 죽을 것 같아. (pp.39-40)

 

그러나 이내 그녀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를 느끼고, 자기 혐오와 수치심까지 느끼게 된다. 이날 이후, 마고는 로버트를 피한다. 마고의 룸메이트가 로버트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문자를 대신 보내고 나서야 둘의 관계는 끝난다. 한 달 뒤에 마고는 로버트를 술집에서 마주치지만, 그를 피한다. 그리고 그에게 문자를 받게 되는데... 이것은 너무 큰 스포이므로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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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퍼슨>이 발표될 당시, 미국에서는 '미투 운동'이 시작되었을 때였다고 한다. 이 작품이 <뉴요커>에 발표되고 몇 주 되지 않아 입소문이 났을 때 작가는 꿈이 실현되어 좋기도 했지만, 압도당한 느낌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그녀는 당시의 느낌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세상을 향해 "누구 이런 감정 가져본 적 있나요?" 하고 물었더니 세상이 귀가 먹먹할 만큼 큰 소리로, "있어요!"하고 대답한 것 같았다.

 

그녀는 독자들의 반응을 통해, 이 작품이 특정 문화, 특정 연령의 여성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임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한국의 독자들도 모든 이야기 속에서 뭔가 진실이라고 느껴지는 것(더러는 느낌일 수도 있고, 이미지나 농담, 단 한줄의 대화)을 발견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과 발견하는 것은 다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다른 독자들 역시 그녀가 의도한 바를 느끼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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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한 구절

<룩 앳 유어 게임, 걸>

결국 가볍게 지나간 거라고, 제시카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쨋든 찰리가 그녀에게 입힌 피해라고는 목 안에 작게 긁힌 상처를 남긴 것이고 이조차 그녀의 상상일 수도, 아닐 수도 있었다. ... 그럼에 결혼을 하고 그때 그녀 나이인 자녀들까지 두었으며 캘리포니아를 떠나 멀리 옮겨 온 이후로도 제시카는 오랫동안 자정이 지나기 전에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 pp.78~79

<좋은 남자>

세상은 냉혹하다. 아무도 다른 누군가를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 p.221

아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런 건 망나니들이나 하는 짓이고, 그, 테드는 망나니가 아니었다. 그는 …… 착한 남자였다. - p.223

그는 '좋은 남자'를 받아들이 게 된 그녀들이 얼마나 우쭐해하는지 그들의 눈에서 본다.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남자'란 그 남자에 비해 자신이 너무 좋은 여자라고 마음속으로 은밀히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남자다. - p.271

<무는 여자>

코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정말로 높았다. 그는 한동안 복사실에 남아 상황을 곰곰이 생각하고는 다음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라고 결심할 것이다. 그녀의 치아가 남긴 반달 모양의 자국, 그의 팔에 난 흉한 멍 자국을 가리기 위해 그는 긴 소매 셔츠를 입고 출근 할 것이다. ... 코리는 평생 엘리를 기억할 것이고 두 사람은 코리가 지닌 공포의 번득이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 pp.408~409

그럼에도 엘리는 6개월이 안 되어 새로운 출발을 찾아 직장을 그만두었고 이후 매년 직장을 옮겼다. 모든 직장마다 그런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어떤 남자에 대해 수근거리고 있었다. 그저 귀 기울여 듣고, 기다리고, 그에게 '기회'를 주기만 하면 머지않아 그녀를 찾아내곤 했다.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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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컬러링 다이어리북
최윤영 옮김, 토베 얀손 원작 / 온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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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D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하면 피글렛, 티거, 푸우 친구들과 무민이라고 할 수 있다.

무민 책을 읽어본 적도 없고 무민을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 지는 모르겠지만, 보기만 해도 하얗고 귀여운 생명체~:)

 

구성을 보자면

이렇게 무민과 친구들의 그림이 귀엽게 그려져 있고, 옆에는 다이어리용 공간이 있다.

 

무민 시리즈의 명대사도 있고

무민에 나오는 해티패티 친구들도 등장한다. (찾아보니 하얀 유령 같은 친구들 이름이 해티패티라고!)

 

 

무민 시리즈의 원작자인 토베 얀손의 원화가 다이어리에 가득가득! 

직접 색칠하며 꾸밀수도 있고, 그냥 두어도 그 자체로 귀여운 다이어리다.

국내 최초로 공식 출간되는 무민 다이어리북이라고 하니, 무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하나쯤 소장해도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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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 여행 갑니다
김비.박조건형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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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험이 다 끝나진 않았지만, 휴식이 필요했다.

집에 일찍 와서 뒹굴대다가 잠도 한숨 자고 책을 펼쳤다.

여행 가는 건 좋아하지만 여행 에세이는 읽어본 적은 없었는데,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책이라 그런지 술술 읽혔다.

이 책은 예기치 않은 일들로 길을 잃어 유럽 여행을 시작한 부부의 여행기이다.

부부는 각자 글과 사진 / 그림으로 기록을 남겼다.

 

흘러가는 대로 여행을 떠난 부부의 여행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기대하지 않은 타이밍에 만난 파리의 에펠탑과 스위스의 알프스산맥, 기대를 하고 갔지만 실망스러웠던 알폰스 무하 박물관. 여행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으며 기대와 실망, 그리고 예기치 않은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여행 중에 찾아오는 집에 대한 그리움과 지침 - 장기간 여행을 하다 보면 느끼게 되는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지난 유럽여행에서 갔던 곳을 책에서 발견하며 반가움을 느꼈고, 가보지 못했던 곳에 대해서 '이런 느낌이구나' 느끼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글을 읽으며, 각 나라마다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행을 하며 느끼는 점인데 이것을 글로도 느끼게 되니 좀 색달랐달까.

 

이 책의 또 다른 포인트는 소설가 김비 씨와 작가 박조건형 씨의 여행의 온도차, 그리고 케미이다.

남편 박조건형 씨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여행이 끝날 때쯤에는 여행 감수성이 매우 낮아진다. 성당을 봐도 너무 많이 봐서 무덤덤, 자연에 있을 때면 할 것이 없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아내 김비 씨는 성당을 볼 때마다 감동을 느끼고,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박조건형 씨의 여행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함께 산책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한다.

 

이 부부는 여행 메이트로서 서로의 템포에 맞춰준다. 서로를 놀리고 함께 춤을 추기도 하면서,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여행의 추억을 쌓아간다.

함께 여행을 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 함께 여행하는 사람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여행을 갈 때 무리해서라도 이것저것 다 둘러보고 싶은 성격인 나는 잘 못하는 일이다. 책을 읽으며, 새삼 그동안 나의 여행 메이트들이 되어준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또다시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다음 여행은 누구와 함께하게 될지, 어떤 곳을 방문하게 될지, 그 여행을 통해 무엇을 느끼게 될지 벌써 궁금하다. 

다만 다음 여행에는 "꼭 이것을 해야지!" 생각하기보단 좀 더 여유를 갖고 그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내가 되어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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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한 구절

 

어느 곳을 가고, 또 어느 곳을 가지 않을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였고, 우연의 문제였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말이다. 우리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와보겠나'라고 스스로를 옥죄며 무리하기보다는 여유롭게 여행하는 쪽을 택했다.

-p.17

 

고요하고 평화로운 전시관이 아니라 마치 아직 입장을 하지 못한 관람객들의 대기실처럼 혼잡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큰 위안이 되었던 것은 오디오 가이드였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림 앞에 서서 오디오 가이드를 귀에 꽂으면, 그림에 대한 설명이 조곤조곤 들려왔다. ... 굉장히 복잡한 미술관에서 수많은 사람과 함께 그림 앞에 서 있는데도 오직 나만을 위한 전시인 것처럼 오롯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 -p.118

 

여행을 하다 보면 온통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뿐이란 걸 깨닫게 된다. 아무리 아름답고 아쉬워도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기억하고 기록하며, 지나온 시간들을 딛고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를 위한 찬사를 준비해야할 뿐. - p.136

 

두 사람의 여행은 결국 두 사람의 일이다. 둘이 결정한다면 여행은 달라져야하며, 달라진 여행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함께하는 것은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일이었으니 우리 두 사람에게는 포기하는 것 또한 여행의 일부였다. - p.198

 

사람 사는 모습은 모두 비슷하다고 하지만, 최소한 우리가 지나온 유럽의 모든 도시들은 모두 닮은 듯 달랐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삶도 닮았을 뿐, 똑같은 삶이란 없지 않은가. -p.232

 

기대하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것들의 아름다움과 마주할 때마다 일상의 시간을 신뢰하게 된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괜찮겠구나. 거기에서 또 다른 근사한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구나. 결국 원하는 그곳에 도착하지 못한 모든 걸음들이 실패는 아니겠구나. -pp.23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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