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린 내게 큰 소리로 화를 내던 어머니를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조금 이해해 봅니다.어머니는 늘 외할머니가 정말 무서웠대요. 한번도 거역해 본 적 없고, 월급날이면 아예 집 앞에 마중나와 계시는 외할머니께 고스란히 월급을 드리는 게 싫어서 결혼할 수밖에 없었대요.어머니는 그런 자신과 달리 떡잎부터 자기 잇속을 당당하게 챙기던 딸의 모습이 싫으셨겠죠. 7남매 정중앙 넷째딸로 태어나 정서적/물적 지원 모두 부족하기만 했던 당신과는 정말 다르게 첫 손녀로서 모자람 없이 자라던 딸이라 아마도 더욱. 어느새 그날의 엄마보다 나이가 들고서도 이 책을 읽고서야 깨달았어요. 어린 내게 짜증을 내고 고함을 지르던 것은 어린 시절의 엄마였구나. 거기 어른은 없었구나. 아직도 그 어린 소녀가 엄마의 안에서 서글퍼하는구나. 한번도 엄마에게 사랑받는다고 느꼈던 적 없었던 내 어린 시절은,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그때로 돌아가 어린 엄마와 나를 모두 안아 주고 싶은 마음만큼돌아오는 추석에는 엄마를 따뜻하게 안아 드리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