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요새에 관한 명상 ㅣ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31
김원일 지음, 강웅숭 그림 / 이가서 / 2004년 11월
평점 :
재수생인 나(동생, 병식)는 한때 수재 소리를 듣다가 데모를 하다 대학에서 제적당하고 집에 내려와 있는 형을 생각한다. 무능력하고 소심한 아버지는 세속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는 어머니에게 눌려 지낸다. 나(형 병국)는 어머니보다는 아버지 쪽에 더 가까운 사람으로 산업화로 인한 공해 문제 특히 동진강 하구의 수질어염과 철새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고향에 내려와서는 강가를 돌아다니며 오염도를 측정하거나 도요새에 대해 연구한다. 나(아버지)는 생활력이 강한 아내를 만나 부산에 정착하게 되었다. ‘어서 휴전이 되어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면’ 했던 희망이 깨진 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기대를 걸었던 큰아들 병국이 대학에서 제적당하고 내려와서는 통제구역 안에 무단출입했다는 혐의로 잡힌다. 연락을 받고 가보니 병국이 병식이가 새를 독살했다고 말하며 수질오염 문제를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한다. 병식은 새를 팔아 돈을 벌고 병국은 새를 보호하기 위해 환경이론을 들먹이며 병식을 설득하려 한다. 그러나 병식은 병국을 뿌리치고, 병국은 홀로 발길을 돌린다.
나는 <도요새에 관한 명상>이라는 제목을 보아 분명 따분하고 조류 관찰일지와 같이 도요새에 관한 설명이나 늘어놓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환경오염과 물질만능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다른 소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도요새에 관한 명상>만의 특이한 점은 소설을 크게 4부로 나누어 단락마다 시점을 다르게 설정했다는 것이다. 1부에서는 새들을 잡아 팔려는 동생 병식이의 입장, 2부에서는 환경오염에 대하여 조사하고 있는 수재 형 병국의 입장, 3부에서는 부모와 형제, 약혼녀를 모두 북에 두고 온 병식과 병국의 아버지의 입장,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작가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전지적 작가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맨 처음에는 이렇게 관점이 바뀌는 소설이 드물어 생소해서 당황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여러 인물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도요새에 관한 명상>은 큰 틀에서 보면 네 명의 가족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각자 살아가는 이 네 명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이다. 병식이는 재수생이지만 공부는 하지 않고 새를 잡아 돈벌이에 급급하다. 반면, 병국이는 수재로 서울대에 입학하지만, 학생 운동에 참여해서 학교에서 제적된다. 그리고 고향에 내려와 환경 문제에 대해 홀로 싸운다. 새를 살리려고 하는 형과 그런 새를 잡는 돈을 벌려고 잡는 동생들을 보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같은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란 자식들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버지는 의식은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여 주는 소극적 인물이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올바른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어머니는 물질적 풍요를 최대의 가치로 삼고 사는 인물로서, 부동산 투기 등을 통해 일확천금을 꿈꾸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자식에게 걸었던 기대마저도 깨어지게 되자 그 자식을 극도로 증오한다.
도요새는 자유를 상징한다. 병국에게 있어 도요새는 이러한 자유의 의미를 지니지만, 병식에게 있어 도요새는 하나의 경제적 이익일 뿐이다. 현대 사회는 현실적인 이익을 위해서 또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는 선악을 가리지 않는다. 오직 이익을 위해서라면 선보다는 악을 택하는 것이다. 이처럼 <도요새의 관한 명상>은 민족적 비극의 역사적 상황과 공해 문제 그리고 물질만능주의의 삶에 대한 비판과 순수한 인간성의 회복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제 딸의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