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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범하다 -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다가 몇 달 전에 봤던 영화 방자전이 생각났다. 본래 알고 있던 춘향전을 완전히 비틀어 새롭게 재해석한 것에 흥미롭게 봤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춘향전뿐만 아니라 토끼전, 장화홍련전, 심청전 등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의심의 눈길로 보지 않았던 우리나라 고전을 뒤집어 놓았다. 어렸을 때부터 권선징악에 따르는 것이 옳다며 교육 받아온 나에게 고정관념을 깨버린 저자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맨 처음 이야기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우리나라 고전의 대표적인 효의 상징 심청전이다. 나도 평소 심청이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의문점이 많았다. 심청이는 아버지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심청이가 없는 세상이 아버지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실은 심청이가 아버지를 부양하는 것에 지쳐 표면적으로 좋은 인상도 남길 수 있는, 아버지보다는 자신을 위해 이 방법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이 책에서는 이러한 심청의 희생이 사실은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게 만든 공동체 구성원에 의한 살인이라고 한다.
내가 기억하는 사악한 장화홍련전의 계모는 사실 가부장제라는 진범을 감추기 위한 희생양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던 그대로 심청은 스스로 아버지를 위해 목숨을 버릴 만큼의 효녀는 아니었고, 장화홍련전의 계모 또한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의 악독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세상의 악한 사람들을 처벌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구했다는 이야기의 홍길동전에 대한 해석이 가장 흥미로웠다. 홍길동은 스스로를 의병이라 여겼지만 홍길동이 깨뜨려야 할 거짓과 악은 없었다. 오히려 홍길동의 침략 전쟁으로 인해 죄 없는 군사들이 죽었고, 정당한 통치 질서가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자라서 서러웠던 홍길동이 부인을 여럿 두고 자식들은 그 어머니의 신분에 따라 각기 다른 지위를 부여 받았다는 이 책의 결말만 보아도 내가 얼마만큼 홍길동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제 딸의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