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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전반은 안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무진이란 곳은 안개가 잘 끼는 곳이다. 주인공인 강인호가 무진에서 계약직 교사로 들어올 때도 아이가 죽을 때도 서유진이 병원으로 이동할 때도, 항상 안개는 그들을 따라다녔다. 처음에 표지를 보았을 때는 상큼한 표지를 보고 그래도 아주 암울한 분위기의 이야기는 아니구나 하고 안심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안개에 따른 사건 전개로 인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우울한 느낌의 문장들밖에 없어서 약간 실망했다. 하지만 중간에 행정부장이 큰 거 다섯 장이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그것이 부정적인 의미를 띄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웃어버렸다. 일명 뇌물이라는 것을 이러한 단어로 대신한 작가가 너무 귀여웠다.
연두, 유리, 민수 그 외에 모든 아이들. 특히 연두와 유리 그리고 민수가 자신이 당한 끔찍한 일들을 이야기 할 때 또한 재판에서 연두가 맞서 싸울 때는 진짜 눈물이 울컥했다. 더욱이 이 아이들이 이러한 입에 담기도 힘든 말을 하면서도 담담하다는 것이 나를 더 슬프게 했다. 말할 수도 들을 수도 없으니까 화조차 낼 수 없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같은 나라 사람인데 다른 나라 말을 하듯이 나만 다른 세계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알아들을 수도 없고 그들의 나의 언어를 모르면 대답해줄 수도 없다. 소리쳐도 누구하나 알아들을 수 없다. 그게 익숙해진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일 것이다.
후반부에서 연두의 편지는 나를 정말 울보로 만들어놔 버렸다. 연두가 청각장애인이 되는 사건, 인호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유리의 고백... 나는 이 글에서 그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너무나 순수한 아이들이라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았다. 그런데 이렇게 순수한 아이들에게 교장과 생활지도선생님이 한 짓을 생각만하면 열분이 터진다. 일반 사람이 당해도 너무 끔찍한 것을 청각장애인이라고 해서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이미 너무 늦어 버렸지만 지금이라도 교장과 생활지도선생님 그리고 이번사건을 언론을 통해 본 사람들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게 되었고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잘 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인호에게 매우 실망했다. 하지만 오히려 인호가 이러한 결정을 했기에 이 이야기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 세상의 가장들 또한 인호와 같은 결정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이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이 일이 있은 후, 가장 변한 게 뭐니? 라고 물었더니 민수가 대답했다.
‘우리도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거요.’ ]
제 딸의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