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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생트의 정원 ㅣ 문지 스펙트럼
앙리 보스코 지음, 정영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평점 :
낯설지만 강렬하고 인상적인 책.
‘이아생트의 정원‘_ 꽃 이름이자 그와 같은 이름을 가진 소녀가 불러오는 몽환적인 정원의 세계다. 자연과 식물을 사랑하는 식물학자의 풍모가 느껴지는 앙리 보스코의 글에는 프로방스의 산과 들을 향기롭게 해주는 온갖 식물들과 신비로운 자연 현상들이 묘사된다. 얼핏보면 사소하고, 중요해보이지 않는 사물과 자연에 대한 신비하고 몽환적인 묘사가 한 편의 신화나 동화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건 온전히 보스코의 문학적 디테일 덕분일 것이다.
아름답고 조용한 마을 아멜리에르 보리솔.
화자인 메장 드 메그르뮈의 시선으로 바라본 자연의 정원과 천국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 내 이름은 메장 드 메그르뮈다. 그것만 대도 사람들이 내 말을 신뢰하는 아주 떳떳한 이름이다. P14] 라고 강하게 어필한 다음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데, 그냥 믿어야만 할 것 같은 신비한 이야기들이 내내 펼쳐진다. 꿈인지, 현실인지, 상상속의 이야기인지 모를.
어느 날 메장앞에 등장한 소녀. 펠리시엔이라 이름 붙여진 소녀는 늙은 야망가 시프리행의 마법으로 영혼을 잃어버린, 텅 비어버린 소녀였다. 펠리시엔을 통해 완전한 천국, 하늘 정원을 창조하고자 했던 오만한 시프리행의 결말은 자멸의 길로 향했고, 펠리시엔은 따뜻하고 욕심없고 순수한 인간들이 남아있는 프로방스마을, 언덕 위의 ’보리솔‘에서 보살핌과 사랑으로 영혼의 위안을 얻게 된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어떤 것도 욕심 내지 않는 게리통, 게리톤 부부와 지혜로운 베르젤리앙 신부님, 충직한 집사 시도니, 현명한 목동 아르나비엘, 책임감있는 일꾼이자 이웃인 아그리콜, 그리고 화자이자 마을의 중심이 되고 있는 성실하고 깊이 있는 메장.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 모두가 ’영혼 잃은 소녀‘에게는 소중한 이웃이었다.
펠리시엔이 ’이아생트‘로 본연의 이름을 되찾는 순간, 그녀의 새로운 봄은 시작될 것이다.
🌼그 아래로 제멋대로인 풀밭을 가로지르는 아주 작은 개울이 굽이돈다. 거기 히아신스*와 황금단추꽃**이 자란다. P62
(*프랑스어로 ’이아생트‘라고 발음되는 히아신스/ ** 미나리아재비의 환한 황금색 꽃에서 착안한 속명 )
🌼저녁나절까지 우리는 얘기하고 웃었다. 기쁨을 누리려고 머리를 짜낼 일도 없었다. 그냥 거기 그렇게 있음으로 족했다. 행복감은 조약돌로부터도 생겨났고 나무들로부터도 내려왔다. P69
🌼손에 잡히는 행복을 누리는 일보다 더 나은 향유가 어디 있으랴. 보리솔에서 게리톤 내외가 숨 쉬듯 행복을 누리고 있기에 우리도 리귀제에서 그리 행복해졌다. P76
🌼“이아생트,,, ”
이아생트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가만있었다. 하지만 심연의 침잠된 고요를 뒤흔드는 생명력이 그녀의 두 눈에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보았다. 내가 거기 있었다. P388
<반바지 당나귀>, <이아생트>와 더불어 이아생트의 3부작이라 할 수 있는 <이아생트의 정원>은 앙리 보스코 특유의 상상력과 수채화같은 색감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의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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