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과거 을유세계문학전집 131
드리스 슈라이비 지음, 정지용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문학 #소설추천 #을유세계문학전집 #도서협찬

🔖“네가 무엇을 하든, 네가 어떤 존재이든, 넌 꼭둑각시일 뿐이다. 가끔 과인은 의도적으로 너를 잊어버린다. 너는 그 틈을 이용해서 교량이나 날개나, 비현실적인 꿈을 만들지. 그러면 과인은 손을 뻗어서, 너를 힘껏 흔든다. 자, 너를 봐라. 너는 꼭둑각시일 뿐이다.”
P77

<단순한 과거> 반항의 시작은 가족 내부, 아버지와 아들, 철저히 무관심하고 무기력한 형제들, 자신을 망각하고 또 그 망각하는 행위마저도 망각하는 어머니 사이의 개인적인 갈등에서 발생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갈등의 속내를 파헤쳐 가다보면 거기엔 식민통치를 당하고 있던 모로코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 부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의 횡포, 이슬람 종교 집단의 권위주의와 교조주의, 극심한 성 차별, 프랑스 식민 통치의 위선적인 정책과 이중성, 그리고 그 모든 억압과 말도 안되는 부조리한 상황 아래 길들여져 가는 무기력하고 나태하고 게으른 다수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작가 드리스 슈라이비는 1954년 첫 작품인 <단순한 과거> 발표 후 모로코 사회 내에서 엄청난 지탄과 비판을 받아야 했다. 식민 통치를 하던 프랑스에 대한 폭로와 고발을 기대했던 모로코인들에게 자신들의 치부와 썩은 환부를 드러내는 이 소설은 프랑스 식민 정권에 대한 투쟁이라는 시대적 대의와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이중적이고 권위적이며, 그 권위 뒤에 숨겨져 있던 아버지의 실체를 알게 된 주인공 드리스는 극심한 반항과 함께 결국 아버지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세상에 나온 드리스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세상에서는 ‘드리스’ 보다는 ‘핫지 파트미 페르디의 아들 드리스’ 만이 인정되고 있었고, 가족처럼 생각했던 프랑스 학교의 선생님과 친구들도 등을 돌렸다. 친밀했던 이들의 속내도 각자의 계산법에 따라 관계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다시, 아버지에게로 돌아온 드리스는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물론, 그 아버지의 도움으로,,,

인간이기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나약함의 인정과 힘의 논리에 휴전하게 된 드리스. 나름의 결말에 당도하기 위한 드리스의 ‘ 단순한 여정 ’ 이라 생각되었다.

🔖출발하자. 왜 안 되겠는가? 당신이 옳았다. 프랑스에 가서, 나 자신을 단련시킬 것이다. 사람들은 앞다퉈 나에게 체념하고 사는 낡은 삶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했다. 그렇지만, 이제 나는 사회개혁, 노동조합, 사회복지, 파업, 테러리즘과 관련된 사상의 더미 속에서 그 무엇이라도 흡수할 것이다. P360

낯설고 처음 접하는 것들은 어렵기 마련이다. 프랑스 문학 특유의 난해하고 현학적이며 몽환적인 서술은 결코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슬람 종교나 시대적 배경등 잘 알지 못했던 소재들도 소설 속 주인공의 길고 긴 독백들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였다. 하지만 완독 후의 뿌듯함! 은 분명 있다.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고전의 가치는 책장에서 두고 두고 빛을 발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