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은유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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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시선으로 대상을 포착하는 은유님 글이 좋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골랐는데, 부끄럽게도 내 안의 편견과 다투며 책을 읽어나가야 했다.

  사연이 안타깝고, 이주 노동자가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도 알겠다. 그런데 불법체류자들의 아이들에게 우리나라에서 살 권리를 보장해주면 너도 나도 들어오게 되면 어떡하지? 유럽 보면 난민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서 일으키는 문제에 대한 뉴스를 종종 들려올 때마다 두려운걸, 우리나라 복지제도가 그들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불법체류자를 받아들이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니 결론을 내리기가 조금더 쉬웠다.


  내가 뭔가를 노력해서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이 책 속의 아이들도 태어나자마자 미등록 외국인의 삶의 자리에 놓였다. 어릴 때부터 공교육을 받은 덕분에 아이들이 부모보다 한국어나 한국 제도에 더 능숙하다 보니 때론 아이들이 부모의 보호자 노릇을 한다.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학생회장이 되기도 하고, 백석 시집을 품고 다니는 문학소녀가 되기도 한다.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 고3이 되면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모든 걸 포기하고 그간의 노력을 놓아버리는 게 안타까웠다.

  한국에서 그렇게 초중고 12년을 보냈다면 우리나라 사회에서 충분히 어울려 살 만하지 않을까. 공교육의 역할이란 그런 거니까.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미등록으로 산 아이들에게 체류 자격을 부여하게 되면, 부모들이 한국에 살기 위해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을 하는데요. 그건 부모 입장에서 보면 정말 과도한 수단이에요. 한국에서 미등록 상태로 18년을 사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근 20년을 살고 있다는 것은 한국도 이 사람들을 필요로 했기 때문인 거죠. (이탁건 변호사) - P91

미등록 아동의 부모까지 국적을 주자는 것도 아니고, 체류자격을 주자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평생을 살고 공교육을 받은 아이들을 여기서 살게 해주자는 거예요.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늘 하는 이야기가 ‘이렇게 하면 다 여기에 와서 애 낳을 거다‘잖아요. 아니, 자기들 같으면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에 살겠다고 일부러 애를 낳겠느냐고요. 남의 나라, 특히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들어요. 그리고 설사 그런들 그게 뭐가 문제예요. 지금 인구가 부족해서 문제인데. (활동가 석원정)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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