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강영숙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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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내용 언급(스포)가 있어요

* 순전히 내가 꿈꾸는 수업을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수능특강 저리가. 


노동에 대한 단편을 엮은 <땀 흘리는 소설>, 관계와 감정에 대한 단편을 엮은 <가슴 뛰는 소설> 다음 시리즈로 나온 <기억하는 소설>. 창비의 기획력에 감탄한다. 교과서에 실린,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작품들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동시대의 소설을 읽으면서 아이들과 대화하고 여러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선생님들의 니즈에 딱 맞는다.


이번 소설집이 앞선 시리즈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읽기엔 힘들 수도 있겠다는 거. 재난을 다룬 이야기들이다 보니 이거 무거워서 괜찮을까, 싶었다.

나중에 엮은이들의 대화를 보니 작품을 싣는 순서를 두고도 고심했던 흔적이 보였는데, '재해지역투어버스'가 처음에 실린 게 적절해 보였다. 재난 구호에는 소극적이었던 군경이, 구호품을 둘러싼 몸싸움이 시작되자 진압하러 도시로 들어오고,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나 예방에는 여전히 무관심한 채 흑인들의 폭동만을 문제삼는 모습. 책에 실린 다른 소설들에 비해 감정적으로 덜 힘든 소설이었고 (이렇게 쓰니 내가 약간 싸패 같네. 소재가 소재인지라 상대적으로!! 그랬다)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 남자애들이랑 읽기에 가장 적절한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ㅡ몰, 임성순 中

재난의 이미지가 가장 선명해서 끔찍했던 작품은 몰. 주인공이 구하지 못한 손이 나올 때 정말 나도 모르게 아, 탄식했다. 세월호를 연상하게 하는 마지막 문장에도 마음이 쓰리다.



  • 아가씨, 내 딸도 그날 배에 있었어요. ㅡ미카엘라, 최은영 중

어떤 작품을 읽든 꼭 세트로 같이 읽히고 싶은 작품은 <미카엘라>. 누구에게나 오래도록 따뜻한 엄마와 냉소적인 딸 미카엘라. '함께 힘을 모아 무엇 하나 바꿔보지 못한' 나로선 실은 딸에게도 공감이 많이 갔다. 딸네 집에 신세지기가 미안해 찜질방에서 하룻밤 머무른 엄마가 우연히 만난 노인을 따라 광화문으로 나선다. 노인은 자기 친구를 찾으려 하고, 노인의 친구는 (아마도 세월호에서 죽은) 손녀딸 미카엘라가 죽은 이유를 찾으려 한다. 딸 미카엘라는 엄마를 찾으러 나갔다가 엄마와 똑같은 행색으로 '내 딸도 그날 배에 있었다'는 걸 '잊지 말아달라'는 여자를 만난다. 연대에 대해서 이렇게 치밀하게 문학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이 소설 또한 아픈 이야기지만 꼭 '샘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데요?'를 재촉하는 아이들과 읽고프다.

비슷한 맥락에서 '하나의 숨'도 좋았다. 내가 숨쉴 때마다, 플라스틱 공장에서 현장 실습 중에 변을 당하고 실낱같이 살아만있는 고등학생 하나의 숨과 섞이고 있다는 걸 자각하기.


'구덩이'나 '방'도 그 상징적 의미와 작품 속 수수께끼들에 대해 많은 질문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이다. 요즘 수능특강 수업만 하다보니 나도 약간 작품에 대한 각종 정보와 문단의 해석을 애들한테 때려넣는 느낌이고 애들도 그냥 생각없이 받아적고 시험공부하는 느낌인데, 질문하게 하고 아이들의 해석을 듣는 상상만 이리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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