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 중국을 만든 음식, 중국을 바꾼 음식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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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알려진 중국의 여러 모습 중 하나는 '산해진미'의 나라이다.

넓은 영토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와 그 것들을 이용해 다채롭고

품격있는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높은 교양이 선제조건인

이 산해진미는 오랫동안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인식되어왔고
은연중 우리의 인식 속에서 중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일조해왔다.


허나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중국이 과연 진짜 중국일까?

서문에서 던진 저자의 도발적인 질문처럼 중국을 대표한다고 생각했던

이 음식이라는 소재로 다시 바라본 중국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일례로 책에서도 언급되는 실크로드가 있는데, 그간 우리의 관념 속에서

실크로드는 '중국 하이테크놀로지의 정수인 비단이 서방으로 수출되던

일방적인 루트'였다.

허나 무역은 결국 교환인데 그로인해 중국이 수입한 서방의 물자는 무엇이었을까?

정말 중국이 그들 스스로 주장하는 것처럼 자급자족이 가능한 아쉬울 것 없는

경제대국이자 문화강국이었다면 어째서 손해보는 장사였을 이 무역루트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심지어 바닷길까지 개척되며 활성화되었던 것일까?


또 현재 중국 육류 소비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사랑받으며
우리에게도 중국음식을 대표하는 식재료로 알려진 돼지고기가
겨우 명나라시대에 이르러서야 황제의 식탁위에 올라올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이와 달리 현재 중국 육류 소비량 중 겨우 3퍼센트에 불과한 양고기는

중국문화의 정수인 한자에서 돼지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쓰였을 뿐더러

명나라 이전까지의 문헌에서는 중상층 이상이 즐겨먹던 식재료로 대표되었는데

어째서 중국인의 식성인 양고기에서 돼지고기로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 뒤바뀐 것일까?

 
이처럼 저자는 음식이라는 소재로 중국을 볼 때 그들이 자랑하는 음식문화가

사실은 서역 북방 유목민 중원의 한족 남방의 묘족이 광범위하게 섞이면서 탄생한

융합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중국의 실제 역시 이처럼 시종일관 주변민족과의

교류 속에서 부침을 거듭해온 정상적인 보통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일 뿐

그들이 주장하는 허상 속의 중화주의는 없다는 것을 폭로하고 있다.



몇년 전부터 슈퍼차이나, G2, 중국몽 등 호들갑을 떨며 중국의 선전활동을
자청했던 우리나라 언론과 정치인들이 곧이어 터진 중국주식폭락과
미중무역전쟁에서의 일방적인 수세 앞에선 꿀먹은 벙어리인 것처럼 입다물고 있는

작태를 보이는 것을 보고 과연 우리가 아는 중국과 중국의 실상은 얼마나 다른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 주변에도 슈퍼차이나라는 KBS의 중국찬양방송에 혹 해

중국에 투자했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좋든 싫든 중국과 이웃나라로 살아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이제는 차분하게 중국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분위기가 더 널리
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가 중국이 주장하는 중화주의 대로 그들을 봐줘야 하는가?



이 책은 음식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로 중국의 생활사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중국을 인식하는 관점, 나아가 역사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까지
해주는 유익한 책이다.



저자의 다른 저서들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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