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a 코다 - 조현일 건축 에세이 코다 시리즈 1
조현일 지음 / 접힘펼침(enfold)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건축 비평과 실험주의의 이상은 건축적 패러다임을 건축학의 신성한 규범 전반에 걸친 불법적 절단과 무단침입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건축 프로젝트의 목적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나 규범적인 가치관으로 자리잡은 그 무엇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기 위하여 기존의 건축 관행을 점검하는 제스츄어이다.  이에 대하여 예술 또는 건축의 활동을 우리들의 동시대적 상황에 대한 특정 방식의 반성적 비판의 태도로 생각해 보는 것이 우선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인문학적 건축가들을 원용하지 않고 건축의 구축과정을 입증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일 것이므로 건축학의 접근법과 경로는 자기비평의 동인으로 작동하면서 외삽의 프로세스를 통해 끊임없이 건축외의 분야와 교차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건축의 외삽이 건축 디자인과 사유의 방법론을 이끌어온 견인이자 촉매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건축방법론상의 중첩과 교차로 제기된 불안은, 특히 건축학에 있어서의 자체시장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하는 기존의 자본주의적 건축제도의 수세적 자세로부터 발생되고 있었으며 이는 건축비평가들에게는 땅에 고개를 뭍고 있는 타조와 같이 공격적 비평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우리가 건축학을 시대정신 혹은 세계정신과 세계관의 구성을 반영하는 규범적 제도로 고찰한다면, 육체정치학에 대한 미셸 푸코의 추론적 해체주의와 인식의 추상공간에 대한 앙리 레페브르의 변증법적 인식을 건축학적 비평의 동인으로 적용하는 것이 합당할 수도 있겠다.  또한 추상의 인간적, 비인간적, 혼성적 육체를 건축학적 공간점유의 기본단위로 설정한다면, 공간측정의 육체정치학개념을 건축학의 규범제도와 협상하여 생산적 비평을 유발시키는 촉매로 전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다0511'에서는 이러한 논의의 단초를 찾기위해 건축적 외삽의 방법론에 기대고 있다.  첫번째 에세이 '사이보그'에서는 인간의 감각기관, 즉 운동을 유발하는 지각운동성, 외수용기 감각기관, 자기수용감각기관과 내부감각기관의 기능을 고찰하며 들뢰즈/가타리적 '기관없는신체'와 슬라보예 지젝의 '신체없는기관'의 개념을 푸코의 '양순한 육체'의 거울에 비추어보면서, 육체정치학상의 신체의 개념이 건축적 공간을 점유하는 양상이 어떤 변천과 자기조직적 변혁을 이루었는지 살펴본다.  결국 논의는 로보트나 사이보그와 같은 하이브리드적 신체로 확장되어 해러웨이의 '페미니스트 사이보그 이미지'의 개념이 건축의 외삽적 방법론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한다.  두번째 에세이 '모뉴먼트와 기억'은 앞서 다루었던 외삽의 논리가 융 정신분석에서 어떻게 확장 연계되어 건축가가 모뉴먼트를 제작하는 프로세스에 전용될 수 있는가를 다룬다.  짐 켐벨의 '기억기계', 영화에 나타나는 사이보그의 이미지와 이들의 인간성이 아티팩트로서의 기억에 의해 정의되는 부조리, 들뢰즈의 '추상'의 개념과 다이어그램, 롱고의 조각작품을 증례로 다루면서, 인간정신이 단일개체가 아닌 시대정신적 집단 아이덴티티로 존재하며, 감정발화에 집단무의식이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찰한다.  특히 들뢰즈의 '추상기계'의 개념이 타틀린의 '제3인터내셔널을 위한 모뉴먼트'에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고 인간의 신체의 이미지와의 유사성을 비교함으로써 모뉴먼트가 집단무의식, 감정의 발화와 인간의 공통의 지식베이스, 그리고 철학적 레퍼런스와 어떠한 공통분모를 가지는가를 논의한다.

지은이 조현일은 서울대산업디자인을 졸업하고 브리티시콜럼비아대학 건축학과를 마친후 들뢰즈철학과 건축비평의 소통을 공부하고 있으며, 유진 홀랜드의 '프로이트의 거짓말', 존 라이크만의 '들뢰즈건축', 브라이언 마수미의 '천개의고원 사용자가이드'의 역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