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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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창비

 

백온유 작가의 전작이 꾀나 마음에 들었던 만큼 신간 소식이 반가웠다.

또 어떤 이야기로 가벼운 흥분과 설렘을 줄까 하고 말이다.

인수는 옥탑방에 사는, 다른 이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얼어붙은 존재들을 느끼는 외로운 청년이다. 어느 날 우연한 만남으로 알게 된 가출 소년 이호에게 곁을 내어주게 된다. 나와 그 시절 함께 한 이들과 닮아 있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렇게 인수의 그 시절 이야기가 시작된다.

뉴스에서나 접했던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다양한 아이들이 함께하고 스쳐 지나고 나름의 사연으로 얽히다 커다란 사건으로 치닿는다.

 

경우 없는 세계. 아무런 정보 없이 책장을 펼치며 왜 작가는 제목을 이리 지었을까 했다. 친절하지 않은, 부조리하고 경우 없는 세계를 이야기하는 거라 어림짐작하며 말이다. 경우 없는 세계는 경우가 없는 세계이기도 하다. 경우가 없이 혼자 남겨진 세계.

경우는 무엇이었을까? 한 조각의 양심, 희망이었을까? 그래서 경우가 없는 세계는 인수에게는 여름에도 냉기를 느끼는 세계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절망적이지 않다. 경우가 없는 세계에서 인수는 또 다른 경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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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샤 창비청소년문학 117
표명희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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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문제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고 있지만 피부로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저 사진으로 뉴스로 접한 게 전부였다. 종교 분쟁, 내전이 끊이지 않아 전쟁을 피해 세계 각지로 떠나지만 난민 신분을 인정받고 수용되는 일은 녹록치 않다는 것, 그 사이 목숨을 잃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난민이 되기를 선택한다는 것.

<버샤>는 버샤와 가족들이 난민 인정 심사를 위해 국제공항에서 체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첫 장에서 펼쳐지는 가족들의 이야기에서부터 거리가 느껴졌던 이질감은 숨겨왔던 비밀과 함께 조금씩 걷어진다. 무겁지 않게 난민 이야기를 들려주는 <버샤>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꿈과 희망을 찾아 조금씩 발검음을 옮기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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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이길보라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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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공감은 훼손되었다.

책표지에서 부터 던져진 말은 강렬했다.

제목도 그러하다.

선뜻 손을 내밀어 책을 펼치기 주저하였다.

다 읽고 나서야 제목이, 책표지 디자인이, 저자의 사진의 부재가 이해되었다.


작가는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고요와 소리의 세계를 오가며 자랐다. 코다이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과 철학을 글로 쓰고 영화로 만드는 이다.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음성언어를 말할 수 있는 작가는 얼굴표정과 손을 움직여 말하는 부모를 경유하여 이 사회를 바라본다. 그건 좀 괜찮은 일이라 말한다.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내기 가진 오랜 고통을 떠올렸다. 솔로몬왕이 요술 지팡이를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내게 묻는다. 나는 고통은 없애되 그 경험은 그대로 가지겠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좀 괜찮은 일이다.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므로.


책은 두 편으로 나뉜다. <나를 만든 세계>와 <나와 우리가 만드는 세계>가 그 것이다. <나를 만든 세계>에서 코다로서의 삶과 세계가 펼쳐진다면 <나와 우리가 만드는 세계>에서는 소재와 생각이 확장된다. 우리 속에 있는 장애에 대한 편견뿐 아니라 재일한국인, 여성, 소수자, 영케어러...에 대한 무심하고도 아무러하지않게 공감한다 여겼던 착각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소중하다. 나를 일깨워주는 쓴 소리가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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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크 나비 반올림 50
김혜정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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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단편집이란 정보 외에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기에 책 제목만 보고는 전혀 내용을 짐작하지 못했다. 그런데 뒤표지 추천사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 죽음에 관한 여섯 개의 이야기가 있다.’

청소년을 위한 문학인데 죽음이라니.

읽는 내내 우울한 기분에 침전될까 두려운 생각이 들어 선뜻 책장을 펼치기가 꺼려진다. 여섯 개의 죽음이라니.

그러나 김혜정 작가는 6개의 죽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충격을 주며 우리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지도

죽음을 선택한 아이들의 잘잘못을 말하며 책망하지도 않는다.

상처투성이 아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생채기를 날 것으로 드러내지도 않는다.

상처를 보듬고 어루만진다. 살아남은 사람들, 죽음을 옆에서 겪어낸 사람들의 상처 또한 잊지않고 보듬을 줄 안다. 죽음을 겪어보지 않은 독자에게 위안을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이들 속에서 함께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세히 살피지 않은 사람은 쓸 수 없는 글이다.

그래서 김혜정의 단편집은 의미가 있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닮아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청소년을 흉내 내어 쓴 글이 아니란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청소년으로 살아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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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효숙의 리넨 + 거즈 DIY - joy of making
배효숙 지음 / 동아일보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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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하고 처음 잡게된 바느질. 

그 처음은 아이 의자 방석이었습니다. 

맘에 드는 원단을 사서 혼자 만들어보다 여의치않으면 수선집에라도 맡겨볼 요량이었던 것이 

바느질의 세계에 들어서는 마법의 문이었던걸 그때는 몰랐지요. 

하나둘 만들던 소품에서 아이옷 만들기로 옮아가면서 만나게 된 배효숙님의 책들은 

제게 한층 높아진 작품들과 안목을 안겨주었네요. 

따끈 따끈한 네번째 책은 양재와 소품을 두루섭렵하는 종합선물상자같은 책입니다. 

린넨과 거즈가 주는 자연스러운 매력이 제대로 작품들에 녹아있네요. 

예전의 책들과 다르게 작가의 짧은 글까지 곁들여져 한권의 에세이로 다가옵니다. 

때로는 공감하고 한편으론 작가의 일상도 엿보면서 단숨에 페이지가 넘어가는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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