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를 읽었다. 공간적 배경은 페루. 군 복무중 성욕을 참지 못한 페루의 군인들은 부대 인근에 사는 여성들을 성폭행한다. 이에 군 수뇌부는 판탈레온 대위에게 특별봉사대를 조직하라고 명령한다. 이 조직은 성폭행 발생을 막기 위해 장병들의 성욕을 해소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조직원의 주요 구성원은 매춘부이다.

  해설에 따르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당시 페루의 정치·군부를 비판하고자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나는 이 해설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내가 책에서 느낀 바와는 상당히 달랐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성 인권에 대해 생각했었다. 또 우리나라의 성 노동자와, 수요일마다 아픈 역사를 알리고 계신 할머니들을 생각했다.

  그러니까 헤아림이란 것을 생각했다.

 

 수잔 손택이 <타인의 고통>에서 말했듯 고통은 당사자 고유의 것이다. 공감은 불가능하다.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과 그 정도에 따른 짐작만이 가능할 뿐이다. 그것이 바로 헤아림이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생각했다. ‘대체 사람들은 다른 이의 고통을 헤아려보기라도 할까’.

 

 주인공 판토하 대위는 이상적인 인물이다. 자신의 대원들, 즉 성 노동자로 대표되는 이들의 권익을 철저히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만 하기, 건강 검진, 안정적인 수익 등. 하지만 현실에는 판토하 대위가 없다.

  최근 대학가에 대자보 열풍이 불었다. 한 성 노동자의 대자보 또한 SNS를 통해 퍼졌었다. 자신도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힘든 현실에 대해 호소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출근할 내일. 아픈 몸을 이끌고 갔지만 자신을 성욕 해소 도구로만 보는 사람들. 벌레 취급하는 사람들.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더 가슴 아픈 건 사람들의 댓글과 반응이었다. “x 가방 사려고 몸 파는 거면서”, “자기가 선택한 일이면 그 정도 각오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용기 내어 자신의 고통을 말하고, 알아달라고 하고 있는 데 사람들의 반응은 그랬다. 한번이라도 경험이 있는 사람을 알 것이다. 섹스라는 행위들에 대입하여 생각해 볼 때, 만약 전혀 원하지 않지만 꼭 해야 한다면.
 
  소설에서 군 수뇌부는 장병들이 성욕을 참는 게 고역이라고 생각하고, 그 고통을 헤아려 특수 조직까지 설치해 준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도 그래서 그러한 만행을 저질렀나보다. 성욕의 해소와 군이라는 이름의 정당화가 과연 어울릴 일일까.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측은 늘어만 가고 끝까지 우기기만 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어이없을 뿐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위안부 결의안에 정식으로 서명했다. 정부는 위안부 관련 기록을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한국만화기획전 조직위원회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만화 17편을 ‘2014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 출품한다고 한다.

  결말에서 특별봉사대 운영 사실은 만천하에 까발려지고 판토하 대위는 불명예 제대만을 간신히 면한 채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간다. 이 때, 판토하 대위의 모습은 성 노동자나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과 비슷하다. 당장에 필요하니 쓰였으나, 버려졌다.
 
  누군가의 고통을 100% 이해할 수는 없다. 아무도 그러지 못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왜 끊임없이 사람들이 호소하는지, 아프다고 말 하는지. 그리고 다가가 보아야 한다. 독서를 통해서든, 자원봉사를 통해서든, 최소한의 검색을 통해서든 해보아야 한다.
 
  군 조직 특성을 잘 알수록 소설의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이 단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