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말의 철학 - 소크라테스부터 사르트르, 공자부터 틱낫한까지
이일야 지음 / 김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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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이 책은 철학자들의 '마지막 말'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선 우리가 생활과윤리/윤리와사상 시간에 질리도록 들었던 철학자들의 이름을 줄줄이 찾아볼 수 있다.

나는 미션 책으로 철학책을 자주 고르곤 하는데, 철학책은 사유의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 유일하게 머릿속을 가라앉혀주는 책. 이러한 이유로 나는 철학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정보의 지배>에 이어 이 책을 골랐고, 가볍고도 묵직하게 읽기 딱 좋았던 것 같다.

(책 날개 부분에 작가 소개를 보았더니 우리 학교 동문이셨다. 괜히 반가워서 책을 더 열심히 읽었던 건 안 비밀...)

사람들이 많이 아는 철학자 이름을 나열해보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퀴나스, 니체, 공자, 부처, 이황, 이이... 이 모든 이들이 이 책에 다 나온다면 믿겠는가. 이들을 포함해 무려 30명의 철학자를 살펴볼 수 있다. 딱, 우리가 지루해지기 전까지만 말이다.

'너 자신을 알라'가 사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가? 저 말은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것으로, 심지어 <그리스 철학자 열전>에는 이게 탈레스의 말로 기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구절은 소크라테스의 태도와 매우 잘 어울린다. 누군가 소크라테스에게 너는 너 자신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모른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저 두 문장을 얼마나 철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지 그야말로 오싹해지고야 말 것이다. 안다는 건 무엇일까. 그렇다면 모른다는 건 또 무엇일까. 그럼 '나'는 또 무엇일까.

아무튼 소크라테스는 이런 태도로 권력자들에게 미움을 사 결국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법정에 선다. 당시 배심원 투표 결과 280 대 220으로 소크라테스의 유죄가 확정되었는데, 배심원들은 '철학하는 삶을 그만둔다면 석방하겠다'라는 요구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그는 이 요구를 거절하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음미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

거의 자동반사적으로 감탄사가 나오는 구절이다. 철학자에게 삶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선 음미와 사유의 과정이라는 것을 뜻하는 문장이다. 그는 자신의 무죄를 이야기했으며, 결국 배심원들에게 미움을 사 사형에 처해진다. 그리고 여기서 오류가 하나 더 있는데,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유언이 '악법도 법이다.'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는 대신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옳지 않은 일에 결코 복종하지 않겠다.

소크라테스의 말에 따르면 철학은 결국 나의 무지를 자각하고 음미하고 사유하는 길이다. 이렇게만 봐도 흥미를 돋우지 않는가? 나머지 29명의 철학자는 죽기 전에 무슨 말을 남겼을지, 책으로 직접 확인해보시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이번 미션 책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고 또 자주 열어볼 것 같은 책이다.

철학은 즐겁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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