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연주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99
피터 H. 레이놀즈 지음, 김지혜 옮김 / 길벗어린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마음을담은연주

제목과 같이 ‘마음을 담은 연주’라는 것은 
누군가와 음악, 연주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감동을 전하는 거겠죠?
라지를 통해서 제가 애착했던 음악에 대해 들여다보고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사실 저도 마음과 정성으로 연주한 적은 많지만,
목적이 아닌 라지와 같이 정말 누군가를 위해 그 사람만을 위한 연주는 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첫 아이를 임신하고 태교로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 “첼로” 였죠.
태교를 위해 악기를 배우고 연주한다고는 했지만 아마도 피아노 건반이 지겹고 현에 대한 로망을 이루고픈 저의 사리사욕이었겠죠.

이제 라지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라지는 어느 날 오랫동안 거실 한켠에 있던 피아노 건반을 누리기 시작했어요.
그 소리가 맘에 들던 라지는 손이 가는대로 하고픈대로 건반을 눌렀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라지는 자신이 표현하는 자신만의 소리와 음악에 즐거워했죠.
라지의 아버지는 배우지 않아도 아름다운 소리로 연주하는 라지에게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본격적으로 선생님을 구해 레슨을 시작하게 되고 라지는 열심히 연습했고, 소리는 점점 더 맑고 정확해지죠.
아빠가 아는 곡도 더 많이 연주할 수 있게 되었지만 라지는 싫증을 느끼고 결국엔 피아노 뚜껑을 닫아버립니다.

라지는 아버지의 간섭이 시작되는 순간 자신만의 자유롭고 즐거운 감정을 잃게됩니다.
화려하고 즐거웠던 무지갯빛 삶이 멈추고
어둡고 지루한 무채색의 삶이 시작되었죠.
아버지 집에도 다시 적막이 가득하게 되었어요.
어느 날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전화를 받게 되고
자신이 해드릴 수 있는 일을 여쭈자 아버지는 나를 위해 피아노를 쳐줄수 있 해줄 수 있겠냐고 묻습니다.

라지는 아버지를 위해 연주할까요?
둘은 다시 예전의 그 자유롭고 즐거웠던 소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아... 
이 책을 읽고 나서 여러가지 만감이 교차했어요.
마치 어린시절 저의 아버지와 저의 모습이 투영되어 라지의 마음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어요.
피아노를 처음 사주시던 날, 오케스트라 클래식 레코드 수십장을 들이신 것, 나의 연주를 들으며 흡족해 하시던 날과 석연치 않아 하시던 날..
철이 들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었지만, 동시에 저 또한 여전히 아이들에게 이런 실수를 종종 범하게 됩니다.
호기심에서 그리고 즐거움으로 확장되어 가는 과정에 어른들은.. 아니 저는 그것을 응원하며 좌시할 수 많은 없는 이상한 투지력에 틀에 박힌 체계적인 규칙을 강요하게 되네요.

피터 레이놀즈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 중의 한분인데 특히나 아이들의 (자신의 순수했던 어린시절의 이야기 또한) 창의. 예술을 응원하며 그림이 단순하지만 깊은 의미의 여운과 잔영이 많이 남는 책들이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번 책도 약간의 수채화로 라지의 감정을 따라가며 아름답고 자유롭고 즐거움에 대한 표현은 오색빛으로 
반면에 좌절감을 느끼는 부분에선 무채색의 선과 어두움만으로 라지의 심리를 잘 표현했어요.
전 마치 느끼는대로의 후편인 ‘음악’의 이야기 같이도 느꼈는데요.
작가님만의 독특한 느낌과 색깔, 그리고 화려하지 않고 장황하지 않고 느낌으로 충분히 와닿는 그림책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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