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현자의 말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너북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전부 버리고 내딛어라, 온몸으로 뛰어들어라 발을 내딛어라. 지금 그 자리에서 지금 그 지위에서 손에 든 것을 모두 내려놓고 내딛어라.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걸음을 떼어라, 차라리 뛰어라. 물론 두렵겠지, 그래도 가라. 가야 한다. 멈추지 마라, 끊임없이 나아가라. 온몸으로 뛰어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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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안 -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9인의 단편집
미야베 미유키 외 지음, 한성례 옮김 / 프라하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평소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도전을 했다. 이 책을 단번에 선택하게 된 계기는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에 대한 신뢰와 그리고 표지에 그려진 강렬한 눈동자였다.

혈안은 우리나라에서 화차로 유명한 미야베 미유키를 비롯하여 총 9인의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의 단편집이다.

일단 ‘50‘이라는 숫자를 키워드로 삼아 각각의 작가가 ’50‘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나중에 이것이 일본 추리소설의 명가인 카파노블스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라는 것을 알고 기념 혹은 헌정소설이라기엔 너무나도 뛰어난 작품들이라는 것에 놀랐다.

 

9편의 소설 중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세가지 정도 꼽아보자면 물론 미야베 미유키의 혈안과 미치오 슈스케의 여름의 빛그리고 오사와 아리마사의 ‘50층에서 기다려라라고 얘기하고 싶다.

 

혈안(血眼)’ 은 어쩐지 무서운 제목과는 달리 에도시대 어느 시골 마을의 오래된 전설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 한 느낌의 소설이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나타난 따뜻한 표현과 감정이 신선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도대체 혈안이 뭐지? 뭘까? 하는 호기심만으로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미치오 슈스케의 여름의 빛은 불꽃축제가 한창인 더운 여름에 찍힌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된 오해와 갈등을 다루고 있다. 아름다운 불꽃 축제와 여름이란 계절에 대한 묘사가 잔잔하면서도 섬세하다. 그리고 주인공 의 용기 없음과 강자와 약자를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이 때론 나 스스로에게까지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게 한다. 완다와 오이할멈의 싸움 한판이 이 소설의 백미라 생각한다.

마지막은 오사와 아리마사의 ‘50층에서 기다려라

이 작품은 단숨에 읽고 나서 뒷머리를 한방 맞은 듯 멍한 기분이 들었다.

머리도 좋지 않고 연줄도 없고 누구에게나 있을 정도의 배짱뿐인요즘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위트가 넘친다.

 

이외에 아야쓰지 유키토의 미도로 언덕기담- 절단’, 시마다 소지의 신신당 세계일주-영국셰필드’, 모리무라 세이치의하늘에서 보내 준 고양이’,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눈과 금혼식’, 다나카 요시키의 오래된 우물’ , 요코하마 히데오의 미래의 꽃까지

어떤 한 작품도 지루한 내용이 없고 각각 전혀 다른 장르에서 ‘50’이라는 숫자에 아주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에 새삼 놀랐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과 호기심으로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때로는 작가가 주는 메시지에 가슴이 찡하기도 하는 9편의 보석 같은 작품들.

2013년의 첫 책으로 이 혈안을 고른 것에 대해 스스로 무척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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