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3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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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주의**

「악의 여왕」을 받은 지는 꽤 되었는데 시리즈물의 세 번째 책이다 보니 도통 앞부분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바쁜 와중에도 「악의 여왕」 이전 내용인 백 번째 여왕과 불의 여왕을 내리 읽었다. 평소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좋아해서 즐겨 읽는 편인데 백 번째 여왕 시리즈는 이야기의 볼륨도 크고 세계관도 탄탄해서 가벼운 로맨스 판타지 느낌이 아닌 게 좋았다.

특히 시리즈 초반에는 칼린다가 끊임없이 안팎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초반 부분을 헝거게임과도 비교하는 평들이 있는데 헝거게임 시리즈도 무척 재미있게 읽은지라 공감이 갔다. 캣니스와 칼린다 둘 다 생존을 위해 싸우며 전사로서의 매력이 부각된다는 점이 있어서인 듯하다. 긴장감 있는 대결을 보면서도 결말이 예상되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아무튼 칼린다의 주체적인 면은 꽤 마음에 들었다.

 

1, 2권이 칼린다의 성장과 모험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3권에서는 로맨스라인이 더 두드러지는데 데븐과 아스윈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칼린다를 보며 같이 혼란과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아! 이 기분은 마치...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고뇌했던 그 기분과 같다. 대부분 데븐을 지지하겠지만 이상하게 아스윈이 끌리는 이유는 뭘까? 역시 얼굴? 아스윈도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사람이라 동정표가 들어간 것 같기도 하다. 칼린다도 마찬가지고. 3권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서사를 떠나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스윈을 좋아한다. 하지만 데븐을 사랑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메인 남주와 서브 남주가 갈리는 삼각관계 구도의 글에서는 거의 서브 남주를 지지해서 더 괴롭다. 게다가 마지막 부분에 데븐이 그렇게 사라져 버리니 힘의 균형이 확 기울 수밖에...데븐을 추억하는 칼린다 앞에서 나의 킨드레드로 선언하고 싶은 이름은 오직 하나라 말하는 아스윈을 보니 그저 마음이 짜디짤 뿐이다.

 

그래도 다음 권에서는 데븐과 칼린다가 어떻게 될지, 또 내 픽인 아스윈과 얽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몹시 궁금하다. 읽다 보면 예측은 되지만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는 더할 나위 없이 빠른 백 번째 여왕 시리즈, 그 세 번째 「악의 여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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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 강한 시나리오 쓰기 - 아이디어 구상에서부터 시나리오 계약까지 알려 주는, 개정 증보판
레이 프렌샴 지음, 제임스 조 옮김 / 시공아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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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 강한 시나리오 쓰기>는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시나리오가 어떻게 쓰여져 실제로 어떻게 영화시장과 만나는가'에 중점을 둔 책이라는 설명처럼 이 책은 시나리오의 창작뿐만 아니라 저작권이나 계약, 영화계의 구조에 대해서까지 설명하고 있어서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더 좋은 점은, 비단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창작 쪽에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종류의 작법서를 읽어보았는데 <실전에 강한 시나리오 쓰기>에는 소설 작법서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도 그대로 녹아있다. 영화나 소설 둘 다 서사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나리오의 특성상 소설 작법과 약간은 다른 부분이 있다. 영상과 텍스트라는 부분이다. 이 책에는 소설 작법서가 원론적으로 다루는 부분들은 다 포함되어 있고, 거기에 더해 영화에 쓰이는 기법들과 용어, 글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방법들이 부가적으로 들어있어서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라면 정보를 더욱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의 장점은 풍부한 예시이다. 각 장에서는 내용을 설명하며 기존의 영화들을 예제로 끌어와 풍성하게 설명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으며 반가운 영화 제목들을 많이 만날 것이다. 가물가물하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영화들을 분석적 관점에서 접근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런 예제 말고도 연습문제, 인사이트 등 간략한 화두와 정리된 정보를 제시해 읽은 내용을 바로 적용해볼 수 있게 돕는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창작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분석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책이기도 하다. 더불어 흥행한 영화들과 그렇지 못한 영화들의 차이를 고찰해보며 나름의 안목도 더 늘어난 것 같다.

책 볼륨이 상당하다 보니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꼼꼼하게 읽고 나면 그만큼 남는 것도 많은 보석같은 책. 변변한 글솜씨가 없는 나로서는 읽고 나서 감탄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시나리오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추진력을 얻을 것이다. 정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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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의 기담 -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오정희 지음, 이보름 그림 / 책읽는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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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배어나고 마는 한恨,그 야릇하고 슬픈 이야기들.

 

오정희 작가님의 작품 중 '중국인 거리'와 '새'를 감명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기담>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읽다 보니 어라?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들이다. 급한 마음을 추슬러 다시 서문으로 돌아가보니 까닭이 거기에 숨어 있었다. <기담>의 이야기가 익숙한 이유는 이 이야기들의 근원이 [강원설화집]에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설화는 우리와 그리 멀지 않았기에 어디선가 낯익은 느낌이 들었나보다.

또한 서문에서 더 중요한 안내가 있다. 

-인생은 저마다 고유하게 빚어가는 자신만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승해지는 이즈음 앞서 살아간 사람들, 그들의 시대와 세상이 한결 애틋하고 가깝게 다가온다.

이 대목을 읽지 않았더라면 <기담>을 흐르듯 읽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문을 읽음으로써 책에서 알싸하게 묻어나는 옛 향기들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이야기마다 나타나는 여인들의 고통을 한恨으로 해석하지 않으려 했으나, 결국은 배어나 버리고 마는 그 슬픔이 옛사람들의 생생한 삶이리라.

<기담>은 이 짙은 슬픔을 깔끔한 말맛으로 버무려낸다. 재료의 독을 빼고 그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차려내는 글솜씨가 참 좋다. <기담>을 읽는 다른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그저 무디게 소화시키지 않고, 옛 여인들의 슬픔을 음미하며 천천히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삽화도 책맛을 더욱 살린다. 서정적이고 고즈넉한 그림들만으로도 책을 읽는 기쁨이 더해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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