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민트문 ㅣ 사계절 1318 문고 133
탁경은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평점 :
탁경은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 민트문은 아름다운 책 제목 만큼 청소년의 다채로운 삶의 모습들을 비춰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기성세대가 잘 들여다볼 수 없는 내밀한 부분을 엿보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내가 만나는 청소년들도 또래 안에서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저런 고민을 가지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이 소설집은 그 시기를 걷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다양한 청소년의 삶과 관련된 소재를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팬픽 소설을 쓰는 주인공, 손에 난 사마귀가 고민이라 자꾸 뜯어 대는 주인공이 겪는 엄마와의 갈등, 집의 냉랭하고 답답한 분위기가 숨막히지만 모기가 나타나면 일순간 단결되는 유쾌하게 그린 현대 가족, 그리고 정말로 삶이 꼬일대로 꼬여버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게 되어버린 동욱이의 이야기까지. 단숨에 읽었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빠져들어 읽었다.
가끔은 유쾌하게, 때로는 안타까운 시선을 담아 글을 적어내려간 탁경은 작가님은 그 마음결이 청소년의 그것과 밀접하게 닮아 있으면서도 어른의 숨결이 묻어 있어서 좋았다. 너무 잰체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그 마음이 잘 느껴졌다. 그중에서도 가정 폭력에 의한 피해자일지도 모르는 동욱이 사건에 휘말리어 희망의 끈이 끊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아동학대, 가정폭력을 막아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교육을 받지만 일상에서 폭력에 노출되는 학생들을 어떻게 보듬어 주면 좋을지에 대한 먹먹한 마음이 머리속을 가득채웠다.
또 한 이 책에 수록된 첫 작품인 "지금은 생리중"은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여학생들이 겪게 되는 보편적이고 당연한 "생리"를 당당히 드러내고 있다. 주인공이 겪는 생리통, 그리고 갑자기 학교에서 생리가 시작되었을때 서로 주고 받는 암호 같은 말들, 생리통처럼 겪게되는 친구 사이의 갈등을 청소년의 시선에서 잘 전달해주었다. 글 속 주인공의 친구인 "빨강 박사"가 당당히 남학생들 앞에서도 생리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에서 어른인 나도 생리는 숨길것이 아니지! 하는 맞장구를 치게 만들었다. 나중에 나의 아이가 크면, 꼭 한번 읽어보도록 해주고 싶다.
이 단편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민트문을 읽으면서 나는 다시 소녀로 돌아간것 같았다. 이 책에 묘사된 주인공 처럼 청소년기에 좋아하는 가수가 있었고 팬픽도 읽고 쓰고 마음아픈 일도 겪어봐서 그런지 남 이야기 같지 않고 왈칵 눈물이 쏟아질뻔 하기도 했다. 그 만큼 작가님이 소재를 깊이있게 다룬다는 반증일 것이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많은 소년 소녀들에게 이 책을 방학 때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