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 사계절 1318 문고 113
모리 에토 지음, 고향옥 옮김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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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그런 게 아냐.
다들 그래. 여러 가지 물감을 가지고 있어.
예쁜 색도 추한 색도.”

사람은 부지불식중에 누군가를 구하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한다.
이 세상이 너무나도 컬러풀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헤맨다.
어느 것이 진짜 색깔인지 몰라서.
어느 것이 자신의 색깔인지 몰라서.

[컬러풀, p167 중에서]


중학교 무렵, 과학시간에 가시광선과 빛의 반사와 관련된 내용을 배우던 나는 생각했다.
내가 눈에 별로 띄지 않고 친구가 별로 없는건 내가 특징이 없어서가 아니라 모든 색을 반사하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그래서 내가 가시광선만을 보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때,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타고와서 나에게 이 책 [컬러풀]을 건네주었다면, 나는 아마 가슴이 벅차올랐을 것이다. 그게 아니었구나, 안도하면서.

이 책의 주인공인 “나”는 죽은 후 일종의 테스트를 위해 고바야시 마코토의 몸으로 들어간다. 그때 그는 마코토에 대해 어둡다 혹은 무채색이다라는 감정을 느꼈던것 같다. 이런 몸으로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그 외침이 그러했다. 그의 보잘것 없는 외모가, 작은 키가, 별로인 성적이 그가 겪어야 할 테스트의 앞날을 무채색으로 물들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마코토는 겉으로 보기엔 왜 그랬는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지만, 그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면서 ‘나’의 마음은 그럴만 했다라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나는 그의 삶을 하나씩 생기 넘치는 삶으로 자기도 모르게 하나씩 색칠해나가고 있었다.

그가 마코토로 사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무채색이었던 그를 머리모양을 바꾸고, 저금을 털어 신발을 사는 과정으로 물들였고, 그가 마지막까지 마무리 짓지 못했던 그의 그림도 다시 그려나갔다. 그가 좋아했던 여자친구의 삶도 들여다보고, 그리고 마코토가 전혀 돌아볼겨를이 없었던 그의 주변 친구들도 하나, 둘씩 만들어보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마코토가 느꼈을법한 좌절감도 맛보았지만 그래도 그는 마코토가 살지 못한 삶을 살아 갔다. 이승에서의 테스트를 도와주는 천사가 더이상 그를 도와주지 않아도 그는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아마 그것이 그의 테스트가 아니었을까. 숱한 좌절 속에서도, 비록 자신의 존재가 무채색이고, 아니 오히려 주변의 상황들 때문에 색은 커녕 모든 존재가 구멍이 나 버린다해도 이를 극복하고 다시 살아보는 것. 그 속에서 자기가 가진 색을 찾고, 삶을 물들이는 것. 그것이 그가 치뤄내야했던 테스트였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자신의 테스트에 대해 불현듯 깨닫고는 이렇게 말한다.

모두 다 마음 속에는 예쁜 색도 추한 색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늘 헤맨다고.
어느것이 진짜 자신의 색깔인지 모르기 때문에.

‘나’이면서 ‘마코토’이기도 한 그의 외침이 마음속에 쿡 박혀왔다.

청소년 시기란 수 많은 자신의 색을 팔레트에 옮겨 담으며 이 색깔, 저 색깔 삶을 칠해보고 혹시나 그 색깔이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다음 종이를 꺼내 새롭게 칠해볼 수 있는 그런 때가 아닐까. 그렇기에 지금 내가 가진 색이 우중충하거나 어둡다고 해서 그 스케치북을 덮거나 찢어버리지 말고, 다시 다음장으로 종이를 넘겨 다른 색을 칠해보라고 이 책의 ‘나’는 외쳤다.

그리고 나도 그런 그와 함께 청소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인생은 컬러풀하기에 삶을 대하는 기분의 온도가 우후죽순 변하지만, 비비드 컬러가 있기 위해선 대비되는 보색이 있어야 하듯이, 기분의 온도가 더 맑고 따스하려면 흐리고 추운 날도 있어야 하는 거라고. 그러기에 삶은 가치롭고 그래서 젊음은 아름다운거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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