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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많은 사람이 슬픔도 많아서 - 가장자리에서의 고백
정용철 지음 / 좋은생각 / 2020년 8월
평점 :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 하얀 바탕에 제목만큼 맑은 사진들이 표지로 담겨있는 좋은생각. 그 안에는 짧막하지만 각자의 인생에 대한 글들이 있다. 모두 한 번쯤은 읽어봤을 그 책. 나도 좋은생각의 독자 중 한 명이다. 신문이나 TV를 보면 미담은 적고 자극적이고 살벌한 기사들이 가득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커지는데 좋은생각 안에서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온기' 가득한 이야기들이 있다.
'사랑 많은 사람이 슬픔도 많아서'라는 책의 작가는 월간 좋은생각 창간인, 전 발행인 정용철님. 그는 1992년에 월간 좋은 생각을 창간할 때,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루에 좋은 이야기를 하나라도 접하면 그 사람이 좋아질 것'. 그의 책 속 '한 장면'에도 이런 글이 있다. [좋은 노래를 듣고, 좋은 그림을 보고,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당연히 우리는 좋아진다. 좋은 사람을 자주 만나거나, 좋은 이야기를 자주 듣거나, 좋은 음악을 계속 들으면 누구나 그렇게 되어간다.] 세상 돌아가는 객관적인 사실은 너무 중요하지만 요즘같이 사람 냄새가 그리울 때는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는 그런 글이 간절하다. 글도 그림도, 사진도 사람의 거친 마음을 가지런히 그 결에 따라 부드럽게 만들어주니까. 각 장의 파트마다 1장, 혹은 2장 남짓한 대체적으로 짧은 글이지만 그 문장 하나하나가 시적이고 아름답다. 처음엔 마음에 드는 문장을 따로 적어두려 했는데 쓰다보니 책의 대부분을 쓰게 되었다. 편집인으로 오랜 세월을 보내신 만큼 내공이 느껴지고 글자 한 자의 소중함을 제대로 아는 분이라는 게 느껴졌다. 간직하고 싶은 글, 문장이 많았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쓰실 수 있을까 존경의 마음과 나와는 다른 인물이라는 거리감이 느껴질 때 즈음 그의 글 <분산>이 눈에 들어왔다.
<분산>
내 글은 분산되어 나온다. 생각 자체가 산만하기 때문에 글도 처음엔 못 볼 지경이다. 처음부터 매끄러운 글이 나에게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무질서한 글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정리된다. 각양의 퍼즐이 제자리를 찾으면 하나의 그림이 되듯이, 글도 시간을 들여 버꾸고 정리하고 다듬으면 어느새 읽을 만한 글이 된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곤혹스럽다. 그래도 쓰고 싶다. 그래서 생각나는 것을 일단 모두 써 둔다. 그런 다음 시간을 들여 여러 번 정리를 하고 교정을 본다. 이렇게 볼 때 글은 결국 정성에서 나오는 것 같다. 산만함과 어색함도 끝까지 붙들고 씨름하면 처음에는 몰랐던 통찰력이 나타나고 질서도 생기면서 불안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삶이 무질서하고 산만한 사람도 자신이 하는 일에 꾸준히 정성을 들이면 그도 그 일에서만큼은 일관성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글쓰기는 정성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갑자기 정성이 담겨있지 않은 듯한 나의 글이 매우 부끄러워졌다. 사람과의 관계도 글도 모두 정성이 대부분인것 같다. 부지런하게 움직여 정성을 다하면 될 일을 그동안은 꼼수만 부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좋은 책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준다고 한다. 또 아름다운 풍경은 자기를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직 자기를 보여 줄 뿐이다. 진정 좋은 사람은 자기를 말하지 않는다. 삶으로 한 장면 한 장면 보여 준다. 이 때 우리는 그의 곁에 가고 싶어진다. 나도 누군가에게 곁에 가고 싶어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좋은생각, 좋은나눔을 실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