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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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밤중의 아이.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사랑을 주세요라는 츠지히토나리의 풋풋한감성이 담겼던 책이 떠오르는데 이 또한 따뜻한 감성이 풍기는 글일까?

20대 후쿠오카에 여행갔을때 나카스에도 들렀었다.

하카타 주변에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라는걸 알고 일부러 밤늦게 찾아갔던 그곳은...

쉽사리 아무 곳에나 들어가지지 않는,내 눈에는 좀 무서웠달까? 외모가 뒷골목 불량배 오빠들 같은 그런분들이 호객행위도하고...라멘을 먹겠다는 순수한 마음에 들어갔는데 허겁지겁 먹고 잔돈을 무슨정신으로 받았는지 호다닥 뛰어나온,분위기가 무서웠던 생각이 난다.

쫓기듯 먹고나온 나카스주변의 거리는 인적이 드문 유흥가 분위기라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내게는 이곳 나카스가 실로 눈에 훤하게 그려지는데

그곳에서 호스트와 호스티스 부부에게 원치않는 태어남을 당한 어린 주인공 렌지가 이 소설안에 있다.

밤이면 밤마다 일터로 향하는 두부모 사이에 방치된 렌지는 그야말로 나카스를 휘젓고 다니는 한밤중의 아이였다.

너무도 어린아이가 그늦은시간에 나카스의 환락가를 떠돌아다니니 렌지는 나카스의 터줏대감이자 모르는 사람이없는 나카스의 인싸가 되고만다. 주변의 가게에 좋은 어른들은 그런 렌지가 안타깝기도하고 기특하기도 해 렌지에게 음식도 주고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렌지에게는 태어나서 자라온 나카스가 자신의 고향이자 고국이 돼버리고 나카스를 벗어난구역은 외국이라고 규정지을정도로 무기력한 부모의 방기에 무호적자로 학교도 못다닌채,법의보호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채로 하루하루 위태롭게 살아간다.

다행히 어릴때부터 동네에서 그를 꾸준히 봐온 경찰 히비키가 있긴하나 렌지에게 부모가 있고 부모는 호적을 만들어줄 의지가 없기에 경찰도 더 이상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게 안타까웠다.

어느날 렌지는 자신의 집이라고 할수도 없는 가건물의 거처안에서 부모의 폭력과 폭언에 노출되어 살다가 엄마 아키코의 전남편이 쫓아와 현아버지를 폭행하고 살해하는 것을 두눈으로 직접 목격한다.

이 정도면 거의 미치지않고서야...

정신적학대의 끝장인데 말이다.

렌지는 자라온환경때문인지 16살에 일찌감치 호스트의 길로 접어든다.

그곳에서도 선배 호스트들에게 시기를 당하고 그동안 연락끊고지낸 엄마까지 쫓아와 자기가 키워냈다는 이유로,엄마라는 명목으로 렌지에게 돈을 갈취해간다.

이런사람들도 부모라고... 살아있는게 원수다.

렌지에게 그래도 두가지의 빛이 있다.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동네여자친구 히사나와

마을에서 때마다 행하는 축제 신여 메고 달리기.

히사나는 렌지의 그림자처럼 그를 챙겨준다.

자신의학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주위에서 렌지를 알뜰살뜰 챙겨주며 불우한환경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다가 렌지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품게 된다.

그리고 하나는 동네에서 열리는 신여 메고 달리기.

아무나 참여할 수 없는데 좋은 어른들 덕분에 렌지도 신여를 메고 달릴 수 있게 된다.

그 행위는 렌지에게 단순히 신여를 멘다는 뜻을 넘어 나카스의 모든 정령을 떠받칠수 있다는,나카스에서 무너지지않고 스스로 살아나고자하는 정신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단순한 행위 이상의 것이었다.

자신을 보호해주는 부모는 없었지만

늘 관심가져주던 경찰과 따뜻하게 대해주던 동네어른들 이 그래도 렌지를 다같이 키워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계모의 열두살아이의 아동학대를 보며,그렇게 고문을당하고도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하지못하고 처참히 죽어가던 아이의 얼굴을 보며 굉장히 분노가 치밀었다.

그런부모도 부모라고 주변에서 학대당하는 낌새가 느껴져도 적극적으로 신고하거나 돕지못하는 안타까운일이 만연해있다.

주변의 이웃이나 보이는아이들에게도 조금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아이는 온마을이 키워내는거라 했다.

렌지와같은 한밤중의아이가 무방비상태로 거리에 쏟아져나오는 일이 없도록 사회적 제도가 충분히 뒷받침 되기를 바란다.

책을덮고도 한동안 나카스의 한밤중의 아이 렌지가 떠오를것 같다.

안타까워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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