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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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세딸.

550페이지 분량의 장편소설이다.

오랜만에 이렇게 긴 소설을 읽은것 같다.

사실 책이 너무 두꺼워 겁이나서 초반부에는 쉬엄쉬엄 읽을 마음이었다.

하지만 쉬엄쉬엄 읽어서는 안되는 책이었다.

페리라는 튀르키예(터키) 출신의 여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녀의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려면 쉴새 없이 읽어야했고 걱정과는 달리 흥미롭기도 했다.

터키에 대해 별로 아는게 없어서...

이슬람이니 무슬림이니...나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했지만

이 나라에서 히잡을 쓰는 이유는 남자를 유혹하지 않기위해? 라는것도,

여자는 처녀성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도

무조건 여자보다 남자가 더 우월하다는 것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나라의 문화라는 것이

태어날 때부터 내가 어디에서 나고 자라는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 내 마음대로 정할 수도 없고

그로인해 생기는 가치관이나 사상도 자연스럽게 뿌리내리는 것이라서 문화앞에서의 인간은

참 나약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며 끊임없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한파묵의 하얀성을 읽고서 작가의 나라에 대해 알아본적이 있다.

이스탄불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라 오르한파묵은 특히나 동서양의 조화를 추구하는 글을

쓴다는 것을 얼핏 봤던 것 같다.

이브의 세딸에서도 튀르키예에서 나고 자란 페리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이 나라에서 잃어버린 정체성에 대해 매사 가족간의 충돌이 있어 페리의 부모님마저도

알라를 믿는지 안믿는지에 대해 의견이 달라 페리는 어린시절 부터 중간에 끼여 굉장히 위태롭다.

광신도적인 엄마와 세속적인 아빠사이에 끼여 있지만 그래도 조금더 좋아하는 아빠의 사상을 따르는 페리.

늘 자신의 의견이 명확하게 없고,우유부단하지만 사랑하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혹여나 자신이 사랑에 빠진다면 상대방의 머리와 사랑에 빠지기로 결심하고 뭐든지 생각과 지성이나 경험이 있다면 스타일이나 지위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헤 열심히 공부해서 옥스퍼드에 진학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또 다른 두친구 쉬린,모나와의 너무 다른 신념과 신앙과 삶의 방식,

세 친구가 함께 하는 내내 싸우고 부딪히기도 하지만 화해하기도 하며 각자의 삶을 이끌어 나간다.

집을 벗어났다고 해도 어디에 간들 또 다른 마찰과 또 다른 아픔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인생사가 그런것 아닐까?

끊임없는 마찰과 소음속에서 하나씩 이겨내가며 성숙해가는 단계들.

페리가 소중히 지니고 다녔던 폴라로이드 사진.

아주르교수와 쉬린,모나,페리가 함께 찍은 사진.

아주르교수의 존재가 매우 궁금해져서 책 절반을 두 눈 똥그랗게 뜨고 마지막장까지 덮지 못한채

계속 읽어 나갔다.

페리가 사랑에 빠질만한 교수님이었다.

교수님의 수업방식과 선견지명이 친구 셋을 인간으로서 더욱더 성장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또 아주르교수에게만 밝혔던 페리 눈에만 보이던 안개에 싸인 아기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도

책을 끝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다.

페리는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얻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는 더욱더 성장할 수 있었다.

한때는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위태롭고 암흑같은 시기도 있었지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며 여자로서 조금씩 성숙해 가는 모습에 어딘가 동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우유부단하고 항상 어딘가의 중간에 있는 듯한 어중간한 모습을 보며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가정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고

쉬린처럼 강하고 집념있고 주장도 센 그런 사람이 부럽다는 생각도 잠깐 해봤다.

사랑을 쟁취하고 자신을 멋지게 표현해 내는 쉬린이 나는 솔직히 더 좋았지만,

자유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페리를 더 많이 응원해야 한다는 생각!!!

나와 더 많이 닮았고 실제 쉬린보다 페리같은 여성들이 더 많을것 같아서다.

이브의 세딸 흥미로운 장편소설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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