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특이한 구성의 소설이다.에쿠니가오리의 소설에서 여러번 느끼는.읽다보면 어딘가 힘이 빠지는듯한, 하지만 가벼운 소설은 아니라는 것.새해를 앞둔 섣달 그믐날 밤,여든이 넘은 세 노인이 한날한시에 엽총을 이용해 호텔방에서 자살을 한다.보통의 소설였다면 여든이 넘은 이 세 노인이 주인공 일테고 어쩌다 함께 자살을 하게 되었는지와 더불어 세 노인에 대한 죽음에 얽힌 사연들이 구구절절 쓰여 있어야 할텐데 이상하리만큼 깔끔하게도 그런 친절한 설명은 없다.그래서 읽으면서도 놀랐다.누군가의 할머니 할아버지이자 아빠 엄마,남편,부인인 세 노인의 죽음에 대해서 눈물나게 슬픈 사연을 들려주거나 안타까운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것이 아니라는데에 역시 에쿠니가오리 작가 답다고 해야하나?오히려 세 노인의 주변인물들이 여럿 등장하고 누가누구인지 헷갈릴정도로 모두 비슷한 무게로 번갈아가며 세 노인을 회상하거나 자신의 삶을 담담히 살아나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슬픔에 빠져있을 틈이 없다.이토록 죽음앞에 이성적일 수 있을까?떠나간 이는 떠나간채로,남겨진 이들은 남겨진채로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죽음으로 인해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이기도 하고 새로운 만남도 생겨나기도 하고 더욱 끈끈해지기도 하는등...우리네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죽음은...아직 너무나 슬프고 두렵고 떠올리기조차도 싫은 단어란 말이다.사실 떠나는이보다 남겨지는 이들의 삶이 더 중요한 것은 틀림없는 것 같긴하다.살 사람은 살아야지,라고 훌훌털고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는 현실이니까...작가님이 하고픈말이 그것이었을까?코로나시대에 아프고 힘들어 세상을 떠나는 이들도 많지만 그만큼 남겨진 이들의 삶도 쉽지는 않고 떠나지않았다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것은 아니다.라는...훗날 나의 죽음에 있어서.나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있다면.그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나와 살아생전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에 따라 같은 나를 보아도 관점이 각기 다를테고 나 역시 세 노인에게서 보았던 것처럼 남겨진 이들에게 여러가지 모습을 가진 나로 회자 되어질까?어떤모습으로 회자되길 바라는가?주어진 삶을 조금 더 잘 살아야 될 것 같다.내가 사라진 뒤 나를 향한 누군가의 평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나를 위해 나도 더 행복하게 살긴 해야 할 것 같다.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면 어느정도 비는 피하겠거니와 비닐우산만큼 튼튼하진 않아도 누군가와 함께 쓸 수도 있고!내 몫을 잘 해 나가라는 응원의 메시지로 받아 들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