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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2 - 조선의 왕을 만나다 ㅣ 쏭내관의 역사 인문학 2
송용진 지음 / 지식프레임 / 2021년 5월
평점 :
궁궐은 조선 시대 역대 왕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곳이다. 조선의 역대 왕들이 살았던 궁궐은 '경복궁' 하나만 알았던 어린 시절에 처음 가본 경복궁은 생각보다 큰 규모에 너른 잔디밭, 화려한 전각들과 경회루에 깜짝 놀랬었다. 높다란 전각 아래 있는 기둥 사이로 닫혀져 있는 쪽문 틈새를 들여다보며 사극드라마에 나오던 궁녀들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너른 잔디밭에는 원래 전각들이 있었던 자리이고, 그 곳이 잔디밭이 된 이유는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때 훼손되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다.
창덕궁과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이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고, 창덕궁과 창경궁이 그렇게나 가까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란 건 그 후의 일이다. 분명 학교 다닐 때 배웠었겠지만 실제 내가 가서 알게 된 것과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궁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궁궐과 관련된 책들은 왜 이리 어렵기만 한 지. 읽다가 포기하다가를 반복하기를 여러번 하다가 궁궐에 대한 이야기를 쏭내관이 썼다하여 읽게 되었다.
이번에도 어려우면 어쩌지?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역대 임금들과 그 시기, 그 궁궐에 대해 함께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인 사건들을 함께 이야기 해주니 너무 재미있으면서도 조선 역사에 대해 이해가 쉽게 되었다. 물론 역대 임금들의 순서대로 쭈욱 이야기를 해주니 조선 역사의 흐름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 거기에 우리가 잘 모르는 예종, 현종, 경종, 헌종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고, 잘못 알고 있었던 왕들, 특히 문종에 대해 짧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실록의 내용을 함께 곁들어 설명해 준 점이다. 주요 사건에 대한 그때 당시의 기록을 함께 살펴볼 수 있어서 구중궁궐 속 왕이 오롯이 느꼈어야 할 좌절과 아픔, 슬픔, 절망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임금의 영광과 좌절에 따라 새로 지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헐리기도 하고, 급기야 팔리거나 사라져가는 궁궐과 전각들 속에서 조선의 흥망성쇠를 살펴볼 수 있었다.
거기에 QR코드를 통해 역사적 장면을 사극 속 음성으로 느끼게 한 것도 정말 좋았다(그런데 책 내용 자체가 너무 좋아서 책 읽다보면 사극 QR은 깜박하고 지나치게 된다).
조각조각,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궁궐과 조선 역대 왕들에 대한 이야기, 조선 역사의 흐름을 어렵지 않게 따라가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다음에 궁궐을 가게 되면 그 전에는 무심코 스쳐지나갔던, 여기가 무슨 터라고 적혀있는 안내판을 봐도 이해하지 못했던 곳들을 이제는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예전에 저자인 쏭내관의 강의를 직접 받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나 유쾌하고 명쾌하고 이해가 쏙쏙 되는 쏭내관의 강의를 떠올리며 이 책을 펼쳐들었을 때는 내심 궁궐에 대해 유쾌하고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책의 내용은 명쾌하면서도 그 분위기는 자못 무겁고 진지했다. 사진들도 직접 찍고, 실록의 내용을 함께 전달하고, 관련 사극까지. 쏭내관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역사를 조금이라도 더 쉽고, 더 알차게, 더 가깝고도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서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