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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버그 시끌벅적 어린이 환상 특급 3
다니엘 드락 지음, 베아 토르모 그림, 김영주 옮김 / 분홍고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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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와 '성덕'이라는 말을 혹시 아시는지? 

'덕후'란 한 가지 분야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러한 덕후가 동경하던 대상을 직접 만나거나, 혹은 그 분야의 전문가로 성공하거나 하면 성공한 덕후라 해서 '성덕'이라고 한다. 

<판타지 버그>의 주인공인 아홉살 타냐는 판타지 덕후인데 무려 판타지 속 괴물들이 모여 사는 곳에 이사를 가게 되었으니 성덕 중의 성덕이라 할 수 있다. 성덕 중의 성덕이니 '타냐는 판타지 버그에서 환상 속 생명체들과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할 법도 하지만! 어느 세상이건 만만치 않은 법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인간출입금지'인 판타지 버그에서 '뱀파이어'로서 살아가야 하고, 인싸 중의 인싸인 만큼 허풍도, 말도 많은 오빠 단속도 해야 하고, 덕후로서 쌓아 올린 수많은 지식은 판타지 버그 속 학교에서는 그닥 도움도 되지 못한다. 되려 동경의 대상이었던 유니콘은 실제 만나보고 환상이 바사삭 깨져버린다. 그래도 제법 잘 지내는가 싶었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하는 바람에 인간임이 들통나고, 설상가상 그 시기에 발생한 형광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위기에 빠지고야 만다. 


사건이 기발하지만 너무 싱겁고(?), 착하게(?) 해결된다는 점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지만 읽는 동안 속도감 있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글도 너무 재미있지만 그림을 맡은 베아 토르모가 그림 작가이자 만화 및 웹툰 작가여서 그런지 글에 찰떡 같은 그림 덕분에 그 재미가 배가 되었다. 무엇보다 유니콘, 뱀파이어, 오크, 레비아탄, 늑대인간 등 판타지 괴물부터 사이렌, 페가수스, 미노타우루스, 고르곤, 센타우로스 등 신화 속 괴물들까지 다양한 판타지 속 생명체들이 등장하는데 나름 판타지 소설과 신화 덕후인 나로서는 이름만 나와도 반갑고 즐거웠다. 이 괴물들에 대해 알고 읽어도 재미있고, 함께 읽었던 우리 아이는 그 괴물들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어가는 것도 재미있어했다. 


신화 속 생명체와 판타지 동화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글로 읽는 웹툰을 보는 재미를, 신화에 대해 관심이 없던 아이에게는 신화와 판타지 동화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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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데 - 고양이 추리소설
아키프 피린치 지음, 이지영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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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눈길을 끈 것은 '고양이 추리소설'이라는 희한한 부재와 까만 바탕에 커다랗게 치뜬 고양이의 번뜩거리는 눈매였다. 대체 고양이가 뭘 어쨌길래..? 하는 생각과 새로운 감각의 추리소설이란 말에 혹해서 읽게 되었는데-.

읽고 난 후의 감상은 글쎄요~이다. 확실히 이 책을 읽으면서 고양이의 생활 습성이나 태도, 고양이를 기를 때의 주의점 등을 아주 자세히 배웠다(그 점은 작가에게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추리 소설을 읽는 이유는 '고양이를 어뗳게 키울 것인가', '고양이는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아니고!!! '과연 고양이가 탐정이 되어서 어떤 추리를 보여줄 것인가'가 아닌가!(아! 이건 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련가?)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조금 아쉬운 점이 많다. 물론 스케일이 크고(너무 크다), 고양이의 생활 습성의 자세한 설명(부연 설명까지 있다), 고양이들이 우리 인간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정보(가히 충격적이다), 지적이고 멋진 고양이들의 등장(아주 매우 지적이어서 인간 주인들은 눈치 채지도 못한다) 등등. 수없는 장점들이 있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하였던가. 이런 장점들은 도리어 단점으로 되어버린다.

프란시스와 파스칼은 고양이라기보단 완전히 인간이다. 내용은 흥미진진하지만 스케일이 너무 크고, 너무 이상향이 되어버리고, 너무 지적인 이 고양이들은 오히려 실소를 자아낸다. 읽으면서 아예 고양이 세상으로 그리지, 왜 이렇게 똑똑하기 짝이 없는 이 고양이들이 아직까지도 인간들의 애완동물이야?! 싶을 정도이다. 고양이의 탈을 쓴 인간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스케일이 아주 많이 장대한)을 원한다면 적극 추전한다.

하지만 정말 고양이가 고양이답게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을 원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컴퓨터를 사용한 흔적도 안 남기고 사용하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고양이는 좀 너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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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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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 '포와로'라는 이름을 들으면 생각나는 것들은 '회색 뇌세포', '포말린으로 정리한 너무나 눈에 띌 정도로 독특한 검은 수염', '헤이스팅스'이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출해낸 포와로는 거만하고, 독선적이고, 헤이스팅스에게 꽤나 독설적인 말을 하는 벨기에인이지만, 때론 위에 언급한 점들 때문에 그가 너무 거만하지 않나 싶으면서도 귀여울 때도 있다.

뭐랄까. 난 포와로를 그렇게 진지한 인물로 생각하진 않았다. 정말 진지하게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말이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약간 희극적인 면이 많은 인물, 그게 바로 포와로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커튼>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얼마 남지 않은 생애에 마지막으로 찾아온 살인마를 막기 위한 포와로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고, 이제 세상에 뒤쳐지고, 무기력한 모습을 하고 있는 헤이스팅스의 모습은 가슴 아프게 한다.

이젠 거동조차 맘대로 하지 못하는 포와로를 도와, 처음으로 포와로의 추리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헤이스팅스. 포와로가 말한 그 살인마가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물증이 없는 그 상황에서 과연 그 살인마는 어떻게 단죄되어야 하는가.

애거서 크리스티가 이 책을 통해 던지고픈 질문이 아니었나 싶다. 세상엔, 수많은 범죄가 있고, 수많은 유혹들이 있다. 그 유혹을 떨쳐버리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지만, 그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범죄자가 되고마는 상황. 비록 그가 의도하고자 한 것이 아닌데도. 진짜 범인은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 아니라 그 배후의 인물일 때, 그 인물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자칫, 어찌 보면 이 소설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썼던 추리소설 중에서 제일 난해하고,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극악한 범죄란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범죄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조종해서 그 사람으로 하여금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범죄. 그렇다면 포와로가 택한 그 방법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포와로는 모순적인 방법으로 그 살인마를 단죄한다.

아마도 포와로는 눈을 감을 때 편안히 감지는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가 항상 내걸었던 모토, '살인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과연 어떤 이유로도? 법적으론 도저히 단죄할 수 없는 범죄일 때, 과연 진정한 정의는 어떻게 실현해야 할까. 조금은 골치아플 지도 모르지만 책을 덮기 전에 한번쯤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하나 더 있다. 맨 처음, 헤이스팅스와 포와로가 처음으로 사냥(사건을 해결했다는 걸 사냥했다라고 표현하더군요)을 했던 곳인 스타일즈 저택으로 돌아와 마지막 사냥을 했다는 점.

마치 한 바퀴를 빙 돌아 제자리로 온 것만 같은 착각을 주지만, 동시에 세월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실감하게 한다. 처음 그들이 사냥했었던 스타일즈 저택과 황혼기에 다시 찾은 스타일즈 저택의 모습이 너무나 변해있는 것처럼, 헤이스팅스와 포와로의 모습도 변해버려서 가슴 한 구석이 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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