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브라이언 에븐슨 지음, 이유림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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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그 동안 다른 매체(대부분 잡지인 듯 하다)에 실었던 짧은 이야기들을 엮어 출간한 것 같다. 많은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읽을 수 있고,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해 좋은 기회여서 읽게 되었는데, 이야기 흐름 속에 무시무시한 공포감을 계속 심어주기 보다는 배경이나 상황, 인물이 주는 느낌으로 서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보면 되겠다. 살인이나 자해같은 직접적인 의협이 묘사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주변 분위기가 더 공포스러워지고,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인지를 기다리는 게 아닌, 이야기 시작부터 이미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 이야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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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릭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냐는 의료 사무장의 질문에, 우리는 대답을 망설였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녀의 관점에서 루릭이 더는 루릭이 아닌 시점이 언제인지 알지 못해서였다.

“루릭이 살아있었을 때를 말하는 건가요?” 우리는 고민 끝에 대답했다.

“살아 있을때요.” 보안 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장도 이에 덧붙여 말했다. “움직이고 있을 때.”

이 질문을 듣자 우리는 더 혼란스러워졌다. 적어도 루릭에 관해서는 살아있는 것과 움직이는 것이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느릿하게 대답했다.

P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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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듯이 아직 인물이나 배경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지만 알지 못하는 정체만으로도 궁금증이 들고, 어떤 상황인지가 궁금해지는 건 단편으로써 가능한 간결한 전개안에서 많은 이야기거리를 생각하게 한다. 



인상깊은 부분은?

24편의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전체 분량이 300page를 갓 넘는만큼 짧고 간결하다. 주제나 등장인물이 다 달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거나 인물이 다시 등장하는 이야기는 없다. 최근 들어 이런 단편집이나 옴니버스 형태의 이야기들로 엮여진 소설이 많다. 이번 작가처럼 아직 덜 알려진 작가 뿐 아니라 이미 유명한 소설가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유행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역시 예전처럼 긴 호흡의 이야기들을 창작하기엔 이미 유사한 소재가 많고, 독자들 역시 짧게 즐기고 손대기 쉬운 작품들을 선택하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도 그에 부응한다.


<마지막 캡슐>은 어디선가 ‘에일리언’이 튀어나올 듯한 분위기를 끌어가지만 그에 못지 않게 예상치 못한 존재가 등장하면서 신선하기도 했다. 결말이 예상과 달리 좀 심심했지만 <셔츠와 가죽>은 예전 TV에서 본 ‘환상여행’을 떠올리게 했다. <빛나는 세계>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그리면서 공포물이라고 생각했지만 뒷부분은 심령물로 변화하는데, 뒷부분에 인물을 조금 더 강조했다면 탐정물이 되었을 텐데 아쉽다. <파리들의 거품>처럼 제목 자체가 특이해 끝까지 읽게 되었는데, 마지막까지 읽어내면 ‘기예르모 델 토로’(멕시코 출신 미국의 영화감독)의 영화같은 몽롱한 느낌을 주는 작품도 있다. 하기만, 아쉽게도 다른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와 유사한 스토리, 캐릭터가 보이는 것도 있는데,  <실종>은 전형적인 스릴러로써, 이미 범인을 공개하고 시작하면서 과정을 따라가며 추리하게 하지만 흔한 소재와 내러티브였다. 그리고 <영혼의 짝>은 미래 배경이지만 서로가 가까이서 영혼을 지키는 사이라고 하면.. 이 두 캐릭터의 관계를 쉽게 예상이 가능했다. <룸 톤>은 심리 스릴러로써 짧고 강렬하지만, 아주 흡사한 소재와 결말을 가진 단편 영화가 있기도 하다. 

간담이 서늘할 만큼 소름끼치는 공포가 있는 건 아니며, 잔인한 묘사도 많지는 없다. 하지만 다양하고 신박한 소재와 색다른 이야기들을 경험하기엔 썩 괜찮은 소설이다.


덧붙인다면?

1. 내용 전개상 분량이 적당하지만 좀 더 길었다면 좋았을 것 같은 작품들도 있다.

2. 미스터리와 공포, 심리스럴러를 한 책 안에서 다양하게 즐기고 싶다면 추천, 매우 잔인하거나 잠자기 전 떠오를만한 공포, 짜릿한 반전 스토리가 가득하길  바란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하빌리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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