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온 -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
나이토 료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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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어느 날 택배 운송원이 자기 집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된 채 발견되는데 침입의 흔적이 없고 죽음의 순간을 동영상으로 찍은 것이 발견되기까지 한다. 상황과는 별개로 자살로 보이지만, ‘도도 히나코’ 형사는 지난 사건에서 이 택배 운송원이 죽은 방법과 유사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 때 교도소 안에서도 불가능하닥 생각되는 모습의 자살 사건이 발생한다.



주요 포인트는?

역시 이런 범죄소설은 프롤로그. 프롤로그에서 주는 충격(또는 흡입력)이 주요 사건으로 가는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 역시 너무나도 평화로운 주택가에서 벌어진 잔인한 살인사건으로 문을 연다. 특히나 이 시간이 잔인한 건 살인의 대상 때문 인데 등장 인물의 흩어진 멘탈만큼 역시 읽으면서도 떠오르긴 했다.

주인공인 ‘도도 히나코’ 형사가 맞딱뜨리게 되는 사건은 불가사의한 ‘자살 사건’이 그 시작인데 방법도 잔인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그 죽음의 대상이 강력 범죄자라는 것 때문에 그에 대해 감정적인 동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두번째 자살사건 역시 이미 범죄에 대한 재판도 끝나고 교도소에 수감중이라는 것은 아무리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 안타깝거나 몸서리칠만큼 기업속에 남지는 않는다. 그래서 인간적인 동요보다는 잔인함 그 자체만이 느껴진다. 

“안되겠어요…죄송합니다.”

쇼크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시체를 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리스트를 암기할 떄마다 히나코는 처참한 사건 현장 사진을 수도 없아 보았다. 그렇지만 처음 본 시채 발견 현장에는 뭔가 표현할 길 없는 악의가 응어리져 있어서, 그것이 히나코를 초췌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건 대체 무엇일가. 나는 무엇을 본 것일까. 인간이 저렇게 끔찍한 방법으로 죽다니. 히나코를 추췌하게 만든 것은 인간의 존엄 그 자체를 죽이려는 듯한, 오만하며 피도 눈물도 없는 속이 메슥거릴 정도의 광기에 찬 냄새였다.

P.29

소설 속 주인공이 느끼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는데 오히려 이런 점은 소설을 읽어나가며 다행스러웠다랄까. 중요한 건 그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과 똑같은 형태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겠다. 앞서 얘기한 상황적인 이유라는 건 두 사건 다 <카메라>에 죽는 순간의 장면이 담겼다는 것인데 이것 때문에 사건 자체가 주는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처음부터 이어진다.

그리고 정확히 얘기할 순 없지만 앞서 벌어진 자살 사건과는 거리감이 있는데, 주인공이 이 살인사건에 대한 전의를 더욱 불태우게 되는 지점으로 동료의 죽음이 중간에 일어나는데 추리소설 또는 범죄소설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마 초반부에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저와 동기인 친구였습니다.”

대답하자마자 코끝이 찡해져서, 히나코는 곧바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건 정말…”

다모쓰도 말이 막힌 듯 했다. 가만히 보니 눈가가 벌꺼부터 붉다. 다모쓰를 울게 만들었다간 이쪽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자신이 없다. 히나코는 황급히 수첩을 꺼내 들었다.

P. 181

조금은 거리감있게 또는 사명감만으로 사건을 바라보던 주인공이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며 더욱 깊숙하게 사건에 관여하기 위한 장치로써 이만한게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매우 가까운 사람일 경우가 더 많은데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는 주인공이 고향 말고 멀리 도시에 나와서 경찰이 된 이유가 나오는 부분에서 예상할 수 있었다.


앞서 잠깐 얘기한 프롤로그의 사건과는 시간적으로 다른 사건같지만 결국은 하나의 꼭지점으로 만나기도 하는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그리고 반전을 갖는 부분이기도 하다. 생각지도 못했고, 어떻게 연결될지 상상을 못했기 때문에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는 좋은 후반부를 보여주었다. 다만, 앞서 나왔던 두 번의 자살사건에 대해서는 좀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가?’하는 물음부터 ‘과연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전략) 공포와 쾌감을 바꾸는 것이지요. 뇌는 경험을 통해 학습하니까 새로운 자극을 원합니다.그러한 의미에서는 방어 본능을 오프(OFF)한 상태라고 할 수 있겠군요.”

“쾌감과 밀접히 연관됭 있을 때에 일어날 수 있는 건가요?”

‘예를 들면 엽기살인범이살인을 저지르고 있을 때, 혹은 자신이 범한 살인의 기억을 머릿속으로 반추학 있을 때 쾌감을 느낀다든가?’

뒤쪽의 말을 히나코는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너무나도 소름 끼쳐서. 입에 담자마자 망상에 사로잡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P. 175

이후 이와 관련하여 여기에 의학뿐 아니라 공학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는데, 내 지식이 짧아서이든 아니면 더 이상의 이론적인 설명이 없어서이든 완벽하게 수긍이 가진 않았다. 하지만 사건 해결이 목적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긴 하고, 그게 아니라도 살인 자체에 대해서는 뒤 반전을 위한 복선이라고 생각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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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부분은?

일반적인 살인사건과는 그 결이 다르다. 우선 수법이 잔인하고, 그런 모습이 보이게 된 이유까지 끔찍하다. 책이 두껍지 않아서 더 많은 사건이 벌어지지 않은게 다행일 정도로 편치않지만, 앞에 얘기한 것처럼 감정적인 동요가 일어날 정도는 아니다. 이런 표면적인 잔인함만 볼 것이 아니라, 그런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단죄였다고 생각하면 좀 더 냉정한 느낌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한 장치인듯 주인공의 특별한 기억력에 대한 묘사가 처음부터 나오는데, 군데군데 빛을 내긴 하지만 이미지 캡쳐 같은 기억력이라 하기엔 좀 부족한 느낌이다. 

아쓰타는 수화기를 내려놓고서 히나코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저는 요즘 과거 10년간 도쿄 도내에서 벌어진 성범죄 용의자 리스트와 미해결 사건 파일을 통째로 암기하고 있어요. 낮에 교콩와의 히토미에게 방치 차량 이야기를 들었을 때 면허증의 이름을 어디선가 본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기억났어요. 혹시 아까 그 전화가 그 미야하라에 대한 건가요?”

“그런 모양이야.”

야쓰타는 의자에 걸쳐두었던 양복 상의를 잡아채듯 들고 실내를 둘러보았다.

P. 23

면허증 이름만으로 예전 사건의 상세한 history가 떠오르긴 하지만 피해자를 특정하는 것 외에 그 기억력이 빛을 발하기엔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을 찾는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 그걸 정보의 부족이라 해야 할지, 시점의 문제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기억력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감이 든다. 하긴 보통 경찰이 우연한 기회에 이런 사건들의 기록들을 본다고 하는 건 더 드라마틱하긴 하겠다.


사건이 여러가지여서 어느 한 범인을 특정하긴 어렵지만, 중반 이후 범인이 갑작스럽게 등장하고 너무 빠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뭔가 상상하고 추측하는게 큰 의미가 없어지는게 아쉽다. 작가의 필력이라면 충분히 더 많은 이야기와 앞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복선을 제시할 수 있었을 텐데 범인을 위한 마무리랄까? 너무 갑작스러운 범인 심리 묘사와 그에 따른 범죄는 앞서 진중하게 끌어온 이야기를 너무 성급하게 마무리하는 느낌이 강했다. 책이 너무 빨리 끝나 아쉽기도 하고, 뭔가 더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편집한 느낌이 들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프롤로그에 나온 사건에 대해 짧게 묘사한 건 아주 좋았다. 이해할 수 없는, 또한 절대 이해할 필요 없는 범인의 행동에 대해 감정없이 집중함으로써 범인에 대한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듯 하다.


매우 잔인하다는 출판사의 사전 공지가 있었지만, 기억속에 남아서 그 장면이 둥둥 떠다닐 정도는 아닌 듯 하다.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잔인한 장면의 나열로 주는 흥미가 아니라 범죄는 저지른 사람이 가져야 할 반성와 댓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거라고 생각한다. 잔인하긴 하지만 이미 그 잔인한 범죄를 다른 사람에게 저지른 범죄자. 그들의 범죄를 어떻게 하면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를 우리가 정확히 인지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그 범죄사실들을 잔인하다고 해서 보지 않고, 모른척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떠올려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더 잔인한 소설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 책이 얇은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중간중간 툭툭 끊기는 느낌이 든다. 특히 인물들의 이동과 움직임에 대한 묘사에 있어 자주 그런 편인데, 번역 때문인지 아니면 짧은 문장 때문인지 정확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확실한 건 띄엄띄엄 느껴지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드라마에서 편집점이 좀 더 빨리 들어간 느낌이랑 비교할 수 있을까? 아무튼 좀 더 많은 사건, 예컨데 다른 흉악 범죄자의 죽음이 추가된다든가, 등장인물들의 소소한 사연 또는 관계에 대한 발전 등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다면 내용도 더 많아지면서 좀 더 부드러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방대하지 않은 만큼 사건 자체에 집중하고 짤리 읽을 수 있는 건 굉장히 큰 장점이다.



덧붙인다면?

1. 드라마로 만들면 꽤나 재미있는 내용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검색해보니 2016년에 ‘ON 이상범죄수사관 토도 히나코’라는 제목으로 TV에서 방영을 했다. 과연 범죄 묘사를 어떻게 했을지가 궁금하고,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 캐스팅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성격에 좀 변화를 준 듯 하다.


2. 어머니와의 연결이라고 생각하기엔 주인공이 늘 지니고 다니는 양념통(지역의 고추가루가 들어있고 그걸 모든 음식에 살짝살짝 쳐서 먹는다)은 상징성이 좀 약한 것 같다. 게다가 그런 이상한 식성이라니. 그저 마지막의 ‘그 상황’을 위한 준비였던건가 싶기도 하다.


3. 잔인한 살인 사건에 대한 추리, 사건 자체에 숨겨진 이야기를 파헤치는 미스터리가 궁금하다면 추천, 잔인한 장면을 싫어하거나 소설 곳곳에 숨겨진 단서들로 처음부터 끈기있게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에이치 h'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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