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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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읽은 책은?

작가 : 스티븐 킹(이은선 옮김)

제목 : 아웃사이더 #1


책을 읽으면서 한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이 글을 써 내려갔을까?' 특히 그 소설이 '서스펜스'나 '공포', '스릴러' 장르라면 그 작가는 어떻게 이런 많은 사건들을 떠올렸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 소설가는 1947년 생으로써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그 오랜 시간동안 시간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유행에 뒤쳐지지 않으며, 쓰는 작품들의 대부분이 영화화되는 작가라면? 대표작이나 그의 행적을 설명하는 건 그냥 사족일 뿐이다. 이번 책은 내가 굳이 설명할 필요 없는 '스티븐 킹'의 신작이다.



ii. 내용은?

오클라호마 주의 소도시 플린트 시티에서 열한 살 소년 프랭크 피터슨이 매우 잔인하게 살해된다. 용의자는 영어 교사이자 지역 어린이 야구단 코치를 맡고 있는 T코치, 테리 메이틀랜드이다. 형사인 랠프는 명백한 증거와 마을 사람들의 증언으로 그를 체포하지만, 용의자는 사건 당시 다른 도시에서 동료들과 모임에 참석했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연이어 나타난다. 점점 피해자 가족과 테리의 가족에게도 불행이 덮치는데... 같은 시간대에 서로 다른 두 장소에서 목격된 용의자는 과연 무엇인가?



iii. 주요 포인트는?

처음 읽으면서 '서늘하다'라는 표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스티븐 킹'의 모든 표현은 여전히 잔인하고 공포스럽다. 차마 여기에 옮길 수 없는 어린아이의 죽은 모습, 이건 팔다리가 잘린 것도, 목이 잘려 피가 솟아오르는 것도 아닌데 아마 읽는 순간 저절로 탄식이 나오게 될 것이다. 역시 스티븐 킹은 글 읽는 사람들에게 여유란 걸 주지 않는다. 어린 아이의 죽음을 목격한 형사와 범인이 누구인지를 인지한 형사 - 이 두 사람은 동네에서 서로 아는 사이다 - 가 그를 체포하기까지의 과정은 긴 수식이 없다. 범인으로 결정되기까지의 배경은 단지 몇몇 동네 사람들의 증언으로 묘사되는게 전부인데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명료하다.

앤더슨 형사 : 네 거의 끝났습니다. 그런데 준, 마지막으로 나랑 게임을 하나 하고 싶은데. 게임 좋아하니?

준 모리스 : 아마도요. 재미있는 게임이라면요.

앤더슨 형사 : 여섯 사람의 사진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을거거든...이렇게...다들 테리 코치랑 조금 닮았어. 이 중에서...

존 모리스 : 저분요. 4번. 4번이 테리 코치님이예요.

P.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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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 그럴 필요없어요. 저기 저 사람이예요. 2번. 저 사람이 T코치예요. 믿기지가 않아요. 리틀 리그에서 우리 아들을 가르쳤는데.

앤더슨 형사 : 저희 아들도 가르쳤죠. 감사합니다, 프랭클린 씨.

프랭클린 : 주사기는 너무 너그러운 처벌이예요. 밧줄로 천천히 고통스럽게 교수형을 당해야 해요.

P. 58


이 처럼 마을 사람들 몇 명의 진술조서 형태를 빌어 테리 메이틀랜드가 살인자로 몰렸는지 설명하는 것인데, 이같이 작가가 굳이 서술하지 않고 배경(또는 주변인물)을 활용해 묘사함으로써 나도 주변인으로 그 일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생각이 들게 한다. 결국 모든 걸 알고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자'처럼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게 다르냐고? 나중에 이야기가 예상과 어떻게 다르게 진행되더라도 그저 놀랄 뿐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것을 원망하거나 답답해하지 않게 된다. 우리는 그저 '사건 참고인'이었을 뿐이다.


사실 이야기 자체에 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지만 안타깝게도 중간중간 서스펜스와 놀라움을 전제로 하는 포인트가 있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할 수 없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다만 그 어떤 독자가 읽더라도 이야기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곳으로 흘러가리라는 건 단언컨데 확실하다. 거기다 '테리 메이틀랜드'는 너무나도 확실하게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범인인 듯, 범인 아닌, 범인같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여느 범죄소설에서 보이 듯 지금의 사건과는 관련없는 또 다른 사건. 그리고 그 사건과의 생각지 못한 유사점.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어떤 전환이 책 읽는 동안 다른 생각을 못할 정도로 쏟아진다. 처음 읽기 시작하다가 100 page가 넘기 시작하면 아마 중간에 끊기는 어려울 것이다.



iv. 인상깊은 부분은?

처음엔 이 사건의 진실이 '목격자들의 범인몰이'로 생각했고, 그 다음엔 '테리의 쌍둥이' 정도로 생각하기도 했는데 역시 의미없는 것 같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수백만가지를 추측해도 '스티븐 킹'이 설계한 이야기를 적중하긴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 때문이기도 하다. 1, 2권이 나뉘어 진건 이유가 있어서겠지?!  


그리고 역시 이전의 소설들처럼 이번 '아웃사이더'도 끊임없이 인물들과 배경들이 함께 움직인다. 배경이라는 게 단순한 장소 묘사가 아닌 주변 인물, 그리고 어떤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어떤 것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장면전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턱- 턱- 턱

처음에 멀 캐시디는 꿈속에서 들리는 소리인줄 알았다. 새아버지가 그를 손 볼 준비를 하는 악몽속에서 들리는 소리인줄 알았다.

(중략)


턱- 턱- 턱 

멀은 꿈에서 깨어나려고 눈을 떴고 순간 아이러니를 음미했다. 그를 괴롭히던 개자식과 2400킬로미터, 아무리 못해도 그 정도 떨어져 있었건만...

(중략)


턱- 턱- 턱

경찰이 경찰봉을 떄리는 소리였다. 끈기 있게. 이제는 봉을 쥐지 않은 쪽 손으로 크랭크를 돌리는 시늉을 냈다.

(중략)


턱- 턱- 턱

그는 창문을 내렸다.

"안녕하세요 경관님. 제가 밤늦게까지 운전을 하다가 눈 좀 붙이려고 여기에 차를 댔어요"

(중략)


해리슨로의 경찰서에서 사회복지과 직원이 출동하길 기다리는 동안, 경찰은 멀 캐시디의 사진을 찍고 이를 잡고 지문을 채취했다. 지문이 사방으로 전송됐다. 그냥 일반적인 절차였다.

P. 190 ~ P. 195

다른 책 서평에서도 내가 언급한 적이 있고, 바로 위에서도 잠깐 썼지만 배경(또는 주변인물)을 활용해 사건을 묘사하는데 단연 최고는 '스티븐 킹'이다. 등장 인물이 슈퍼마켓을 갔다고 했을 때 걸어가며 생생하고 눈에 들어오는 야채코너에 어떤 야채가 있는지만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거기 있는 한 야채의 재배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처음 이 나라에 들어온 역사적 배경이 뭐였는지, 최근 보호무역같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가격이 인상되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로 그냥 야채가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너무 작은 것에 신경쓰는 것 같다고? 아니다. 그럼으로써 어떤 것에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지, 왜 이런 배경을 써야 했는지를 함께 고민하도록 하는 것이다. 혹시 '스티븐 킹'의 최근 작품에서 이런걸 느끼고 싶다면 '미스터 메르세데스' 처음 11 page~24 page를 읽어보면 사건의 배경 자체가 이야기 진행보다 더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인물들, 특히 '테리 메이틀랜드'가 겪는 일들을 자세히 설명할 수가 없다. 중간에 어떤 일을 기점으로 모든 독자가 놀라게 되기 때문에 그걸 알려줄 수 없지만, 처음 썼던 '서늘하다'라는 표현과 함께 '스티븐 킹'이 인물에 대해 배려나 인정따윈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떠오를 것이다. 처음에 갖고 있던 '어떻게 이런일이'라는 궁금증은 그저 '아니 왜?'로 바뀌게 될 것이다.

"(전략)나는 죽이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말해봐요, 랠프....당신은 무슨 수로 양심의 가책을 덜 거예요?" 

P. 268

이 책을 읽은 사람만 알 수 있는 한 줄이 아닐까? 

결백을 주장하는 유치장안의 용의자가 형사와 나누는 이야기? 아니면 본인이 저지른 살인에 대한 강한 부정? 이 말이 나오기까지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읽어본다면 이 한 줄은 그보다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기도 했고.



v. 덧붙인다면?

1. 기다려왔던 '홀리 기브니'가 드디어 1권 마지막에 등장하는데 '빌 호지스 3부작'과의 연관성으로 '탐정소설'로써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탐정물은 3권으로 끝마치긴 아쉽다.


2. 본 소설도 판권 계약을 했고 곧 드라마화된다고 하니 그것도 기대된다. 얼마전 기사를 보니 배우들도 확정이 된 듯 한데, 예전에 '11 22 63'도 나름 재미있게 봤어서 드라마로써의 재미도 어느정도는 보장되지 않을까?  


3. 지명이나 사람 이름으로 잔재미를 주는 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처음 부분에 '리츠'라는 마을 주민의 진술서에 보이는 "리츠씨라는 호칭은 질색입니다. 크래커가 된 것 같아요" 라면서 심각한 이야기 속에 이런 유머라니-


4. '스티븐 킹'의 소설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단편적인 범죄소설이 지겨웠다면 강추, 단순한 수사물은 범인이 쉽게 예상되므로 더 이상 새로운 소설이 없었다면 그래도 추천. 피가 낭자한 정신이상의 범죄자가 나오는 자극적인 범죄물을 원한다면 비추.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 '황금가지 출판사'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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