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최종규 글.사진, 사름벼리 그림 / 스토리닷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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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처럼 책 읽을 시간이 나지 않는다.
세 명의 아이들은..
추운 겨울이 다가오자..
한 명씩 번갈아 가며 아프다.

열감기, 독감, 편도선염, 중이염.. 등등
갖가지 이유로 아픈 아이들과 새벽을 뜬 눈으로 지새운다.
자책도, 신세한탄도.. 나에겐 사치라 여기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다
이책을 만났다.

책을 펼쳤는데,
사진만 봤을 뿐인데,
그저 내 마음이 녹아 내렸다.
힐링.. 이라고 해야할까?
힐링이라는 단어로도 표현하기 힘든 평안이 내 마음에 찾아왔다.

사진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글 한 줄에 흐르는 바람소리..
그림 하나에 서리는 냇물소리..
사진 하나에 감도는 노랫소리.. (133쪽)

그래 작가님의 말대로..
이 표현이 딱이다..

이 책에서는 바람소리와 냇물소리가.. 노랫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보너스~~~^^

그러다 이 대목에서..
그냥 펑펑 울었다. 목놓아 울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양성평등을 외치는 페미니스트가 외치는 소리였다면, 이렇게 슬프지 않았을건데,,
근육질의 남자작가가 사랑하는 엄마를 생각하며 외치는 소리라서, 그냥 슬펐고, 마음에 와닿았고, 그저 설득이 되었다.

또한
작가님은
작가님의 방식대로 환경문제에 접근하신다.
환경사랑은 가족사랑에서 시작하는구나! 이런 사랑을 받는 작가님의 곁님은 참 행복하겠다!라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벌이 있기에 '벌꿀'만 얻지 않습니다. 벌이 있기에 '밥'을 얻습니다. 벌이 있기에 쌀이며 보리이며 귀리이며 수수이며 옥수수이며 밀이며 얻어요. 벌이 있기에 토마토에 참외에 오이에 수박에 능금에 배에 귤에 온갖 열매를 얻어요.(183쪽)

하아..
한구절 한구절.. 감동 ㅠ
논밭이 즐비하고, 숲이 사방천지인 시골에서 조차 사라지고 있는 뒤영벌..
그 벌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벌꿀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 작가님..
다시한번 자연과 환경에서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게, 이야기거리를 제공해 주신다.

참말 시골에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하고 깊디깊이 헤아려 봅니다. 아무래도 시골은 땅값이 쌀 테지요. 아무래도 시골은 반대하는 사람이 낮겠지요. 아무래도 시골에 발전소 짓겠다 하면 서울이나 큰도시에 있는 언론사에서 취재를 나오는 일도 드물겠지요.(63쪽)

정작 도시에서는 우리내가 먹는 쌀이며 농산물 등등을 짓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쌀이며 농산물을 짓는 곳에 화력발전소를 짓는다. 도시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그리고 나의 이기심과 무관심으로 인해. 결국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재앙들.. 심각하게 생각하고 컨시더(consider)해 볼 문제이다.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시는데, 지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라남도 고흥에서 딸과 아들과 함께 몸 부비며, 자신의 교육철학을 딸과 아들에게 전수하시며, 몸소 실천 중이신 작가님. 그래서 한마디 한마디 흘려 읽을 수 없다. 한대목 한대목 곱씹으면서 읽게 된다.

오늘날 아이들은 연날리기는 할 줄 모르지만 학원을 다닐 줄 압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팽이를 깎을 줄 모르지만 학교를 다닐 줄 압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빗물을 혀고 받아서 마실 줄 모르지만 손전화를 다룰 줄 압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풀벌레  노랫소리를 귀여겨 들을 줄 모르지만 대중노래와 광고노래를 똑같이 따라할 줄 압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구름을 올려다볼 줄 모르지만 찻길을 가득 메운 자동차를 가려낼 줄 압니다.(200)

육아서를 꾸준히 읽고 있는 나로서..
자연의 소중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자연에서 아이들을 뛰어놀게 하라는 말 역시 귀가 아프게 들었다.
자연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책은 육아책 말고도 차고 넘친다.

그런데 최종규 작가님이 하시는 말에는
묘하면서 강한 ..
부드러우면서 힘있는 ..
어떤 보이지 않는 마력이 숨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나를 돌아보게 한다.

혼내는 육아서와 다르다. 엄마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지금 눈앞에 놓인 현실에 급급한 나로 하여금.. 진정으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일깨워 준다. 내 아이의.. 아니..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게 만들고,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문제에 무관심하면 안된다고 호소하고 계신다.

여운이 남는다..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한번 읽고 덮어버릴 책이 아니다.
두고 두고 몇 십년 후, 아니 가까이는 몇 년 후,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물려주고 싶은 책이다.
최종규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

소중한 책
따뜻한 책
좋은 책을 읽게 되어 행복한 겨울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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