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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st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 A Novel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 Little Brown & Company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soul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외계 생명체라는 존재로 재탄생시킨 작가의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설득력있는 한 편의 소설로 이야기화시킨 작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능력에 별 다섯개 이상을 주고싶다. soul이라는 다소 철학적인듯한 소재에 비해 이야기 전개방식은 결과에 선행되는 원인과 과정이 대단히 정교하고 논리적이면서도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기까지하다. 물론 영화처럼 '우연'이라는 비논리적인 요소도 몇군데있기는하다. 예를 들면, 주인공soul이 사막을 헤대다 숨이 막 꼴딱 넘어가려는 찰나에 jeb이 나타나서 구해주는 극적인 장면같은거-.
작가는 글 속에서 '우리 몸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soul을 정의한다. 이야기속 인물중 하나인 ian은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가 바로 주인공soul(wanda)의 몸이 행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희생과 아름다움이 되게 만드는 그 보이지않는 힘이라고 말한다. 과연 나는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이끄는 그 무엇(soul)을 사랑하는걸까? 움직이게하고 말하게하며 표정을 만들어내게하여 '그'라는 단 한 사람이 되게하는 그 무엇(soul)이 다른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간뒤에도, 겉모습이 바뀌어버린 그를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반문해봤다. ian은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외쳤지만 난 잘 모르겠다. ian은 wanda를 아름다운 십대의 몸을 통해 다시 만나게되지만 그 몸이 아름다운 십대의 몸이 아니었더라도 계속 그렇게 주장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생각또한 하게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연인인 melanie의 몸을 점령한 soul(wanda)의 존재때문에 고통받는 jared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그 역시 melanie의 인간영혼을 다시 느끼길 간절히 바라는 인물이다. wanda라는 soul과 사랑에 빠져버린 ian, melanie의 인간영혼을 간절히 돌려받고싶은 jared, 한 몸 속의 두 영혼을 처음부터 너무도 잘 이해하는 jeb, 누나인 melanie의 몸과 그 몸을 지배하는 soul인 wanda를 모두 사랑하는 사랑스러운 jamie-이 모든 인물들이 향하는 곳은 결국 하나이다. 바로 이 책의 제목으로는 이게 더 적당하지않나싶은 "The Soul"이다. 우리모두는 우주에서 육체라는 가장 아름다운 모양의 그릇에 담긴 무형의 영혼들을 사랑하고 있음이 분명한 것 같다. 현실세계의 우리에게 육체와 영혼을 분리한다는 상황은 기우에 불과하겠지만 이 책속의 내용과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아마 우리모두도 이 책 속의 ian처럼 또는 jared처럼 사랑하는 이의 영혼을 돌려받기를 간절히 원할것이다.
더불어, 이 책에서 받은 감동과는 별개로 작가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결말이다. 자신들의 몸을 숙주로 삼은 soul집단에게 저항하는 저항세력인 인간이 바로 그 soul을 위해 인간을 납치해오는 아이러니를 범하는 부분때문이다. 소설의 내용을 보면 인간의 몸을 점령한 soul을 빼내면 그 몸은 다시 예전의 인간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 소녀에게 인간의 손으로 다시 다른 soul(주인공)을 주입하게하는 방법적인 모순을 범하면서까지 해피엔딩에 집착할 필요가 있었나라는 강한 의문을 갖게된다. 비인간적일 뿐만 아니라, 제거된soul의 입장과 다시 주입된wanda의 입장에서 보면 비soul적이기까지하다. 거기에, wanda의 아름다운 마음과(물론ian과도) 잘 어울린다하여 외모만 보고 랜덤으로 납치해왔음에도, 마침 소녀의 뇌 상태가 너무도 깨끗하여 soul인 wanda에게 최상의 인간숙주를 제공하게되는 기적같은 또 한 번의 우연까지, 하하~!. 이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너무 아마추어적인 결말이 아닌가? 이 책을 두 번 읽었지만 두번째 읽으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멈출수없었던 chapter 58. 'finished'까지가 가장 아름다운 결말이라 생각한다. 작가가 여기서 멈췄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는다.
마치기전에 잠시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자면, 주인공wanda는 참 착하다. 이야기가 진행되고 결말부분으로 갈수록 착함포스가 극에 달하는데 그게 전혀 바보처럼 느껴지지않는다. 작가가 wanda의 심리상태와 주변상황을 너무 잘 설명하며 충분히 리드를 해 두었기 때문에 wanda에게 완전이입되어 결국엔 같이 우는 지경에 이른다. ian이 wanda가 떠나려한다는 사실을 알고난 뒤 절규하자 wanda가 사랑한다 고백하며 울던 장면은 정말이지 압권이었다. 많이 울었다. 폭력과 위협, 인간이 아니라는 소외감에, 인간의 몸에 기생한다는 죄의식까지 더해진 극한의 상황에서 착함만으로 그 모든것을 극복한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이고도 동화적이기까지 하지만 세상을 좀더 착한시선으로, 좀더 범우주적인 시선(실제로 이런류의 외계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생각해보라!)으로 바라보고 살 필요는있겠다는 우화같은 교훈을 얻게된 매력적인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