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인은 자신을 기억조차 하지 못한 채 오히려 경멸을 드러내는 주혁이지만 그런 주혁의 곁에라도 머물고 싶어서 무리한 요구까지 강행해야 했던 영인의 심정이 절절하고 안타까워요. 기껏 쓰러져 있는 주혁을 구해서 일 년 동안이나 함께 지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기억이 돌아오자 떠나버리고 그런 그를 찾아 헤매다 만났더니 돌아오는 건 차가운 냉대밖에 없네요. 그나마 어떻게 해서든 함께 하고 싶어서 주혁이 거절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만들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대처해가는 영인이 어른스럽고 매력있는 캐릭터로 느껴집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수캐릭터네요.
주혁은 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1년동안 기억을 잃게 되는데 그 1년 동안 영인과 일상을 보내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져들고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하지만 주혁이 갑자기 예전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동시에 일 년 동안 영인과 지내던 시간들을 깡그리 잊어버리게 되고, 마치 그런 것들을 대비한 듯 주혁은 영인에게 자신을 찾아오길 당부했고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을 영인에게 맡깁니다.영인은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진 주혁을 찾기위해 애쓰다가 그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두 사람이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하지만 예상했듯 돌아오는 건 주혁의 냉소와 경멸뿐입니다. 기억상실 소재를 좋아하지만 생각보다 이런 소재의 글이 많지 않은 편인데 문체도 차분하고 문영인이란 캐릭터가 담담하면서도 답답하지 않아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