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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 20년 차 방송작가의 100% 리얼 제주 정착기
강수희 지음 / 인디고(글담) / 2022년 11월
평점 :
나는 현재 교통사고로 인해 2인 1실 병실에 입원해 독방생활을 하고 있다. 입원하고 있는 동안 내 책상에 쌓여있는 책은 다 읽어야지.. 하고 가져온 책 중
오늘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제목 그대로 제주도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의 에세이이다.
제주 한립읍에 위치하고 있는
금늠책방 북스토어 아베끄..
나는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다.
뚜렷한 이유는 없지만 아마도 에세이 서평을 잘 못쓰는 나인지라 서평 쓰기 두려운(?)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읽은 책은 꼭 블로그에 남겨야지..' 라는 나만의 약속이 있는 터라 에세이 서평 쓰기 겁나 어렵다는 걸 알기에 피하는 거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제목만 보고서도 이 책은 읽고 싶었다.
현실로 이루어질 것 같진 않지만 내 맘속 깊은 곳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의 꿈이기 때문이다.
독립서점 운영이라는 돈을 엄청 많이 벌 것 같지 않은 비즈니스이긴 하지만,
내가 하면 '어떻게 하면 다른 서점보다 훨씬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를 궁리하고, '나라면 잼있게 서점운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얄팍한 꿈 정도가 되겠다.
내 평생 1일 1독 한 책은 다섯 손가락에 꼽는다.
그 다섯 손가락 중 또 하나의 손가락을 꼽기 위해 이 책을 들었다.
'내 오늘 기필코 오늘 완독을 하겠나이라!'
어머,,,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의 저자와 함께 수다 떠는 기분이었다.
글을 읽는 내내 글 내용이 그대로 내 눈앞에 그려지고,
글을 읽는 내내 자취방 아주 좁고 불편한 부엌에서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며 뜨끈한 방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넘겨가며 수다 떨고 있는 그런 느낌이 느껴질 줄이야.
독방 입원실에서 잔잔한 피아노 음악 소리만 나는 조용한 공간인 이 곳에서 책을 읽는 동안 내 귀엔 상상수다 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멈춤도 있었다.
'와,,, 글을 어쩜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
하나의 단어를 그냥 던지는 게 아닌 아주 개구쟁이 같은 비유법, 은유법을 써서 문장을 만드는 작가님.
역시나,, 방송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계신 글쟁이셨다.
글을 읽다 빵빵 터지는 대목들이 나온다.
욕을 욕으로 쓰진 않았지만 한눈에 봐도 욕인지 아는 그런 단어를 접목시키는 대단한 작가님.
제주도에 가면 꼭 한번 놀러 가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인스타 계정을 책에서 보자마자 검색해 봤다.
최근 피드가 9월인 걸 보니 매일 업로드하시진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작가님의 셀카 사진도 없는걸 보면..
나 같은 독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그런 캐릭터이신 걸까?
글을 읽으면서 글을 쓴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 모습 등을 상상한다.
책 앞표지에 있는 일러스트를 보면서도 상상했다.
강수희 작가님은 이런 모습일까?
너무나도 귀여운 문체를 쓰시는 작가님은 정말 귀여운 분일까? 하고 말이다.
방송작가 출신의 반육반제(반은 육지 사람, 반은 제주 사람)의 제주 정착기 에세이다.
라디오 작가, 드라마 작가를 하다가 제주도에 가게 된 이야기
어쩌다 책방을 열고 그로서리 자영업자가 된 이야기
책방을 운영하며 육지에서 지쳐 찾아오는 친구들의 이야기
책방 사장님들과 머리를 맞대 낸 아이디어로 인해 돈 안되는 프로젝트를 한 이야기
등등 친구의 경험을 듣는 것 같았다.
나도 제주의 근사한 노을을 바라보며 책을 골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섬에서의 외로움도 느끼다 지인들이 놀러 오면 버선발로 공항에 데리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내 머릿속에도 '내가 제주에 산다면..'이라는 온갖 상상을 하며 읽었다.
아니, 무슨 책이 이리 재밌어?
친구가 필요하거나
급 외로움을 느낄 때
사람에게 건네받는 위로와 조언보다
가끔은 이렇게 '책친구'에게서 느끼는 묘한 감정이 더 따뜻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3일째 독방에 갇혀
군대처럼 시간 어김없이 해야 하는 물리치료와
정확한 시간에 너무나도 잘 나오는 삼시 세끼 밥에 사육당하고 있는 병실에서,
「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책 한 권이 이렇게 나를 즐겁게 해주다니.
강수희 작가님! 아베끄 사장님! 께 감사드린다.
꼭 아베끄 책방에 들려 노을을 보며 책 한 권 골라
계산을 해주시는 작가님께 이 책을 건네
"싸인해주세요 팬이에요"라고
말 한마디 전해드리고 싶다.
엄마가 챙겨주는 간식거리를 챙겨
이불 속에 쏘옥 들어와
킥킥거리며 웃으며 읽을 수 있는 그런 책
「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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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라도 있으면 100번 누르고 싶다!
나에겐 제주 같은 힐링 도시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제주 회복탄력성 같은 곳
누구나 다 도시를 벗어나고 싶은 그곳을 찾아야 한다.
잠시라도 회색 거리를 벗어날 수 있는 곳
외로움을 벗어던질 수 있는 곳
편안히 숨 쉴 수 있는 그런 곳
아베끄 같은 곳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