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오감을 통해 세계를 인지하고 자신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것은 전부 연약하고 애매모호하고 어설프다. 대충 얼기설기 얽혀 있어서 그리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그렇기에 오감을 갈고닦을수록 불안도 증오도 질투도 슬픔도 증폭되어가는 모양이다.
그러니 무섭다.
이세상에 자기 혼자밖에 없다는 감각에 인간은 공포를 느낀다. 따라서 타인과의 관계를 갈망한다. 하지만 그 관계는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찾으면 찾을 수록 그 형상은커녕 개념조차도 공허하게 느껴지기에 인간은 한층 더 광신적으로 그것을 갈구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분명 존재한다는 희망을 가졌다. 오감을 이용하면 분명 그것들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꿈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