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 나와 세상에 속지 않고 사는 법
원제 지음 / 불광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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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볍게 읽고 던질 책이 아니다. 신변잡기를 서술하는 중에도 깊은 울림이 있다. 단어의 선택과 의미,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 구사력, 독자를 향한 의사 전달력 또한 너무 참신하다. 단 한 편의 문장도 허투루 쓴 구석이 없다. 모두가 활구이고 활문이다. 얼마나 피나는 공부와 수행을 거친 것일까. 상황과 대응, 고통은 이해 또는 분석하는 게 아니라 벗어나는 것, 실체 없이 비어 있는 나, 무아로서 전체의 흐름 등은 언어적 표현으로 머무는 게 아니다. 인연따라 생멸하는 전체 흐름 속에서 원제 노릇한다는 건 표현을 넘어 직접 가슴에 와 닿는 체화의 경지이다.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 이 전체란 개념상의 전체가 아니라 중심없는 전체, 중심없는 중심이다. 결국 지금 여기, 있는 이 대로가 답이고 진리이다. 개념적이고 공허한 말장난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세속이라면 한창 미망 속에 허덕일 나이에 어찌 이런 성숙한 안목을 갖출 수가 있을까. 오랜만에 맛보는 시원한 법음이다. 한국 선불교의 맥박이 오롯이 살아 요동치고 있다. 그야말로 진짜 실력을 갖춘 스님이다. 논리와 개념에 쉽게 매몰되는 나 같은 수행자 분들께 강력히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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