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된 죽음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8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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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복수극-비블리오 미스터리★​

 

<편집된 죽음>은 문학동네의 장르문학 시리즈인 '블랙펜클럽'의 초기작(2009년 출간) 중 하나로 스위스 출신의 역사학자 장 자크 피슈테르의 처녀작입니다. 사학계에서도 인정을 받는 역사학자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책에 관해 우아한 복수를 담은 '비블리오 미스터리'를 아주 멋드러지게 완성했습니다.

 

유명 편집자인 에드워드 램(영국인)에겐 35년 지기인 인기 유명 작가 니콜라(프랑스인)가 있었죠.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자기애로 똘똘뭉친 니콜라에게 평범한 에드워드는 수 십년간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리플리와 딕키의 관계처럼 말이죠. 그동안 시시껄렁한 연애소설과 수려한 외모 덕분에 인기를 얻고 있던 니콜라는 드디어 '사랑을 해야한다'라는 작품으로 노벨상에 버금가는 공쿠르상을 수상하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 35년간 감춰졌던 비밀이 수면에 떠오르며 에드워드의 치밀한 복수가 시작됩니다.

 

<편집된 죽음>은 '자기 앞의 생'이라는 소설로 잘 알려진 에밀 아자르(본명 로맹 가리)의 자살에서 착상했다고 하며, 그는 이 책에서 니콜라가 연상되는 삶을 살기도 했지요. 전 책을 읽을 때 역자의 서문/후기 또는 추천사 등 본문의 시작과 끝에 들어간 글들을 자세히 읽는 편에 속합니다. 그럼 책을 읽기 전/후로 더 몰입하기도 쉽고 작가의 의도가 이해되거나 '아, 그랬구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때가 있거든요. 

 

<편집된 죽음>은 철저히 에드워드의 관점으로 진행되는 1인칭 소설입니다. 그래서 에드워드의 삶의 궤적을 함께 돌며 들여다보게 되는데요, 이는 그가 느꼈을 니콜라에 대한 '애증'의 감정이 오롯이 전달되는데 한 몫 하고 있습니다. 리플리와 딕키 같기도 하고, 모차르트와 샬리에르 같기도 한 그 애증의 관계 말이죠.

 

하지만 만일 니콜라가 없었다면, 니콜라를 몰랐다면 에드워드는 '경'의 칭호를 받을 정도로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었을까요? 제가 보기에 시작이 어쨌든 니콜라는 에드워드를 진짜 좋아했었던 것 같기도 하거든요(애정이 아니라 우정의 관계에서). 결국 복수의 완성으로 '내 안의 악마'를 제거하고 '내 안의 낙원'을 되찾은 에드워드는 과연 어떤 시詩를 쓰게 될까요?

 

몇 달 전 '세컨드 라이프(베르나르 무라드)'때문에 알게 된 '블랙펜클럽' 시리즈... 올 겨울은 즐겁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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