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
M. C. 비턴 지음, 지여울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험담꾼의 죽음>은 현대문학에서 출간한 M.C. 비턴의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의 첫 장을 알리는 작품입니다. 1970년대 북스코틀랜드의 로흐두 마을에서 타는 듯한 붉은 머리·개암나무 빛 눈동자·장래가 없는 시골 순경 해미시 맥베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로, 현대 추리물과는 달리 자극적이거나 숨 가쁜 추격전 등은 등장하지 않는 소설입니다. 

 

연어와 송어 낚시를 전문으로 하는 낚시 교실에 8명의 관광객이 모이면서 사건은 시작합니다. 그중 레이디 제인은 다른 참가자들의 비밀 운운하며 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험담꾼'이었죠. 그녀가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참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며 그들 사이에 감춰진 비밀이 수면으로 떠오릅니다. 로흐두의 유일한 순경이자 유유자적한 해미시는 그 낚시 교실에 대해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주위를 맴도는데, 결국 그의 예상대로 여행 4일째, 레이디 제인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험담꾼의 죽음>은 남성판 '미스 마플'이 떠오르는 추리 소설이었어요. 유유자적한 성격이지만 상황을 날카롭게 꿰뚫어 보는 해미시는 뜨개질 하는 미스 마플을 생각나게 했거든요. 중반까지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자극에 익숙한 독자에겐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느껴지는 미묘한 어긋남이 '어, 뭔가 이상한대?'라는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들은 살인사건이라는 비극으로도 함께 묶여 있을 뿐만 아니라 태곳적부터 내려온 열정, 즉 무언가를 사냥한다는 행위로 인한 동료 의식으로 한데 묶여 있었다.(130)

 

그리고 사건과 더불어 등장인물 간의 묘한 기류도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인데요, 주요 인물인 앨리스의 감정을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한 작품이에요. 물론 요새 가치관과는 많이 달라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요.

 

낚시터에 모인 10명의 여행객, 그리고 그들이 품은 감.추.고.싶.은.비.밀.

누구나 죽기를 원했던 그녀, 레이디 제인. 험.담.꾼.

하지만 누구나 부정하는 그녀의 살인.

로흐두 최악의 강력 사건, 우리의 해미시 맥베스 순경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은(이광수가 생각나요), 덩달아 유유자적해 질 것만 같은 순경 해미시 맥베스의 <험담꾼의 죽음>, 저도 낚시터에 가면 뭔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듭니다. 

 

살아있기에 참 멋진 저녁 아닙니까?(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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