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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고양이가 뭐람! - '다독인더시티' 조영광 수의사가 쓴 고양이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
조영광 지음, 양아연 그림 / 문예춘추사 / 2017년 8월
평점 :
여자들에게, 또는 홀로 고독한 사람들에게 고양이는 로망이다.
강아지와는 달리 혼자서도 자기 관리 잘 할 것 같고,
배변 훈련이나 사회성 훈련 같은 아마추어로선 상상도 안 되는 훈련이 따로 필요하지 않으며,
스스로 그루밍해서 몸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혼자서도 잘 놀고 산책도 필요하지 않다고 하니
외롭기는 한데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친구를 원하는 사람에게 고양이는 어쩐지, '딱' 인 반려동물이다.
어린아이들에게도 고양이는 로망이다.
동그란 눈을 치켜뜨고, 두손 모아쥐고 바라보는 '슈렉 고양이'를 기억해 보라.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세상 그런 신기한 동물이 없다는 듯 나만 바라보는 아기 고양이의 시선을 무심하게 넘길 사람이 누가 있을까. 더더군다나, 맘 여린 여자아이가 고양이의 글썽글썽한 눈망울과 마주치게 된다면!
"엄마, 나 고양이 사줘!"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
그런데 고양이, 어쩐지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키우려면 생각보다 까다로울 것만 같고, 개처럼 방송에 자주 노출되는 것도 아니고, 개보다 훨씬 야생성이 살아있다는데 그게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같은 반려동물이라도, 초보자에겐 '낯설다'
한 번 고양이에 빠져들면 그의 매력에 세상 둘도 없는 '집사'가 되어 버린다지만,
선뜻 우리집에 데려오긴 책임질 수 없을까봐 조심스럽고 두렵기만 하다.
<하필 고양이가 뭐람>을 읽으면서, '엄마 나 고양이 사줘!' 라는 아이 앞에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 입장에선 예전의 미신 같은 터부에서 시작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워들은 터라 좋기도 하지만 조심스럽기도 한데, 아이는 무작정 '예쁘니까 사 줘!' 라고 졸라댄다.. 그런데 어쩐지 고양이는, (강아지도 마찬가지지만) 돈을 주고 '사는' 동물은 아닌 것만 같다. 어떻게 데려오나, 데려오면 또 어떻게 키워야 되나,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일상은... 괜찮을까?
그런 불안함과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해 주는 책이 바로 <하필 고양이가 뭐람>이다.
무작정 반려 동물로서 고양이를 데려오고 싶은 딸아이와
고양이에 대한 낯설음과 막연함을 가진 엄마가 같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은 책.
이 책은 7살 사랑이가 길고양이 소미를 데려와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까지 함께 지내는 에피소드가 따뜻한 동화 형식으로 그려져 있다. 그런데 글을 쓴 사람이, 동화 작가가 아닌 수의사라고 한다. 그러므로 고양이와 어린아이가 만나고 적응하고 사랑에 빠지고 토닥거리는 과정 속에, 고양이 '집사'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수의사의 조언이 쏙쏙 포함되어 있다. 마치 '먼나라 이웃나라'처럼, 이야기를 따라갔을 뿐인데 정보가 머릿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기분이랄까.
그냥 가벼운 동화 몇 꼭지를 읽었을 뿐인데, 다 읽고 나면 마치 한 고양이와 일생을 함께 보낸 것만 같은 간접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하필, 고양이가 뭐람'
'나는,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책을 읽고 나니, 지금까지 막연하게 갖고 있었던 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사라졌다.
'훈련이 필요하고 알아서 잘 사는 도도한 동물'이라니, 생각해 보면 녀석도 '포유류'인데. 감정이 왜 없겠어?
사랑이에게 편지를 쓰듯 말을 거는 소미의 독백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촉촉하게 녹아든다.
마냥 도도하고 홀로인 줄 알았던 고양이들은 나른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였구나...
특히, 집을 나온 소미가 자기 엄마를 찾아 떠난 에피소드와 사랑이와 소미의 이별 장면은 읽고 나서 맘이 찡했다.
꼭 내가 소미의 주인 사랑이가 된 것처럼 감정이입이 되서, 소미에게 '잘 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우러났다.
그와 함께, '으아아! 고양이 키우고 싶어!!! 하는 강렬한 욕망도!!
생각해 보니, 지금 키우고 있는 고양이와 '냉전'을 겪고 있는 고양이 집사들에게도 참 좋은 책이겠다 싶다.
살다가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에게 말을 건네는 책을 몇 권이나 발견하게 될까?
고양이 집사들에겐 내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하는 독심술을 발휘할 수 있는 지침서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아기자기한 삽화와 예쁜 고양이 도록에 절로 마음이 간다.
고양이 한 마리 키울 용기는 없어도, 고양이를 키우고 싶을 때마다 책에 있는 그림들이라도 펼쳐 보다 보면
절로 마음이 따뜻해질 것만 같다.
유쾌한 책 제목에도 '좋아요!' 한 표 주고 싶다.
하필 고양이가 뭐람.
강아지는 사근사근하고 키우기 쉬울 것 같은데, 왜 '하필' 고양이에 빠져서 이 모양이람...
애정 가득한 투덜거림이 증강현실처럼 귓가에 들려온다.
하필 고양이라서, 하필 고양이가 좋아서 고민 중인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