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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살아도 좋아
용수.박산호 지음 / 선스토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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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용수 스님과 박산호 작가가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책의 내용이 매우 현실감있 게 다가오는 매력이 있다. 


자기개발서가 난무하는 시대에 자신을 부족한 존재로 보고 채찍만 주는 방식도 아니고, 긍정심리학이 각광받는 시대에 나르시시스트처럼 비대해진 자아를 만들어내기 위해 당근만 주는 방식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인정하라는 것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친다. 


일상의 사례들을 통해 굉장히 설득력 있는 어조로 말을 하기에, 교조적이지 않아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실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만드는 책이다. 


특히, 용수 스님이 제시한 죽음명상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맥미이다. 

나는 분명히 죽을 것이다! 오늘 죽을 수 있다! 죽을 때 오직 명상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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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게, 토닥토닥 - 나를 안아 주는 그림책의 말들
김글향 지음 / 빈빈책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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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존 버닝햄의 그림책 <알도>에게 많은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알도가 나에게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눈물샘이 고장이 났나 싶을 정도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런 날들이 있다.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날, 그런 날엔 긴 글을 읽기가 버겁다. 그럴 땐그림책이 적격이다. 


이 책 <다정하게, 토닥토닥>은 딱 그런 날, 살며시 들쳐보고 싶은 책이다. 그러면 그림책들이 다정하게 나를 둘러싸 토닥토닥 내 어깨를 두드려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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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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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래 글은 온라인 독서 플랫폼 '지식공동체 그믐'(gmeum.com)의 Beyond Bookclub(비비클럽) 2기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함께 독서를 위한 공유를 위해 썼던 각 장별로 흥미로운 내용이나 인물에 대한 짧은 소감의 글을 모은 것이다. 


[문어]

책을 읽기 전 워밍업을 위해 정보라 작가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유튜브 자료들을 보았는데요, 이 편을 읽으면서 "위원장"님이 정 작가님의 남편 분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고백 장면에서 '맞구나, 그렇구나' 했습니다. 위원장님과 나(정 작가님) 캐릭터가 모두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외계 생물체로 등장하는 대왕문어도 흥미로웠는데, 문어의 한자어 문 자가 글월 문 자인데 대학교 복도에서 출몰하니 문어인 이유가 그럴 듯해 흥미로웠습니다. 배운자들을 먹물들이라고 칭하는 비유도 생각나 재미있었고요.


[대게]

러시아 산 대게와 러시아어로 대화하는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대게의 입을 통해 전해듣는 러시아의 현 상황들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고요. 왠지 앞으로는 어디 어디 산 바다 생물을을 만나게 되면 출신지의 언어로 대화하는 상상이 자동적으로 떠오를 것 같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어] 편의 등장인물들이 겹치고 거기에 새로이 등장하는 바다 생물인 대게와 시어머니가 부가되는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앞으로 읽을 상어, 개복치 등등 다음 편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더 갖게 합니다. 시기가 명절이라 더 그런지, 집에 온 낯선 손님들을 챙기시는 시어머니가 기억에 남습니다. 밥을 먹었는지 챙기시는 건, 역시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리시는 분들의 전매특허일까요.

[상어]
근자에 사회 전체의 화두이기도 하고, 명절이었기도 하고, 제가 휴일 기간에 <소풍>이라는 영화를 보았기도 해서인지, '돌봄'이라는 주제어가 읽는 내내 계속 떠올랐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저에게도 중요한 주제라서 더 다가오기도 했고요. 가족들 간의 돌봄을 넘어, 죽도시장 사람들과 전동스쿠터 군단의 서로 돌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대한 수족관에 갇혀있던 외계 생물인 문어를 비롯하여 상어, 대게, 조개 등 바다 생물들이 궁금해지네요. 다들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검은 덩어리들에 의해 또 다른 곳에 갇히게 되었을까요?

[개복치]

이 편을 읽기 직전 인터넷 검색창에서 이미지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개복치 이름은 들어본 듯한데 생김새는 몰랐거든요. '신기하고 재미있게 생겼구나' 생각하며 읽는데, "개복치 꼬리 부근에서 소리없이 조그만 회갈색 잠수함이 솟아올랐다."(170쪽)라는 묘사를 보고 '그럴싸하다!'라며 맞장구를 치게 되더군요. 선우가 바닷 속 모험에서 "말이 엄청 많고 다리 한쪽이 없는" 대게를 만나 기뻤습니다. 그 대게가 선우의 작은엄마에게 안부인사를 전하는 걸 보니, 분명 예브게니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에, 예브게니의 안부가 궁금했는데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선우가 검은 정장 사람을 만나고, 예브게니를 만나고 하는 걸 보니, 결국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생각하게 되어 흥미로웠습니다. 그렇다면 선우의 하얀 인형을 찾아준 "빨판 상어"는 [상어] 편의 그 "루비처럼 붉은" 그 상어였을까요?

[해파리]
첫 줄에서부터 언급되는 "죽음"에 대해, 죽음과 삶의 뫼비우스 띠 같은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하늘에서 죽음이 꽃처럼, 비단처럼, 별의 장막처럼 쏟아져 내렸다"는 묘사가 과연 어떤 이미지일까 상상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네요. 왜 해파리가 죽음과 연관이 될까 읽는 내내 수수께끼 같다가, 해파리성운에 대해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본 후 납득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해파리성운에 대해 이번에 처음 알게 되어 이미지 검색도 해보았는데요, 해파리성운이 IC443이라는 것과 그것이 초신성의 잔해이며, 초신성이란 태양보다 10배 이상 큰 별이 수명을 다한 뒤 마지막 순간에 폭발하는 현상이라고 하니, 해파리와 죽음의 연관됨이 이해가 갔습니다. 연작소설을 읽으면서 비욘드 님의 말씀처럼 포항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기도 하고, 제가 알지 못했던 돔배기, 개복치, 해파리성운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언젠가 포항의 죽도시장도, 송도해수욕장도 가보고 싶네요~

[고래] 

이 편은 저를 두 번 놀라게 했는데요, 먼저 검은 덩어리가 다른 행성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놀랐고, 결국 검은 덩어리가 고래가 아닌가라는 추측을 하게 되어 놀랐습니다. 이러한 놀람과 더불어, 해파리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화자인 "나"의 능력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나"가 작가, 즉 예술가이기 때문에 그런 능력을 갖게 된 것일까요? 예술가란 모름지기 세계를 촘촘한 촉수로 감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에 다다르고 보니, 결국 화자들이 지키고자 기어이 지켜내고자 하는 지구 즉 이 세계에 대한 그들의 애틋한 '사랑'이 저에게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들이 항복하지 않고 저항하는 것은 모두 이 사랑의 표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이야기들이 "다들 어딘가 손상되고 어딘가 완벽하지 못한" "현실의 인간"인 독자들에게도 사랑을 표현해 보기를 초대하는 초대장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구를, 이 세계를 구하는(구할 수 있는) 것은 영웅호걸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들일 수 있으니까요. 초대장을 받은 저도 제 일상에서 저의 방식으로 항복하지 않고 저항하는 연습을 실천하겠습니다. 사랑을 담아서 말이죠.

[작가의 말] 

이 글에서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창조된 배경과 전체 맥락을 알 수 있어, 이 연작소설의 지도를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비정규직 종사자로서의 고충, 오늘도 지속되고 있는 전쟁으로 인한 평화에 대한 환멸 그리고 기후위기에 대한 염려에 상당히 짖눌려 있기 때문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제가 처한 상황으로 인해 느끼고 있던 무기력에서 조금은 벗어나 작가의 다짐을 따라 외쳐봅니다. "항복하면 죽는다. 우리는 다 같이 살아야 한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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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다 - 코로나 시대 우리 일
김종진 외 지음,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외 기획 / 후마니타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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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로서, 일터에서 겪어야 하는 이 책의 제목처럼 숨을 참는 순간순간들이 있다. 그런 순간들은 대게, 내가 그저 견뎌내야만 하는 그래야만 하는 그런 순간들이다.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러한 생각의 연유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질문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닌, 그런 순간들을 견디고 겪어낸다.

숨을 참아야 하는 순간들이 가득 찬 노동의 일상 속에서, 가끔은 괜찮다고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우리 함께 숨을 참아보자고 손 내미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을까?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난무한 지금의 사회 구조나 제도의 모순 속에서, 과연 내 옆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숨을 참아보는 것이 가능할까?

이 책 <숨을 참다> 속에서 함께 숨을 참는 동료들의 손 내밈을 발견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정나라하게 드러나게 된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의 민낯이 부끄러워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숨을 참게 된다. 얼마나 강인하고 용기 있는 개인들인지, 얼마나 허술하고 연약한 사회인지, 한편 희망하고 다른 한편 절망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 내내 숨을 참게 된다. 우리의 현재를 바로 볼 수 있게 하면서도 앞으로 우리가 어디를 바라보아야 하는 지에 대해 겪어내고 살아낸 고귀한 이야기들로 들려주는 책, 코로나19를 함께 겪어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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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편이 되어 줄게 - 할아버지가 엄마에게는 해 주지 못했던 말
한기호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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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퇴근길에 갑자기 커피소년의 <내가 네 편이 되어 줄게>라는 노래가 입에서 맴돌았다. 일하는 곳의 건물을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탈 때까지 그 노래를 계속 흥얼거렸다. “내가 네 편이 되어 줄게~. 괜찮다 말해줄게~. 다 잘될 거라고, 넌 빛날 거라고, 넌 나에게 소중하다고~.” 지하철에서 습관처럼 휴대폰으로 검색을 하다가, 이 책 네 편이 되어 줄게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그 순간 내가 맞이해야할 운명처럼 그렇게 내게 왔다.

이 책은 손자를 보게 된 저자가 할아버지가 되어, 아버지였을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손자에게 세상에 대해 차근차근 들려주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인공지능이며 네트워크 가족 등, 손자 한이가(그리고 손녀 시우가) 딛고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 펼쳐질 모습과 가치를 차분하게 할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통해 보여준다. 손자에게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이면서 현재의 이야기이고 미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마도 나는 그 퇴근길에 뭔가 막막함을 느꼈었던 것 같다.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막연하게 느꼈던 두려움과 걱정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 괜찮다고 다 잘 될 거라고 하는 응원의 마음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 그 때 만난 이 책은 마치 나의 할아버지가 나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시며 함께 걸어갈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라며 미소를 머금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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