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으로 - 우리의 내면에서 무언가 말할 때
안희연 / 오후의소묘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책이란 수많은 질문을 남기고 독자로 하여금 그것에 대해 글을 쓰지 않으면 못 배기게 만드는… 그런 책이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그렇다. 새해 읽은 책 중 <자기만의 방으로>가 딱 그런 책이었다. 서수연 작가님의 일러스트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 책은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오후의소묘 에서 올초 나온 신간이다.

이 책은 애정하는 안희연 시인을 시작으로 <백 살이 되면> 그림책으로 내 최애 그림책 작가가 된 서수연 작가님, 최애 of 최애 책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의 저자 무루님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창작자 10명이 ‘자기만의 방’에 대해 이야기하는 앤솔러지 에세이이다.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장소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 안에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제‘자리’를 찾고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저마다의 방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나도 글쓴이의 팬이 되어 글쓴이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그러다 지금 내가 있는 공간, 내 방을 돌아보며 이 공간을 돌보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자기만의 방’에 대해 나의 글을 써내려가고 싶은 마음도. 특히 안희연 작가님의 글은 글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여서 그런지 더더욱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예술적이고도 숭고한 작업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했다.

-

‘우리 내면의 무언가가 말할 때’ / 안희연

“내 시의 집들은 물방울이 찾아오기에 좋은 거처였던가. 물방울의 ‘맺힘’이란 무엇일까. 사라짐을 예비한 맺힘에는 얼마나 무시무시한 안간힘이 내장되어 있나. 생각의 구름떼가 곧 비를 뿌릴 것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나의 머릿속에선 이런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_14p

“앞이 가로막혀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글쓰기는 앞으로 가면서 동시에 안으로 들어가는 작업이다.”_15p

“글을 쓰려면 일단 자신의 몸을 빈 항아리로 만들어야 하고 항아리가 차고 넘치게 읽어야 한다. 그런 다음 모든 것을 등 뒤에 두어야 한다.“_18p

“우리 내면의 무언가가 말할 때, 내가 아니라 그것이 나의 몸을 빌려 더듬거리며 말할 때, 나는 그것을 받아적는 사람이다.“_23p

-

안희연 작가님의 글이 나도 글을 쓰지 않으면 못 배길만큼 좋은 영감이 되어주었다면,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 무루 작가님의 글은 아직 내 앞에 닥치진 않았지만 언젠가 내가 마주할 마흔의 어느 시절을 기대감을 갖고 그려보게 해주었다.

-

‘나에게로 이르는 길‘ / 무루

“나이 드는 일이란 나를 잃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게로 이르는 것이었나.”_200p

“저 깊은 곳에 언젠가 내가 다다를 방이 하나 있다. 앞으로 내 생의 모든 여정은 그곳으로 향하는 일일 것이다.”_205p

-

내가 다다를 방은 어디일까.
꼭 무언가로 가득 채워져있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빈방은 이야기의 결말이 아니라 시작이야.
빈방을 갖게 된 후에야 비로소 태어나는 것들이 있어.”_서수연

올 한 해 새로운 마음으로 내가 있는 자리에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책
#자기만의방으로_오후의소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