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쇼츠를 멈추지 못할까 - 10대를 위한 실전 미디어 리터러시 발견의 첫걸음 12
김아미 지음 / 창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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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다 읽고 든 생각. '청소년 시절의 내가 읽었다면 정말 좋았을 책이다.' 

  

  내가 청소년 때 한창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이 유행했다. 특히 나는 싸이월드를 열심히 했는데, 하루 방문자 수가 높은 친구의 미니홈피를 보면서 부러워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투데이 수와 일촌 수, 일촌평과 방명록 수가 내 인기와 원만한 인간관계를 증빙해주는 지표나 되는 듯 굴었다. SNS를 사용할 때 내가 이 SNS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구나, 내 경험을 떠올리며 정말 많이 공감했다. SNS 속 클릭 한 번보다 내 옆의 사람이 건네는 따뜻한 눈빛과 포옹 한 번이 더 귀하다. 

  내가 숏폼으로 제일 많이 접하는 콘텐츠는 뭘까 생각해보니 단연 광고가 제일 많다. 짧은 시간에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광고들은 제품의 장점만을 지나지게 부각하고, 단점은 꽁꽁 숨긴다. 나도 숏폼 속 내용만 믿고 충동구매를 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왕왕 있다. 그 뒤로 숏폼 속 광고를 유심히 살펴보니 허위/과장 광고가 정말 많았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것처럼 속이거나, 빅사이즈 옷이라고 해놓고 44사이즈 모델을 등장시키거나, 이걸 사지 않으면 뒤떨어지는 주부라고 몰아가거나. 짧은 시간에 몰아치는 정보 속에 냉정한 판단력을 읽은 소비자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다.

  자습 시간에 교실에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애들이 꼭 한 마디씩 보탠다.  "샘, 이거 제가 읽어야 되는 건데요!" 요즘 10대는 정말 숏폼 중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숏폼에 열광한다. 친구들끼리 재밌는 릴스가 있으면 서로 DM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자극적인 숏폼에 중독되는 건 문제라고 단순하면서도 막연히 생각해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숏폼의 파급력은 컸다. 기승전결에서 '전'까지 가는 집중력과 인내심을 잃게 된다는 것. 소설을 긴 호흡으로 읽는 수업을 할 때, 나는 시작 전부터 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긴 지문을 대체 어떻게 읽히지? 그 걱정의 기저엔 당연히 요즘 애들은 자극적이고 짧은 콘텐츠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숏폼 열풍이 이렇게 내 수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구나 한편으로 마음이 씁쓸해졌다.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무언가를 긴 호흡으로 읽고 보는 연습을 반드시 해야 할 것 같다.


  미디어 리터러시. 이젠 당연하게도 문해력은 글에만 존재하는 용어가 아닌 시대가 왔다. 우리 학생들이 미디어를 끊을 수 없다면, 대신 똑똑하게 쓸 수 있는 청소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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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3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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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총 4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청소년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를 유쾌하게, 때론 무겁게 드러낸다. 


  <딸꾹질>은 2022 월드컵 당시를 9살 남자 아이의 시선에서 색다르게 그려낸 소설이다. 나는 2002 월드컵에 대한 기억이 없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의 목적으로, 하나의 간절한 마음으로 묶어 주는 스포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체육대회에서 우리 학급이 줄다리기 1등만 해도 너무 신나고 흥분되는데, 월드컵 4강 진출이라니 얼마나 떨리고 흥분됐을까.

  이변. 강자와 약자가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는 세상에서 약자의 질주와 활약은 기존의 질서를 깨는 짜릿함과 통쾌함을 선사한다. 축구 약체였던 대한민국이 이탈리아와 같은 축구 강국을 이기고 4강에 오른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세상은 이런 이변이 있기에 재미가 있고, 누구나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만하다.


  <당근이세요?>는 경기도 외곽 신도시로 이사를 가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주인공 나라의 시선에서 하루를 그린 이야기이다. 나라의 소중한 삼총사 친구들 보라와 나영이. 이 세 소녀들은 우리 사회가 흔히 부르는 '정상 가족'이라는 형태에서 벗어나 있다. 각자의 이유와 고통과 행복으로 삶을 멋지게 살아내고 있는 소녀들을 나라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응원하게 되는 소설이다. 다만, 제목에 나타난 당근거래라는 소재가 신선해 기대가 되었던 편인데, 당근거래와 관련한 내용은 크게 다루지 않은 점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오월의 생일 케이크>는 민주화 운동 이후 내상을 입은 큰아빠를 바라보는 민서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광주에서 군생활을 했던 민서의 큰아빠는 내면의 상처를 안고 복귀한다. 가족들은 큰아빠가 시간이 지나면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지만, 큰아빠에게 일어난 일은 그렇게 쉽게 잊혀질 일이 아니었나보다. 대체 큰아빠는 광주에서 무엇을 목격했을까. 이 점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오히려 사건의 비극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개를 보내다>라는 작품은 진서가 반려견 진주를 만나 떠나보내기까지의 시간이 담긴 짧은 소설이다. 이 제목을 보자마자 우리집 고양이가 생각났다. 우리 집에 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느새 우리의 전부가 되어 버린 나의 귀여운 고양이. 피곤한 아침에 기분 좋게 눈을 뜨게 해주는 골골송, 퇴근하고 집에 오면 도어락 누르는 소리에 중문 앞에 마중나와 있는 애교쟁이 고양이. 새벽마다 꼭 우리를 깨우고 잔뜩 쓰다듬을 받아야지만 다시 잠을 자는 아기 고양이. 이미 내 딸이 되어 버린 사랑하는 반려묘를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펫로스증후군을 어떻게 극복하냐는 질문에 누군가가 그건 극복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마음에 품고 그리워하고 즐거웠던 추억을 양분삼아 또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우리 고양이에게 자주 묻는다. 우리의 가족이 되어서 행복하냐고. 나중에 품이가 고양이별로 여행을 떠나는 날, 우리의 가족이 되어 행복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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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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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결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거슬리는 문제들이 있다. 유리의 오른쪽 눈에 뜬금없이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곤 하는 눈처럼 말이다. 그 문제는 해결되기 전까지 우리의 일상에 다양한 형태의 무게를 더한다. 누구에게는 죄책감으로, 누구에게는 그리움으로. 그렇지만 우리는 그 무게에 짓눌리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짊어지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흔들리고 다치고 방황하는 것은 괜찮다. 비행기도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흔들려야 하는 법이다.


  유리가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고로 무너졌던 유리의 가족도 조금씩 예전의 행복을 되찾아 간다. 추운 날씨처럼 꽁꽁 얼어 붙었던 가족들의 마음은 눈이 녹듯이 서서히 녹아간다. 유리가 아버지에게 건넨 감귤 한 조각, 비행을 마치고 유리를 위해 사온 어머니의 초콜릿, 그리고 영의 손에 쥐어진 유리의 솔방울처럼 작고 사소한 행동들. 이런 순간들이 모여 이 가족을 다시 하나로 만들어 줄 것이다.


  스파클은 말 그대로 반짝임이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며 자칫 놓치기 쉬운 순간의 반짝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작고 사소하지만 서로를 위하는 진심들이 바로 우리의 스파클이다. 우리 모두가 내 일상 속 반짝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가족, 희생, 회복과 치유에 대해 생각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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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두 개 소설의 첫 만남 33
이희영 지음, 양양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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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영 작가님의 '쿠키 두 개'를 읽고, 서로에게 쿠키 하나씩을 건네는 따뜻한 세상을 소망하며.


 '그냥'이 의심받지 않는 보편적인 대답이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모두가 호의를 가진 마음으로 타자를 대하는 세상이라서, 그래서 타인의 호의를 비꼬아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 내가 타인에게, 타인이 나에게 그냥 친절을 베풀 수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는 세상 말이다.


  그럼에도 차가운 누군가의 말에 상처 받았다면, 상처받은 만큼 내 마음은 따뜻했다는 점을 떠올리고 얼른 털어버리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순수하고 선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꼭 만나기를 바란다. 그 사람과 쿠키 한 조각씩을 나눠먹으며 뭐든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만남과 인연이 있기를 소망한다. 


  작은 쿠키 하나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캄캄한 밤을 밝히는 것도, 결국은 고작 한 줄기의 빛이니까. 작지만 다정한 위로를 등대 삼아 내일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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