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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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꼬리를무는그날이야기


#동아시아출판사


#SBS<꼬꼬무>제작팀






아주 가까운 이야기




휴거 소동? 당시 어린 나이였던 나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였다. 정말 그 예언서 한 권으로 이렇게 온 나라가 들썩였다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마침 아는 선배를 만날 일이 있어서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SBS <꼬꼬무>라는 프로그램에서 지강헌 이야기를 본 다음 날,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흥분된 목소리로 인질숙박에 대해, 지강헌이 느낀 좌절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선배였다.    


     


선배, 휴거 소동 알아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수다가 오래 이어졌다. 그 선배는 정말 오랜만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듯 반가움까지 어린 표정으로 자신의 썰을 풀기 시작했다. 지난 번 지강헌 이야기를 들을 때는 나는 그저 잠자코 듣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책에서 본 게 있으니 나의 아는 척 까지 더해져서 서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애초에 만나기로 했었던 목적은 이미 아득해져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7가지 이야기들은 아주 오래 되어서 역사 교과서에 담겨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가까워서 우리 모두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도 아닌, 그런 애매한 역사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의 목차에 모두 품은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 날 이야기>였다. 






아주 사적인 이야기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사건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항상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나의 이웃 같은 사람들, 그들이 역사의 한 줄기씩을 담당해서 흐르고 있다. 이 책은 그 흐름의 주인공인 ‘사람’에 집중했다. 그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를 시대적 맥락 속에서 살펴보고 있다. 




굳이 장도연이나 장성규나 장항준의 목소리가 아니어도 괜찮다. 이 책을 펼친 순간 스스로 불러낸 누군가가 은밀하게 때로는 긴장되게, 때때로 슬프게 ‘그 날’의 이야기를 건넨다.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나보다 누가 있었는지에 귀 기울여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점점 변하는 모습에 나를 대입하게 된다. 나는 그들과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세상의 냉대나 가혹한 현실, 혹은 은밀한 유혹 앞에서 일말의 흔들림 없이 꼿꼿하게 서 있을 수 있을까? 나라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는 과정은 곧 나를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7개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사적으로 보여서 역사의 한 조각이라는 자각조차 느끼지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다. 나 역시 시대의 흐름 속에 하나의 물줄기를 담당하고 있음을 어렴풋하게 느꼈다면 충분하다. 




‘그날’ 이야기를 돌이켜보면서, ‘오늘’ 우리는 종말론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쩌면 진짜 종말이 없는 건 종말론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날이 언제일지 모를 뿐, 어차피 인생은 유한한데 내일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오늘을 사는 건 어떨까?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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