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목가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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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

 

-스위드가 보기에 다른 의미는 모두 사라져버렸다. 외로움을 증언하는 것이 그 건물의 가장 중요한 의미였다. 그래, 우리는 외롭다. 몹시 외롭다. 그리고 늘 우리 앞에는, 지금보다 더 짙은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어떤식으로든 그것을 처리할 방법은 없다. 외로움을 뜻밖의 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막상 경험할 때는 깜짝 깜짝 놀라게 되지만, 자신을 뒤집어보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 결과는 안이 안에 있어 외로운 대신 안이 밖으로 나온 채로 외롭게 되는 것일 뿐이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메리, 네 어리석은 아버지보다도 더 어리석은 메리. 심지어 건물을 폭파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단다. 건물이 있어도 외롭고, 건물이 없어도 외롭단다. 외로움에 대해서는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어. 역사상 어떤 폭파 운동도 거기에는 흠 하나 내지 못했지. 인간이 만든 폭약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도 그것을 건드리지는 못한단다. 내 멍청한 아이야. 공산주의에 경외감을 품지 말고, 보통의, 일상적인 외로움에 경외감을 품어라. 노동절이 오면 밖으로 나가 네 친구들과 함께 외로움의 더 큰영광을 향해, 슈퍼파워 가운데서도 슈퍼파워를 향해, 모든 것을 압도하는 힘을 향해 행진해라. 거기에 돈을 놓고, 내기를 하고, 그것을 숭배해라. 말을 더듬는 아이, 분노에 찬 아이, 멍청한 아이, 카를 마르크스에게, 호찌민과 마오저둥에게 복종하여 고개를 숙이지 말고 위대한 신 외로움에게 고개를 숙여라!

 

- 요즘들어 1960년대 미국과 유럽을 휩쓸었던 그것, 을 자주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나라도 부쩍 그 당시 미국과 유럽을 호가하던 그 당시의 주제를 중요하게 다루는 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당시에 썼던 구호들을 약간만 바꿔서 여기 저기서 말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전쟁을 반대하고,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차별을 반대하고...  

 

이 책은 그런 흐름이 들끓던 당시의 미국을 다루고 있다. 그 시대 미국을 살던 젊은 세대와 구 세대의 갈등과 관계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여느 소설이 그렇듯, 한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너무 큰 역사, 주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역사의 민낯이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에서는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 소설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정직한 응시, 끈질긴 탐구가 있다.

 

이완 맥그리거가 감독하고 주연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우연히 먼저 보았고, 영화를 보고 소설을 꼭 다시 보아야지 생각했었다. 보면서 마음이 즐거워지고 행복해지는 이야기는 아닌데도, 내가 왜 이 이야기를 꼭 다시 보리라 생각했는지 잘 모르겠다. 실은 이 소설 저변에 흐르는 쓸쓸함과 공허함같은 정서가 종종 나를 압도해서, 책을 읽다가 여러번 멈춰야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이야기에는 완전히 우리를 절망하게 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그 거대한 공허에 무너져 버리지 않도록 지켜주는 어떤 단단함 같은 것이. 글쎄, 그것이 무엇일지. 자신의 딸을 다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끝까지 품는 아버지의 어쩌지 못하는 부정일지, 미련한 책임감, 끝내 자기 자리를 이탈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지키는 어리석은 우직스러움일지...

 

사실 이 모든 것을. 끝내 이해하지 못할 이것을 이해하려 이렇게까지 애써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끝내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발버둥치는 것 밖에는.




- 어쨌든 사람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살아가는 일의 본질은 아니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산다는 것은 사람들을 오해하는 것이고, 오해하고, 오해하고 또 오해하다가,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본 뒤에 또 오해하는 것이다.

- 우리는 우리의 피상성, 우리의 천박함과 싸워야 한다. 그래야 비현실적인 기대 없이, 편견이나 희망이나 오만이라는 무거운 짐 없이, 최대한 탱크와 닮지 않은 모습으로, 대포도 기관총도 15센티미터 두께의 강철판도 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 스위드는 삶이 가르쳐줄 수 있는 최악의 교훈을 배웠다. 삶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을 배우게 되면 행복은 두번다시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없다.

- ‘내가 열여섯 살이기 때문에 아-아-아이가 되는건 아니에요!나는 내가 워-워-원하는 걸 할거에요!‘ ‘너는 전쟁에 반대하는 게 아니야. 모든것에 반대하는 거지.‘ ‘그럼 엄마는 뭔데요? 엄마는 아-아-암소 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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