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라
이상옥 지음, 조원희 그림 / 한솔수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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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쯤 깨달았던 것 같다. 내가 '다르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틀리다' 는 말을 쓰고 있음을. 그때부터 '틀리다'라는 단어가 입에서 튀어나오면 의식적으로 '다르다'로 바꾸었다. 그땐 말만 '틀리다' 였지, 생각은 '다르다' 였다. 그렇게 말을 생각에 맞춰 나갔다. 그런데 이 책은 완전 다르다.


앞표지, 산산조각 난 빙하 위에 펭귄이 한 마리 있다. 빨간 막대기를 들고 아주 전투적인 모습이다. 환경보호에 대한 메세지인가? 궁금해진다.

남극의 빙하지대가 빙하조각으로 바뀌자, 펭귄들에게는 '다른' 펭귄이 '틀린' 펭귄이 되어버렸다. 틀린 문제를 채점하듯 펭귄들은 붉은 막대기로 다른 펭귄들을 밀어냈다. 말은 '다르다'고 했지만, 생각은 '틀리다' 였다.


"우리와 다른 펭귄은 오지 마라!" "다른 펭귄은 오지 마라!" 힘센 펭귄들이 긴 막대기로 밀어냅니다. ​


뒤이어 온 물개에게도, 곰에게도 펭귄들은 똑같이 했다. 다르다는 이유가 궁색했는지 이젠 다른 이유들도 갖다붙인다. 그런데 그 이유가 꼭 사람에게 하는 말 같아서 숙연해진다.


"곰들이 무거워서 얼음이 녹는 것 같아." "물개들은 너무 많이 먹는대." "다른 동물들 때문에 우리가 먹을 게 부족해질걸?" "밀어내라! 밀어내라!"​


어른 펭귄들이 열심히 다른 존재들을 밀어내는 사이, 어린 펭귄들은 문어를 발견한다. 문어와의 먹물놀이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어린 펭귄들은 먹물이 묻은 채로 어른 펭귄에게 간다.


"엄마 아빠 이것 봐요." "우리도 이제 달라요."​


어린 펭귄의 허를 찌르는 한 마디다. 다르다는 것의 경계를 생각하게 하는 말. 그러나 어른 펭귄은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밀어내라! 밀어내라!"를 외칠 뿐이다. 어른 펭귄이 밀어내는 만큼 어린 펭귄은 다른 존재들과 가까워졌다. 어른 펭귄이 밀어낸 건 다른 존재들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다른 존재를 밀어낸 결과는? 어른 펭귄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을까? 그 뒷이야기는 그림책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


고1 아들 녀석에게 읽어보라 권했다. 다 읽더니 나치 이야기를 했다. 유대인을 밀어낸 독일인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얘기를 하다 그 당시 개념청소년이었던 백장미단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희망은 어린 존재들인가 보다. 어린이와도 청소년과도 나누기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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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2 - 검은 땅의 주인 창비아동문고 305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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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하면 맹수, 갈기, 그리고 황토색이 생각난다. 그래서 ‘푸른 사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조금 낯설었다. 젊은 사람을 나타내는 ‘청년’이라는 말이 있듯 젊은 사자를 말하나 보다 싶긴 했지만.

푸르다

1.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하다.

2. 곡식이나 열매 따위가 아직 덜 익은 상태에 있다.

3. 세력이 당당하다.

밝고 선명하고 아직은 덜 익었지만 당당한 사자, 와니니. 그러나 실상은 좀 찌질하다. 와니니는 사냥도 할 줄 모른 채 무리에서 쫓겨났고, 자신의 영역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다. 말라이카, 잠보, 마이샤와 함께 ‘와니니 무리’를 이루긴 했지만, 코끼리 눈치나 보고 개코원숭이의 비웃음을 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와니니 무리는 자신들의 속도로,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해 나간다.

혈투 끝에 사냥에 성공하고도 사냥감을 뺏기기도 하고, 사냥 과정에서 말라이카를 잃어버려 다시 찾아나서기도 하고, 슈자 무리에 얹혀살며 슈자 무리의 이간질을 경험하기도 하고... 이 모든 것은 와니니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했고 서로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했다.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한 먹고 먹히는 자연의 섭리, 그 과정에서 겪는 만남과 헤어짐, 갈등과 해결을 통해 와니니 무리는 성장해나간다. 등장하는 동물들과 나무들을 찾아가며 읽으면 그 장면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생생함을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눈치나 보고 도망이나 다닐 거면, 뭐 하러 사자로 태어나? 72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심장이 힘차게 뛰었다. 답답하던 가슴이 시원해졌다. 사냥꾼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74

죽고 사는 일은 초원의 뜻이라고들 하지. 맞아. 그렇지만 어떻게 살지, 어떻게 죽을지 선택하는 건 우리 자신이야. 그게 진짜 초원의 왕이야. 89

너희를 보면서 처음으로 알게 됐어. 아빠를 떠나도 되는 거구나. 아니, 그래야 하는 거구나... 엄마들이 나를 떠나보낸 마음을 비로소 알게 됐어. 149

제가 가진 가장 큰 목소리로 포효한다는 것, 그건 사자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영토를 가진 사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었다. 187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이 되는 것, 그것은 암사자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그것이 암사자의 일이다. 206

 

 

사자의 이야기가 사람의 이야기와 닮았다. 눈치 보지 말고, 어떻게 살지 선택하는 건 나 자신임을 알기. 삶은 자신이 가진 가장 큰 목소리로 포효하는 것. 그러니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그 기쁨을 누릴 것.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이 될 것. 와니니가 보여준 삶의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삶에 담기길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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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선생님과 오싹오싹 귀신 학교 달고나 만화방
남동윤 지음 / 사계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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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아이들, 초등 저학년에게 추천하고 싶은 만화다. 살짝 유치한 감도 있지만, 귀신 학교를 돌아보는 중간 중간 나오는 퀴즈가 재미를 준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림이 너무 어지럽다는 것. 귀신 학교를 둘러보는 재미와 다양한 귀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작품의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은 귀신마다 자기만의 개성이 잘 나타나 있는 것. 작가는 아이들도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존재임을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엄마들은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아이들은 그냥 귀신 이야기만으로 즐거운 작품이다. 내일은 아이와 함께 아이 캐릭터, 내 캐릭터와 가장 비슷한 귀신을 찾아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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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 멘토멘티 5
박도 지음, 박우진 그림 / 사계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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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큰 어른, 독립운동가로만 알았던 백범 김구. 호인 백범은 언뜻 들으면 흰호랑이란 뜻같았는데, 실제로 책을 보니 아니었다. 백범의 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천한 신분인 백정, 범은 범부(평범한 사람)이란 의미에서 따온 거였다. 그의 호는 바로 그를 나타내고 있었다.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대단한 위인이 되긴 했지만, 그도 처음엔 평범한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상민으로 천대받기도 했고, 과거 급제하여 천한 신세 면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살 때도 있었다. 부정이 판치는 과거장에서 합격에 실패하고는 뜬금없이 관상학을 공부하기도 했던, 지금의 젊은이들과 다를바 없는 좌충우돌 청년이었다. 그렇게 꿀꿀하던 신세의 김구는 ‘동학’이란 학문을 접하게 된다. 동학은 김구에게 ‘학문’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이었다. 양반과 상민의 차별이 없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란 새로운 생각. 국사교과서에서 봤던 동학농민전쟁과 백범 김구가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연결된 걸 보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김구가 남다른 행동을 하게 된 건 치하포에서였다. 그는 여관방에서 칼을 찬 왜인을 보고는, 국모 명성 황후를 시해한 왜놈 미우라일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그를 죽였다. 물론 큰 용기를 내고 한 일이었다. 그리고는 <국모의 원수를 갚고자 내가 이 왜놈을 죽였노라. - 해주 텃골 김창수> 글을 큰 길가에 붙이게 하고 안악 군수에게 이 일을 보고하게 했다. 이 일로 김구(김창수)는 옥고를 치르고 사형을 선고받지만, 동시에 그를 따르는 사람은 많아졌다.

한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기 시작하는 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분명히 인식하면서부터일 것이다. 김구는 자신이 꿈꾸는 세상에 대한 생각과 식민지 조국의 청년이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독립운동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난 어떤 정체성을 이루고 싶은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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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만세꾼 사계절 아동문고 95
정명섭 지음, 김준영 그림 / 사계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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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1절은 독립선언 100주년이라고 예년보다 더 떠들썩했다. 독립선언 100주년이라는데, 우리나라 전시작전통제권은 아직도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에 있다. 자기 나라 작전권도 없는 나라를 독립국가라 할 수 있을까. 100년 전 3월처럼 만세라도 외치면 뭔가 나아지려나. 촛불혁명이라 불리던 2016년을 거쳐 왔지만, 당당한 주권국가로의 변화는 아직도 더디기만 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 미군분담금 문제를 처리하는 걸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일본식민지에서 미군정으로 달라졌던 1945년 시기에 멈추어 있는 것만 같다. 이런 현실 때문인지 <어린만세꾼>에 등장하는 밀양소년단 아이들이 더욱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촛불혁명 때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던 어린 학생들의 자유발언 모습도 생각났다.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진짜 대통령이 아니라 최순실의 꼭두각시란 걸 알게 되었을 때 어린 학생들도 주권자의 이름을 찾고 행동했었다. <어린만세꾼>과 비슷한 지점이었다.

     

    

<어린만세꾼>19183월부터 19193월까지 고종 황제 죽음을 전후한 시기, 보통학교 안과 밖에서 벌어진 우리나라의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강제로 점령당한 건 사실 1910년부터였다. 그렇지만 그때에는 만세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 왜 1919년에는 만세운동이 일어났을까? 일반 백성들이 나라가 망했다는 생각을 분명하게 한 사건이 그때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고종의 죽음'이었다. 대통령이 꼭두각시였다는 대통령이 없다는 인식과 왕이 죽어 왕이 없다는 인식은 모두 '이게 나라냐'는 인식과 닿아 있었다.

 

  

고종 황제는 1919121일에 사망했는데 일제의 사주로 인해 독살되었다는 설이 있다. 고종 황제의 죽음으로 2.8 독립선언과 3.1 만세 운동이 일어났다. 2.8 독립선언은 일본 도쿄에서 조선 유학생들이 조선의 독립을 선언한 사건으로, 도쿄 히비야 공원에서 2.8독립선언 낭독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친일파로 유명한 춘원 이광수였다.

 

   

<어린만세꾼>에서는 그 당시 일반 백성들이 어떻게 현실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일본 식민지로서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땠는지, 나라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 중엔 10대 아이들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어땠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 여기선 다들 말 대신 매질을 하기 일쑤야. 그러니까 학교생활 잘하고 싶으면 또박또박 말대꾸하지 말고 고분고분 굴어. 8p

- 조선 사람이 왜 일본 신화를 배워야 되냐? 그거야 조선과 일본이 하나가 되었으니까 그렇지. 21p

- 그래도 이제 굶지 않는 건 사실이잖아? 일본이 이렇게 공부도 가르쳐주고. 그럼 나중에는 우리도 더 잘살 수 있을 거야. 32p

- 늘 윤세주에게서 말로만 듣던 태극기를 실제로 보는 것은 네 아이 모두 이번이 처음이었다. 95p

      

- 친구들과 함께 연무단이라는 비밀 모임을 만들었거든. 나라를 되찾을 방법을 찾고 싶어서. 식민지 사람을 심는 땅이라는 뜻이지.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다. 이게 바로 우리가 처한 현실이야. 일본은 지금 다른 나라와 전쟁 중이란다. 그런데 거기에 쓸 사람과 물자를 조선에서 가져가려는 거야. 말하자면 밭이나 논 취급을 하는 게지. 43P

 

- 보호? 보호는 위험이나 곤란에서 남을 지켜주는 것이지. 일본은 조선 사람을 착취하고 더 큰 위험에 빠뜨리고 있어. 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지. 나라는 우리 스스로 지키는 것이지 남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단다. 44P

 

독립운동가 윤세주(19)의 가르침을 받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용기를 내었기에 실제로 행동할 수 있었다. 용기를 내는 것도 자전거타기와 같아서 하면 할수록 잘하게 되는 거였다. 그리고 혼자보단 함께 함으로써 더욱 잘 하게 되는 거였다. 먼저는 같은 학교 아이 오마리아가 일본 아이들에게 희롱당하는 걸 보고 함께 용기를 내어 구해냈고, 그 다음엔 월사금을 못냈다고 운동장에 쫓겨난 윤암이의 부당함에 함께 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시위를 주도했던 윤세주가 일본의 감시를 벗어날 수 있도록 밀양소년단 아이들은 스스로 만세 시위를 벌이는 행동을 했다. 그렇게 역사는 한발 한발 더디지만 함께 행동함으로써 나아가는 거였다. 두렵지만 용기내었던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서 역사가 되는 거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는 이 공간과 시간도 더디게 나아가는 역사의 한 순간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

       

 

- 아이들이 질서정연하게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하자 지켜보던 조선인 어른들이 박수를 보냈다. (...) 그곳에 헌병과 순사들이 모여있었다. 윤세주가 이끈 시위가 어떻게 진압되었는지 기억하는 아이들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이들은 일제히 서로의 팔을 꼭 움켜잡은 채 앞으로 걸어갔다. “두렵니?” “무서워. 하지만 친구들이랑 같이 있어서 괜찮아” “나도 그래.” 쏟아지는 몽둥이질에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고 주저앉았다. 아이들은 바닥에 쓰러지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짖었다. “조선독립만세!” 154P

 

      

 

** 가족들의 한줄 감상평

 

아빠 : 유관순 누나보다 더 어린 밀양소년단 아이들도 만세운동에 앞장서 참여했다니 대단하다. 밀양만세거리도 있다니 한번 꼭 가보자

엄마 : 밀양소년단 책에는 주인공이 5학년 정도 아이들인데 실제 보통학교에 다닌 아이들은 10살쯤이었단다. 그렇게 어린 아이들이 만세운동에 앞장섰다니 너무나 대단하다. 두렵지만 함께라서 괜찮다며 손을 맞잡고 순사에 맞서는 장면에서 뭉클했다.

아들 : 면서기 아들인데 돈 없는 아이들과 뒤에 앉는 게 처음에는 이상했다. 그런데 사건이 되려면 그렇게 진행되는 게 맞는 거 같다. 나도 촛불집회에 함께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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