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책]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안자이 미즈마루 지음, 이하나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어린이들에게 좋아하는 동물을 꼽으라 하면, 거의 모든 어린이들은 호랑이, 사자, 상어 등의 맹수를 꼽는다.

이름만 말한 것뿐인데도 별안간 신나는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 가장 좋아하는 동물을 물은 건 아니지만, 어린이들은 하나같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을 소개한다. 어린이는 좋아하는 만큼 솔직하게 표현한다. 거리낌은 없다. 나는 이게 좋아.라고 천진하게 대답해주고는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혹은 간밤에 꾸었던 꿈 얘기들을 다채롭게 섞어가며 이야기한다. 아이는 좋아하는 동물만으로도 하루 종일 이야기할 수 있다. 아니 사실 하루로는 모자라다.

좋아하는 과일도 마찬가지다. 과일을 꼽을 때 역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고, 빨간 건 ‘이거’라고 불리는. 동요의 도입부를 당당하게 차지한 빨간 맛의 대명사 사과다. 호랑이, 사자, 상어 같은 맹수는 아니지만 사과에게는 힘이 있다.

일단 동그랗고 빨갛다. 만져보면 단단하다. 베어 물면 시원하고 달다. 씹으면 달큼한 과즙이 입에 가득 찬다. 씹는 동안에는 아삭아삭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신나게 뛰어 노니는 자극들을 아이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맛있는 시간을 즐긴다.

그림책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는 ‘어느 날 사과가 대구루루 떨어’지며 시작된다. 동그란 몸을 아무도 모르게 굴려가며 가고 싶은 쪽으로 가서 하고 싶은 걸 한다. 그네를 타니 즐겁고 그네에서 떨어지니 시무룩해진다. 영락없는 어린이들의 명랑함이다.

그림책을 넘길 때마다 개구리처럼 등장하는 단순한 동사들이 어린이의 입맛에 꼭 맞는 언어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반복되는 ‘사과’라는 단어 역시 어린이의 큭큭큭 대는 웃음소리에 박자를 맞추듯 그림책 안에서 개구지게 놀이한다.

사랑하는 선생님, 혹은 가족, 친구들과 그림책을 읽고 그날 오후 간식으로 빨간 사과가 나왔을 때, 그래서 과즙처럼 아이의 웃음이 터져 나올 때. 어쩌면 그림책은 그런 순간들을 위해서 쓰이는 게 아닐까.

어느 날 사과가 대구루루 떨어졌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