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바이블 2021 - 버핏이 직접 말해주는 투자와 경영의 지혜 2 : 2017~2021 워런 버핏 바이블
이건.최준철.홍영표 엮음 / 에프엔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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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왕 조용필은 64세의 나이로 10년만에 정규 19집을 발표합니다. 10년만의 귀환에 대한 반가움도 잠시, 이 앨범은 기존의 조용필을 기억하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기존과 음악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앨범의 타이틀곡 Hello는 힙합가수인 버벌진트가 피쳐링을 했습니다. 게다가 본인이 싱어송라이터임에도, 작곡을 다른 작곡가에게 맡겼습니다. 작곡가는 모두 외국인. 파격적 행보가 아닐 수 없었지요.

파격적 행보의 결과는 다행히도 달콤했습니다. 당시 조용필의 컴백곡 bounce는 23년만에 조용필을 지상파 가요순위 정상에 올려놨습니다.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서는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연말결산, 뮤직뱅크는 조용필의 bounce에 연말결산 차트 1위를 알립니다. 2013년은 단연 조용필의 해였습니다.

이걸 단순히 가왕이 컴백해서 가왕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시 조용필은 부르던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조용필의 comeback(컴백)이 아니라 조용필의 evolution(진화)라고 해야 옳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가왕의 타이틀을 가지신 분께서, 진화를 위해 외국인 작곡가에 곡을 의뢰하고 힙합가수의 피쳐링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그리고 그렇게 받은 노래를 64세의 나이로 컴백 스테이지에서 부르는 모습을 떠올리면 조금 숙연해집니다.

몇만 명을 스타디움같은 한 장소에 모은다는 것은 왠만한 스타가 아니고서야 힘든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BTS나 싸이 정도가 있겠죠 (물론 조용필도요). 해외로 시야를 넓혀 보면 저스틴 비버나 레이디 가가, 그리고 죽은 마이클잭슨 정도 떠오르네요. 이들은 다 가수죠. 가수가 아닌 사람은 딱 두 분 떠오릅니다. 91세의 백인영감인 워런 버핏, 그리고 98세의 백인영감 찰리 멍거입니다. 이들은 매년 미국에서도 시골인 오마하라는 도시에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를 개최합니다 (비록 최근에는 코로나로 스킵했지만ㅠ). 이 때는 전 세계에서 수만명의 사람들이 이들을 만나기 위해 오마하로 모입니다. 자본주의의 우드락 페스티벌이라 할 만합니다.

서점에서 워런 버핏으로 검색하면 수백권의 책이 쏟아져나오지만, 실제 버핏은 책을 쓴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버핏의 생각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를 위한 주주 서한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2017년 이전의 버핏의 말과 글은 에프엔미디어에서 나온 '워런 버핏 바이블'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워런 버핏 바이블'은 투자자라면 반드시X100 읽어야된다고 생각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2017년 이후의 버핏의 말과 글이 없다는 것이죠. 문제는 버핏이 계속 진화한다는 것입니다. 2017년 이후의 버핏은 기술주라 버핏이 싫어할 줄 알았던 애플로 대규모 수익을 내기도 했고, 항공사 손절로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으며, 가상화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워런 버핏 바이블 2021'은 2017년 이후의 버핏의 말과 글들을 잘 정리해서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 바이블 2021'은 꾸준히 진화하는 버핏의 사고를 따라갈 수 있는 좋은 길잡이입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워런 버핏 바이블과 같이 읽으면 더 좋습니다). 초기 버핏은 소위 담배꽁초 투자(가치에 비해 가격이 현격히 낮지만, 가격과 가치가 수렴하면 다시 팔아야 되는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경제적 해자를 가진 주식에 투자(ex: 코카콜라)로 옮겨갔습니다. 이제는 기술주인 애플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진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워런 버핏 바이블'이 '모나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꿈' 등이 들어있는 조용필 1~18집 베스트 모음집이라면, 이번 '워런 버핏 바이블 2021'은 'bounce'와 'hello'가 들어 있는 조용필 19집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덧붙여, 이번 '워런 버핏 바이블 2021'은 기존 '워런 버핏 바이블'보다 훨씬 진보된 부분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바로 VIP자산운용 최준철 대표의 해설입니다. 사실 버핏의 말들은 투자에 어느 정도 기본이 없으면 그 말의 의미를 해석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최준철 대표의 해설은 초보자도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조용필 'hello'로 예를 들자면, 조용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음 이노래 좋네'하고 듣는 2000년대생 옆에 와서는 '이 노래는 과거 가왕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조용필 씨가 이제까지의 곡 제작방식에서 벗어나 외국인 작곡가에게 의뢰하고 힙합가수를 피쳐링으로 써서 음악적 세계를 넓힌 곡이야. 2013년 차트 1위란다'라고 해설해주는 식이랄까요.

실제 최준철 대표의 탁월한 해석을 하나 적어보겠습니다.

Q: 버핏은 애플의 자사주 매입은 좋아하는데, 왜 버크셔해서웨이 자체는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이지 않고 현금을 가득 쌓아두나요?

최준철 대표: 애플은 재투자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사업은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장에 필요한 재원을 남긴 나머지 돈으로는 자사주 매입이 적절하다 봤습니다. 하지만 버크셔는 기업 인수 등 투자를 하는 회사이고, 보험회사이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에 대비한 풍부한 유동성이 필요합니다. 즉 고유한 사업 모델과 기업의 생애 주기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의 해석은 독자가 스스로 생각해서 도달하기에는 쉽지 않은 경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의 백미는 버핏 스스로의 말들입니다. 버핏은 탁월한 비유와 설명으로 듣는 이를 감복시킵니다. 중요한 문구를 빠짐없이 전달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책을 그대로 옮겨야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감히 고르고 골라 책 전체에서 제가 제일 좋았던 문장 하나를 뽑았습니다. 투자하는 모두의 고민인 '레버리지를 사용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의 대답입니다.

우리가 부채를 꺼리지 않았다면 그동안 우리 수익률이 더 상승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찰리와 나는 밤잠을 설쳤을 것입니다. 우리는 없어도 되는 돈을 벌려고 피 같은 돈을 거는 행위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버핏의 진짜 멋진 점은, 투자를 배우기 위해 집어든 책에서 삶을 가르쳐 준다는 것 같습니다.

이상 '워런 버핏 바이블 2021' 서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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