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 - 위험 가득한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 최신 개정증보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김현구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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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블랙 스완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역자: 차익종
출판사: 동녘 사이언스

세상은 가우스 정규분포를 따릅니다. 가우스 정규분포는 소위 '아름다운 종'모양을 한 곡선을 말합니다. 이 곡선에따르면 기대되는 사건은 평균을 중심으로 모여있으며 평균에서 멀어질수록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미미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평균 남성의 키가 170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의 키는 160~180에 주로 모여있을 것입니다. 평균에서 10 이상 벌어진 값, 즉 160이하나 180이상은 드물지만 간혹 관찰됩니다. 20이상 벌어진 140이하나 200이상은 더 드물죠. 그리고 130이하나 210 이상은 너무 드물어서 손가락으로 꼽게 됩니다. 가우스 정규분포때문에, 세상의 모든 값은 평균을 중심으로 모여들게 됩니다.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 1991년에 세워진 투자전문 회사입니다. 하지만 여느 회사와 달랐던 차별점이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 두 명을 파트너로 뒀다는 것이죠. 이 두명은 소위 '옵션'에 투자하는 공식을 개발해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이 공식은 브라운 운동이라는 액체 내에서의 고체분자의 운동에 착안해 개발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시장에서 소위 '무위험 차익거래'를 이용해 돈을 법니다. 무위험이라 수익률이 적었지만, 이들은 이를 레버리지로 극복합니다. 그 결과 수십%대의 연수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합니다. 이들은 주로 채권에 투자했으며, 그 중에는 러시아 채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6년 뒤인 1997년, 영원할것 같았던 이들의 성공은 러시아가 모라토리움(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무너집니다. 이 때 이들의 손실액은 47억 달러, 한화로 약 5조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자기들의 자본금을 훌쩍 넘는 비용을 차입해 레버리지로 돈을 굴렸다는 겁니다. 미국은 이들이 일으킨 문제로 인해 심지어 금리를 인하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되짚어봐야 될 한가지. 노벨상을 수상한 옵션 투자 공식의 바탕이 되는 운동, 즉 브라운 운동은 '가우스 정규분포'를 따릅니다. 사실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은 너무 예외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는 가우스 정규분포에서 저~~ 끝단에 위치한 '매우 미약한 확률'의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들이 매우 억울할 만도 했습니다. 운이 없게도 예외적인 사건이 일어난 탓에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회사가 문을 닫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이 '롱텀캐피털은 참 운영을 잘했는데 재수가 없었어. 하필 가우스 정규분포 저 끝에서나 발생하는 채무불이행 사건이 터질게 뭐람'라는 생각을 가질 법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얼마 후, 가우스 정규분포 끝단의 사건, 즉 채무불이행이 동시에 터져버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때는 2008년입니다. 서브프라임, 즉 사회적 신용등급이 낮은 그룹이 집값을 도저히 갚을 수 없다고 동시에 드러누워버린 사건. 소위 서브프라임 모기지, 즉 2008년 금융위기입니다. 정규분포 끝단에 위치해서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은 '채무불이행 사건'을 수만 수십만의 사람이 동시에 일으킨 겁니다. 

책 '블랙 스완'은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과연 세상은 정규분포를 따를까요? 이 책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렙에 따르면, 세상은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습니다. 불행한 것은, 현대 금융공학은 가우스 정규분포를 기반으로 해서 세워졌다는 사실입니다.

블랙 스완은 말 그대로 검은 백조입니다. 원래 백조는 흰 백 자, 새 조 자를 써서 '흰 새'라는 뜻입니다. 수천 수만의 백조를 봤지만 모두 흰 색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흰 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지구 어딘가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었습니다. 수천 수만의 관찰끝에 세워진 '백조는 흰 새다'라는 관념은 그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관념이 무너지는 데에는 단 한번의 사건이면 족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검은 백조는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한번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몰고오는 사건'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이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말입니다.

탈렙은 인간의 오만을 비판합니다. 세상은 세상 그대로 바라봐야 되는데, 우리는 세상을 이론에 짜맞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늘 이론을 뛰어넘습니다. 침술이 통증을 완화하는 현상이 현대 의학으로 설명이 안 된다면, 이는 침술의 효능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현대 의학이 아직 침술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의사들이'침술은 사이비다'라고 속단해 버립니다. 사실 쓸모없는 것은 침술이 아니라, 설명하지 못한다고 무시해버리는 현대 의학의 오만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뭔가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대신, 설명되지 않는 세상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가우스 정규분포'를 따라 서술되었습니다. 그 비극이 바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태와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입니다.

사실 가우스 정규분포는 어떤 패턴의 일종입니다. 인간은 세상 모든 것을 패턴화하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이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패턴화가 좋은 이유는 우리가 익혀야하는 정보의 양을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다음의 예를 봅시다.

1. 남편이 죽었다. 그리고 그의 아내도 죽었다.
2. 남편이 죽었다. 슬픔을 못 이긴 나머지 그의 아내도 따라죽었다.

문장의 길이는 2가 더 길지만, 기억에도 2가 더 잘 남습니다. 1은 우리에게 두 가지 정보를 줍니다. 하지만 2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패턴, 즉 '남편이 죽어 슬픔에 잠긴 아내'를 제시함으로서 두 정보를 하나로 묶어줍니다. 즉 패턴화는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여주고, 그 결과 더 효율적으로 뇌를 사용하게 해 줍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의 1의 문장을 보고 멋대로 2로 바꿔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1의 문장에 멋대로 '슬픔을 못 이긴 나머지'를 집어넣어 버리는 것이죠. 그 결과 가우스 분포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채무불이행 사태'를 익숙한 가우스 분포로 패턴화해 버리고, 결코 일어날 리 없는 사태를 10년에 한번 꼴로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미 아는 어떤 지식에 세상을 끼워맞춰서는 안 됩니다. 

미래 예측은 원래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미래는 예상되는 사건이 아닌 예기치 못한 사건에 의해 크게 바뀌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바꾼 발명들은 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었습니다. 증기기관의 발명도, 스마트폰의 발명도,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었습니다. 예측 불가능성은 이렇게 설명이 됩니다. 우리가 예를 들어 5년 뒤에 나올 어떤 발명품을 예측한다고 합니다. 만약 예측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 발명품 만들기에 착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는 안 합니다. 왜냐하면 5년 뒤에 나올 발명품은 지금 세상에서는 상상 밖의 발명품이니까요. 어떤 원시인이 '2년 뒤에 바퀴가 나와 세상을 바꿀거야'라고 예측했다면, 그 원시인은 그냥 당장 바퀴를 만들겠죠. 즉 미래를 바꿀 물건은 현재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예측도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소위 미래를 예측한다는 사람들이 쓴다는 방법은, 지금 현재의 패턴이 미래에도 반복될 것이라 예측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경제의 미래도 예측이 불가능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예측이 가능하려면 그 예측이 결과와 독립적이어야 합니다. 만약 예측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면, 예측이 나온 시점에 결과가 예측에 반응해서 예측치가 바뀝니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2%라고 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 예측치를 본 기업은 불황에 대비해 지출을 줄이고, 소비자도 소비를 줄입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추경을 편성합니다. 이제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2%가 아닙니다. 예상치가 경제주체에 영향을 미쳐버린 탓이죠. 그러니 전문가가 나스닥이나 코스피 지수를 예측하는 것은 정말 의미없는 행위입니다. 예측하는 사람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그 사람의 발언 자체가 지수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심은 경제학자들의 미래 해석만큼이나 과거 해석도 의미없게 생각합니다. 경제학자들이 과거 사건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것을 보며, 저자 나심은 '녹은 얼음'의 비유를 듭니다. 여기 어떤 얼음이 있었는데, 녹아서 물이 되었습니다. 그럼 물이 되기전에 얼음은 어떤 모양이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사각 얼음이든 백조모양 얼음이든 녹아서 비슷한 물자국을 만들겠죠. 하지만 나심에게 경제학자들은 이 물자국을 보고 '과거에 얼음은 이렇게 생겼었습니다!' 하고 외치는 사람들입니다. 마찬가지로 나심은 역사학자들도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결과로 꿰어맞추는 사람들을 경멸합니다. 역사는 원인과 결과가 아닌 그냥 사건의 집합체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죠. 해석하는 순간, 우리는 사건들을 패턴화하게 됩니다. 즉 우리의 밖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우리의 해석범위 안으로 억지로 집어넣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경제학자들이 많이 받는 조롱이 '백미러를 바라보며 운전한다'입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사건의 해석에만 열을 올리고,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우리가 투자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패턴화의 오류는 투자대상의 수익률을 직선을 긋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야 부동산은 한번도 실패한적이 없어. 앞으로도 실패 안할거야.'가 있죠. 하지만 어떤 사람이 하루를 더 살았을 때, 그 사람은 불사신에 더 가까워진 걸까요 죽음에 더 가까워진 걸까요. 어떤 상품이 지난 10년간 올랐다는 얘기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습니다. 이 상품이 앞으로도 쭉쭉 올라갈지 아님 대폭락에 꾸준히 가까워진건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1991~1997년의 6년간, 롱텀캐피털매니티먼트는 단 한해도 적자를 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6년간 올린 수익을 전부 까먹는 데에는 단 며칠이면 충분했습니다. 

10년째 계속되는 한국의 박스피에 지쳐 수많은 투자자들이 떠나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패턴은 미래의 패턴을 담보해주지 않습니다. 절대 알수 없는 것, 예를 들면 코스피의 올해 등락폭 같은것 대신, 내가 알 수 있는 것, 즉 내가 타겟팅한 기업의 본질에 최대한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에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 같은 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나름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은 그 미래를 예측하는 대신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두서없는 독후감 죄송합니다. 변명을 해보자면, 사실 책은 더 두서없습니다. 그래도 결코 요약으로 대체할 수 없는 책이니 관심 있으시면 한번씩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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