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버지 - 21세기 인간의 진화론
칩 월터 지음, 이시은 옮김 / 어마마마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며 Last Ape Standing이라는 원제목을 <사람의 아버지>로 번역한 것에 의문점을 갖게 되었다. 제목은 <사람의 아버지>이지만 실제로 이 책이 추구하는 바는 현생 인류의 과거를 통해 다음에 올 인간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 인류의 미래를 추측하는데 에 까지 나아가기 때문이다. 인류 중에 아버지가 먼저 생겼는지 어머니가 먼저 생겼는지 누가 알겠는가.

이 책은 수백만 년 전에 생존했던 유인원의 화석에서부터 벽화를 그리고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았던 최근 인류의 조상까지 인류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현재 모습을 가지게 된 과정을 진화론의 시각에서 설명하고 있다.

인류는 내적인 이유든 외적인 이유든 진화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생존을 위해 유리한 방향이란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든 측면에서 스스로를 변화시켰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그 대표적인 예로 직립, 불의 사용, 유형성숙 그리고 뇌의 발달 등을 들고 있다. 특히, 뇌의 발달은 그 크기뿐만 아니라 뇌 속에서 우주만큼 복잡할 정도의 그물망을 만들어 온 뇌신경의 진화까지도 포함한다. 우리는 스스로 경험하기도 하고 타인을 통해 확인할 때도 있듯이 짧은 인생을 살면서 많이 쓰는 신체부위나 반복적인 동작을 무수히 함으로써 소위 달인의 경지에 이르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본다. 그 만큼 신체가 단시간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하는 것을 보며 진화라는 단어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뇌신경의 진화는 어떤가?

뇌신경의 진화는 놀라움 그 자체다. 왜냐하면 이는 신체적인 진화를 넘어 정신의 진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분명히 뇌신경이 점점 복잡한 그물을 만들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생존에 온 힘을 기울여야했던 인간은 그 외의 것, 예를 들면, 벽에 그림을 그리고 그릇에 무늬를 넣고 어떤 일을 할 때 효율을 생각하거나 앞일에 대비하는 등 다른 가치들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뇌의 진화가 인간에게 이롭기만 한 것인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인간은 뇌의 진화를 통해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냈고, 그 덕분에 인간은 신체의 진화는 멈춘 채 뇌의 진화를 가속화하고 급기야는 뇌를 대신할 기계를 만들어내며 인간개체 사이에 큰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인간은 공동체 의식을 잃어가고 있고, 정신의 피폐를 겪고 있다. 현재는 고대인과 현재인 그리고 미래인이 공존하고 있다고 할까.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은 고대인으로 회귀하고 끝없이 뇌의 진화를 촉진하고 있는 부자나라의 국민들은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 같다.

진화는 결코 생명체가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자연현상이지만, 진화를 인식하고 있는 인류는 이 시점에서 종의 미래를 위해 진화의 엔진을 개발하는데 매진해야 할지, 브레이크를 개발해야 할지를 판단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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